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애니메이션 회사
몇 년 전, 노원에서 잠실로 이사를 한 해였다.
식구들과 함께 산책을 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시아공원으로 가는 골목에 있는 건물의 벽면에 벽화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부드러운 붓 터치로 울긋불긋 그려져 있어서 단순히 누가 장난으로 그린 그림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지역의 약도였다.
멀지 않은 곳에 마젠타 컬러로 그려진 높다란 코엑스가 보였다.
갑자기 뭉클한 게 가슴팍에 ‘탁’ 던져졌다.
“어! 여기서 삼성역이 멀지 않네!”
“엄마! 여기서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야!”
아들이 말하자 남편도 거들었다.
“몰랐어? 조금 더 가다가 다리만 건너면 삼성역이야!”
생각났다, 그 풍경들.
거리 감각이 전혀 없는 데다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나는 지척에 그곳을 두고도 몰랐던 것이다.
세 식구는 아시아 공원이 보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짙은 코발트색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우리 삼성역까지 걸어가 보자!”
다리를 건너 삼성역 가까이 갔을 때, 회사로 들어가는 익숙한 길목이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릴 때, 삼성역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삼십 년 전의 내가 보였다.
어느새 20대의 나를, 50대의 내가 쫓아가고 있었다.
건물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무게감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30대의 그가 곧 문을 열고 그곳에서 나올 것 같아, 잠시 설레는 마음으로 서 있었다.
그런데 곧 환한 불빛이 보이더니 벽면이 밝은 아이보리색으로 칠해진 공간에서 그와 내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