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처음이다

by 햇쌀

오늘도 아침이 있었다.


길모퉁이에 위치한 상점 주인 오기는 10년 넘도록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자신의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어 소중히 정리했다. 이 사진들을 본 사람들이 “다 똑같잖아.”라며 시큰둥해한다. 그는 천천히 보면 모두 다른 사진이라고 말한다. 가령 날씨가 다르고, 지나간 사람이 다르고, 계절마다 입은 옷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폴 오스터의 소설 <오기 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모크>의 한 장면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작은 것을 변화라고 느끼지 않는다. 변화를 매일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변화가 한참 진행이 되어야 처음처럼 느낀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다 하더라도, 절망적인 삶에 부딪쳤다고 하더라도 그 삶엔 '처음'이 깔려 있다. 그 '처음'을 얻기 위해 쌓인 시간이 있기에, 손에 닿지 않은 것 때문에 밤을 뒤척인 시간도 소중한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것도 '처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일들이다. 살면서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처음'인지 모른다. 평생 처음이다. 늘 아침처럼 다시 시작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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