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인생의 황금기.
우리들은 항상 황금기를 원하고 그리워한다. 황금기, 그러니까 '전성기'는 언뜻 보기에 감동적인 말인 듯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전성기라는 건 언제나 왼쪽엔 오르막길을, 그리고 오른쪽에 내리막길을 수반한다. 한마디로 '지금이 내 황금기야'라고 말하는 건 앞으로 남은 내 삶에 내리막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셈이 된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며 스스로 어떤 환희에 잠겨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보면 이건 마치 어느 개그 프로의 고급진 코미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앞길엔 오늘보다 못한 날들만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희망적이지도, 기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고, 그걸 알게 되는 것이 어른이라면 난 도무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며 삶을 지속할 열정도 없었을 테다.
사람들은 이런 회의(懷疑)가 들 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매 순간이 황금기야!'라는 식으로 인생의 꼭짓점을 매번 갱신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았던 시절이랍시고 과거를 추억하는 순간 그 말은 허울뿐인 빈 깡통이 되어버린다. 나의 최고 영광은 과거에 살았다. 그리고 난 평생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나의 화양연화를 추억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내 인생 최고의 시기가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허무함과 좌절감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전성기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삶을 포기하지 않을 인류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사고방식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삶을 지탱해 갈 이유가 사라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