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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l 08. 2024

혼자 산다고 네 거 아닙니다

유부남들이 나를 보고 로맨스를 꿈꾼다(이런 게 지랄!)

싱글맘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다시 결혼을 하고 싶진 않다.

(난 재혼이란 말이 너무 싫다. 무슨 전과 @범도 아니고, 왜 굳이 재혼, 삼혼이란 말로 구분 짓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결혼'이라고 쓴다.)




하지만 서른둘의 싱글맘이 만날 수 있는  또래 남자들은 이른바 결혼 적령기!

결혼할 짝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부모들도 서른 넘긴 자식이 결혼할 짝이 없으면, 안달을 하며 이리저리 맞선 시장으로 자식을 내돌린다.(20년 전이다.  당시 사회의 보편적 분위기가 그랬다.)




그즈음 어쩌다 알게 된 서른넷의 남자는,  주말마다 엄마가 주선한 맞선 자리에 출석하는 지겨움을 토로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는 꽤나 얘기가 잘 통했다. 만남의 횟수가 많아지며, 이 만남이 데이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상황이 되며, 마음도 점점 기울었다. 하지만 9시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싱글맘의 연애는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귀가 시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데이트의 여운은커녕, 하루 종일 엄마가 그리웠던 아이를 안아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씻기고 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흐른다.

잘 들어갔냐는 문자에 세 시간이 지나서야 답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세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답장을 기다리는 이의 세 시간은 참 길었을 거다.


남자의 태도 또한 문제였다.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이 행동하던 남자는 어쩌다 내가 다가가면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것 같았다.

그런 평행선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구마를 삼키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너, 어제 선봤지?"

라고 물었더니, 남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


우리는 주로 토요일에 만났고,

못 만나는 날에는 남자는 친구 결혼식에 가야 한다는 둥의 이유를 말해주곤 했다.

그런데 토요일에 나와 약속을 잡지 않으면서 아무 설명도 없었다.

남자의 단순함이란......


"어제 선보고 오늘 나한테 전화한 거 보니 잘 안 됐나 보네."

난 남자에게 어떻게 나를 두고 선을 볼 수 있냐고 따지지 못했다.


다음 주에 만나 그만 만나자고 했다.

나한테 정신 팔지 말고, 선봐서 결혼상대자 찾는데 집중하라고......

남자는 나를 붙잡지도 못하고, 쉽게 떠나지도 못했다.


남자에게 처음으로 사랑 고백과 함께 이런저런 고백들을 듣는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나를 좋아했었구나.

선 본 건 기가 막히게 알아채놓고 이 남자의 마음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날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어. 고맙지만 우리는 여기서 끝내야 할 거 같아."


평생 못 잊을 거 같다는 남자의 마지막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다.




두 번의 연애 미수.

세기의 사랑에 빠진 것 같았던 앞선 남자는 아버지가 두 번 결혼한 이력이 있는 집의 차남이었고, 지금 이 남자는 전형적인 K장남이다.


돌싱과 미혼의 결혼.

어쩌면 사랑의 척도가 아닌 그가 속한 문화와 관점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다시는 연애 같은 것 시도도 하지 말아야겠다.

좀 더 나이를 먹고 내 또래 돌싱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나의 처지에 자조 섞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살면서 점점 웃기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남자들 중 일부는 내가 돌싱인 걸 알고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헤벌쭉 웃는다.

그리곤 마누라 흉을 보며 외롭다고 징징거린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만났다)

이런 남자는 정말 하질 중의 하질이며, 특급 진상이다.


혼자 아이 키우며 살아내기도 벅찬데 뭐 이런 진상까지 겪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오다가,

이런 남자랑 사는 여자도 있는데 하며 억지로 씁쓸함을 달래었다.


그런 가정을 유지(?)하면서 이혼한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물론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머피의 법칙처럼

시계를 보면 늘 4시 44분인 것처럼

불쾌함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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