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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Sep 24. 2024

싱글맘 아들 키우기의 첫 난관 돌파

“엄마는 어렸을 때가 좋아, 지금이 좋아?”     


여섯 살 아이의 질문에 난 순간 당황했다. 내 유년은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가 아이답게 동심을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렸을 때가 좋았지.”  

   

라고 대답했더니, 아이는   

  

“왜? 내가 없어서?”     


라고 묻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아이도 엄마가 자신을 키우느라 힘들어한다는 걸 느끼나 보다. 미안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지금은 아들이 있어서 좋네. 어렸을 때도 좋고, 지금도 좋아.”     


아이는 만족한 듯 웃어 보였다. 내가 힘들어도 아이가 너무 빨리 자라지 않기를 바랐다. 나이에 어울리는 즐거움을 누리며 자라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놀이였다.

여름엔 친구들과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콘도를 예약해 휴가를 갔다. 아이들이 모두 비슷한 또래라서 아이들은 저들끼리 더 신난다.

낮에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시키고 나면, 아무리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네다섯 살 아이들도 녹다운 잠자리에 든다.

엄마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지만, 이런 달콤한 외출을 그냥 넘길 수 없어,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친구들의 주된 고민은 시월드에 관한 거였다. 공감할 수 없다.

묵묵히 듣다가 내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또 공감할 수 없다.

그래도 오랜만의 맥주와 수다는 그것 자체로 즐거웠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니, 수영장 여자 탈의실에 데리고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여름 물놀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 계곡 딸린 펜션으로 장소를 옮겼다.

계곡은 아이들이 놀기 좀 위험했고, 물은 너무 차가웠다.

다음엔 바다로 갔다. 하지만 바닷물은 너무 짰다.

아이는 계곡과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점점 자라자, 친구들은 아이들을 두고 여행하고 싶어 했다.

난 나와 둘 뿐인 아이가 친구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를 바랐는데,

아이를 둘씩 키우며 육아에 지쳤던 친구들은 하루만이라도 홀가분하게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가족 여행이라는 게 있었다.



이젠 우리도 우리끼리의 가족 여행을 하는 법을 익혀야 할 때가 되었다.      

아이가 아홉 살이던 여름 방학, 아이는 오션월드에 가고 싶어 했다. 바닷물처럼 짠 물이 아닌 곳에서 파도타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춘천에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가는 건 문제없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넓고 복잡하다.     


“남자 탈의실 혼자 가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아이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춘천에서 오션월드로 가는 길은 길이 꽤 구불구불하다. 그럼에도 신이 난 아이는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      


“엄마는 어떻게 운전을 잘해? 나 같으면 도로에서 떨어질 거 같은데.”     


“엄마가 좀 다 잘하지.”     


아이의 부추김에 엄마도 신이 난다.     


“근데 낙석주의가 뭐야?”     


아이가 도로 표지판을 보고 물어온다. 끝이 없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보니 어느덧 오션월드에 도착했다.

탈의실 락커 키를 건네주며, 여러 번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그리고 탈의실로 들어가선 아이가 먼저 풀로 나와 나를 찾으며 헤맬까 봐, 후다닥 샤워를 하고 나와 남자 탈의실 앞에 서 있었다.

아이가 안 나온다. 짧은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마침 탈의실에서 나오는 직원에게 아이 락커키 번호를 알려주며, 아이가 잘 있는지 봐 달라고 귀찮게 했다.

직원은 잠시 후 나와서, 아이가 잘 있더라고 하며, 나오는 길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고 한다. 직원의 과한 친절에 감동하면서도‘이왕이면 좀 데리고 나오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에 아이가 나왔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아이는 물놀이를 즐거워하면서도 물을 두려워했었다. 난 그것보다 아이가 수영장 더러운 물을 삼키는 게 찝찝해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물속에서의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이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더 이상 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이는 파도풀 깊은 곳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수영을 할 줄 알면서도 게다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도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깊은 곳은 두려워서 들어가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물의 깊이를 생각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그만 들어가라고 외치며, 아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나 처음으로 내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안쪽에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여유롭게 파도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엔 아이 덕분에 내가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배우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탈의실에 들어갈 때는 올 때보다 한결 마음 편하게 씻고 나와 아이를 만나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모처럼 단잠에 빠져들었다.      

탈의실 장벽도 돌파했다.

이제 우리는 둘이서도 잘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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