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가 묻고 싶은 날

by 리시안


안부


꽃비가 한 잎 한 잎

외로움을 물들일 때

잘 있다고


바람이 한 줌 한 줌

그리움을 흩날릴 때

잘 있다고


꽃비가 알려주면 좋겠다

바람이 알려주면 좋겠다

잘 있다고





머플러로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어느 날은 가을 같기도 하고 겨울 같기도 한 날씨였는 데 오늘은 겨울이다. 갑자기 추워지는 계절이 바뀌는 그 순간이 되면 마음이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것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고 울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의 날씨처럼.


오늘은 이런저런 마음에 그리운 이들이 생각이 난다. 나의 오랜 지인들. 별일 없는지, 아이들은 감기 없이 잘 지내는지, 유치원도 잘 가고 학교도 잘 갔는지 궁금하다. 사진으로만 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쉽다. 오늘 같은 날씨에 출근은 잘했는지, 어떤 하루였는지.

요즘은 무슨 커피를 즐겨 마시는지 혹여 속이 안 좋아 커피를 못 마시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나보다 나이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같기도 한 나의 소중한 벗들이. 이 계절에 그리워진다.


예고 없이, 사는 동네에 가서 전화해서 그들의 한편을 잠시 내어 받아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이 보고 싶다.

내가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사 먹고, 혼자 쇼핑을 해도 전혀 외롭지 않았던 것은 내 오랜 벗들 덕분이었다. 돌아보면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이 축복이란 걸 알았다. 멀리 사느라 아이들의 커가는 매 순간을 함께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아쉽다. 슬플 때만큼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기쁜 일을 온전히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임을.

나도 벗들의 기쁨을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슬픔 또한 나누기를 바란다. 그들이 내 곁에 있어 주었던 것처럼. 언제든 나를 떠 올리기를 바란다. 부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중고서점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 한산하다. 찾는 책을 검색하니 재고가 몇 권 있어 좋다. 팔목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운 나무책상이 맘에 든다. 이곳은 이사 온 후 좋은 점 중 하나다. 감사하게도 내가 살던 곳에는 항상 큰 서점이 있었다. 어릴 때는 도서관이 있었고 이사 오기 전에는 대형 서점이, 지금은 중고 서점이 있다.


서점의 책들을 보면 이유 없이 좋았다. 서점에 앉아서 읽을 때 나는 집중이 잘된다. 글도 지하철 안에서 쓸 때가 많은 걸 보면 이상하게 집 밖에서 집중이 잘되는 것 같다. 두어 시간 신간을 읽고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에 들렸다오면 그것이 힐링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대형서점에서 도서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할까 하고 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안될 것 같아서 말았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은 그냥 좋았다.


생각해보면 오래전엔 책과 관련된 일을 했었다. 아니 종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첫회사는 광고회사였다. 토요일 충무로의 낮 하늘이 어떤지 모르고 지냈던 하드 트레이닝으로 일했던 시절이었다. 브로셔와 신문광고를 만드느라 함께 야근하던 직원들은 어떻게 지내실까. 결혼 전에는 출판사 디자인팀에서 일했고 결혼 후에는 잡지사의 일러스트를 그렸었다.


그때의 작은 출판사는 이제는 아주 큰 출판사가 되었다. 예전에는 책 한 권이 나오면 매대에서 제일 잘 보이는 칸에 진열되었는지 슬쩍 가서 둘러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큰 회사가 되어 매대 한 개를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20년이 넘은 시간 동안 회사는 성장했다. 몇 년이라도 그곳에 있던 마음에서인지 반갑고 좋았다. 좋으셨던 출판사 사장님도 생각나고 친했던 여자 부장님도 생각이 난다. 함께 있던 편집부 직원들 모두 안녕하신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계실까. 나는 멈췄지만 그분들은 멋지게 스스로를 발전시켰을까. 지금은 서로 길에서 봐도 못 알아볼 거다. 그때 나는 20대였으니. 얼마나 반짝였을까. 20대는 나이 만으로도 빛나고 예쁜 시절이니깐.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찾아서 좋다. 이 책들은 사가서 읽을 생각이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읽고 싶은 책이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천천히 읽고 싶어서 샀는데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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