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루지
거칠고 버석거리던 낯선 촉감
만질수록 동떨어진 슬픔은
드디어 곪아 터져 버렸다
그럴 줄 알았지
그냥 두면 될 것을
기다리면 될 것을
나의 조바심에 사단이 났다
토해내라고 하지 말걸 그랬다
인생이 그러하다고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터져 나온 붉은 슬픔에
애간장이 녹아도
모른 척 외면했어야 했다
어느 날
한 모금 술에
툭하고 다시 만나도
우리는
모르는 사이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꿈을 많이 꾸며 잔날은 잔 것 같지가 않다. 선잠에 눈꺼풀이 더 무겁다. 어제저녁 집 근처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두어 권을 사 왔었다. 얇은 책들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었는 데 활자 책들을 읽고 나면 다음 날 눈이 살짝 뻑뻑하다. 아무래도 집중을 하게 되니 눈가에 힘을 주면서 깜박임이 적어져서 그런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라서 읽는 내내 감탄을 하며 읽었다.
좋은 대목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고 게다가 울컥이라도 할라치면 눈에 힘이 들어가서 아침에 눈이 더 피로한듯하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잘 우는 내 모습에 가족들은 엄마 또 운다며 재밌어할 때도 많다. 그래서 혼자 눈 벌개진 모습으로 책을 읽다 부엌에 가서 냄비 열어보고 또다시 와서 눈 벌게지는 것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 눈물 한 방울도 참아냈다. 그런데 눈물을 참으니 눈물이 목으로 넘어가서 꿀꺽꿀꺽거렸다.
돌려놨던 세탁이 끝나서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바람에 말려야 하는 날씨다. 1층인 우리 집은 베란다 앞에 나무가 많아서 내 나무는 아니지만 내 나무 같아 좋다. 빨래 너는 것도 잠시 잊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무심히 보고 있는데 작은 새 한 마리가 바닥의 잎 들 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비둘기인 줄 알았는 데 참새 같기도 하고 참새보다는 조금 큰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옆에 한 마리가 더 와 있었다. 둥지가 근처에 있는지 둘이서 날아온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너 누구니?" 하며 묻고 있었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에서 비둘기들이 위험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유쾌해진 장면이라서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마트 가는 길에 비둘기들을 보면 드라마의 주인공 친구 비둘기가 떠오른다. 재밌는 반전이었다. 보통은 생각만 하는 데 왜 이제는 말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올까. 아들이 들었다면 아마도 지나가는 꼬마를 보며 엄마가 인사를 하나 싶었을 것이다. 참 낯설지만 익숙해지는 변화다. 꽃에도 말을 걸고 혼자 노래도 중얼거린다. 아니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문득 오랜 시절 보던 지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낮에 친한 동생을 만났었다. 그때 마침 요즘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카페에서 들리면 저 노래가 뭐지 싶었는데 아들에게 물어보고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곡이란 걸 알았다. 이 노래 좋지 않냐고 지인에게 나이 들면서 이런 예전 노래가 좋아진다고 말했더니 정정해줬다. 언니는 원래 그랬다고. 10년 전 나를 처음 만났던 그때도 항상 똑같았다고 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나의 취향은 한결같은 게 있다. 레트로풍. 역시나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노래도 리메이크한 노래였다. 하루 종일 웅얼웅얼. 한동안 저 노래가 픽이구나.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큰아이가 유튜브를 열어 찾아주며 당연하듯 말했다. "엄마, 계속 이 노래만 들을 거니깐. 반복 한 시간짜리야." 그렇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보이는 나. 좋아하는 노래는 특히나 그렇다. 요즘 노래도 좋아해서 듣다 보면 결국 좋아하는 리듬이다. 얼마 전 '오래된 노래' 역시 그랬다.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곡을 듣다 보면 기분이 그냥 좋다.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깐. 더 소중하니깐.' 첫 가사이다. 이런이런. 좋으면 자꾸 웃음이 나온단다. 노래에서. 왜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의 감성은 아직도 진행형인 걸로. 그러면 되었다.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원래 그래라는 생각이 낫다. 원래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나에 대해 관대해진다. 내가 왜 이럴까의 생각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질문이다. 차라리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현실적이다. 나 역시 그런 것이 잘 되는 사람이 못된다. 내가 왜 이럴까에 다른 이유를 가지고 와서 결국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로 사로 잡힐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생각과 말들 모두가 그냥 나인 것이다.
누군가의 삶과 나의 삶이 같을 수 없기에 어떤 정답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나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못하는 실수를 한다. 누구에게가 아닌 나에게 내가 하는 실수들. 그것도 쌓이다 보면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나를. 사랑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