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은 없다
문소리 나면 언제나 꼬리 치며 반기는 녀석. 유난히 로코의 꼬리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오늘, 석양이 그 어느 날보다 아름답다.
가을은 석양도 단풍처럼 예쁘다. 산 뒤로 넘어가면서 해가 구름에 반사해서 그려 놓은 파스텔톤 그림이 너무나 예쁘다. 요즘 하늘을 수없이 찍는다. 이런 날은 오묘한 색의 조화에 더 감상적인 마음과 만날 확률이 크다.
석양이 문틀부터 갈빛 톤으로 물들이며 다가온다. 옅은 오렌지빛이 창문으로 서서히 스며들면 먼지 쌓인 창틀도 아름답다. 너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오렌지빛 창가로 다가선다.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 된다. 품에 안은 강아지의 심장 박동도 따스한 체온이 되어 손으로 전해온다.
이 느낌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표현할 수 없다면 어떠랴. 이런 새로운 하늘빛을 본 오늘, 감사하다. 같은 저녁, 같은 가을, 같은 석양은 없다. 장미꽃 다발을 창문으로 받았다.*
두 번은 없다ㅡ 비스와바 쉼보르스카(폴란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은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게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