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아들 키우기 첫 난관
여섯 살이 되니 여자 탈의실에 못 들어가네요
물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목욕을 하기 전, 욕조에 물을 받아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이 엄마에겐 잠깐의 휴식이다.
여름엔 친구들과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콘도를 예약해 휴가를 갔다. 아이들이 모두 비슷한 또래라서 아이들은 저들끼리 더 신난다.
낮에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시키고 나면,
제 아무리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네, 다섯 살 아이들도 녹다운 잠자리에 든다.
엄마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지만,
이런 달콤한 외출을 그냥 넘길 수 없어,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친구들의 주된 고민은 시월드에 관한 거였다.
공감할 수 없다.
묵묵히 듣다가 내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또 공감할 수 없다.
그래도 오랜만의 맥주와 수다는 그것 자체로 즐거웠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니, 수영장 여자 탈의실에 데리고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친구의 아이들 중 큰 아이는 모두 딸이었다.
그래도 여름 물놀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
계곡 딸린 펜션으로 장소를 옮겼다.
계곡은 아이들이 놀기 좀 위험했고, 물은 너무 차가웠다.
다음엔 바다로 갔다. 하지만 바닷물은 너무 짰다.
아이는 계곡과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점점 자라자,
친구들은 아이들을 두고 여행하고 싶어 했다.
난 나와 둘 뿐인 아이가 친구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를 바랐는데,
아이를 둘씩 키우며 육아에 지쳤던 친구들은 하루만이라도 홀가분하게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가족 여행이라는 게 있었다.
혼자서 왕따된 것같은 씁쓸함을 느꼈다.
견디는 수밖에...
그들도 그들의 몫을 견디고 있을테다.
아이가 아홉 살이던 여름 방학,
아이는 오션월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춘천에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가는 건 문제없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넓고 복잡하다.
-남자 탈의실 혼자 가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아이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춘천에서 오션월드로 가는 길은 길이 꽤 구불구불하다.
그럼에도 신이 난 아이는
-엄마는 어떻게 운전을 잘해? 나 같으면 도로에서 떨어질 거 같은데.
이런 립서비스까지 한다.
-엄마가 좀 다 잘하지.
아이의 부추김에 엄마도 신이 난다.
-근데 낙석주의가 뭐야?
아이가 도로 표지판을 보고 물어온다.
-떨어질 락, 돌 석. 돌 떨어질지 모르니까 조심하라는 뜻이야.
-근데 왜 락이 아니고 낙이야?
-음. 두음법칙이라고. 말의 첫소리에 ㄹ을 발음하기 불편해서, ㄴ으로 대신 표시하는 거야.
-아! 그래서 할머니가 라면을 나면이라고 하는구나.
(두음법칙은 한자어에만 해당되는 거지만, 아홉 살 아이가 이해하기엔 무리일 거 같아, 여기서 설명을 멈췄다.)
오션월드에 도착했다.
탈의실 락커키를 건네주며, 여러 번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그리고 탈의실로 들어가선 아이가 먼저 풀로 나와 나를 찾으며 헤맬까 봐, 후다다닥 샤워를 하고 나와 남자 탈의실 앞에 서 있었다.
아이가 안 나온다. 짧은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침 탈의실에서 나오는 직원에게 아이 락커키 번호를 알려주며, 아이가 잘 있는지 봐 달라고 귀찮게 했다.
직원은 잠시 후 나와서, 아이가 잘 있더라고 하며, 나오는 길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고 한다. 직원의 과한 친절에 감동하면서도
'이왕이면 좀 데리고 나오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에 아이가 나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 아이와 나는 즐겁게 물놀이를 했다.
탈의실 장벽 돌파!
우리는 이제 둘이서도 잘 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