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대기의 변화 속으로
- 인간의 몸에도 습성이 있어서 운동에 적합한 몸과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에 적합한 몸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체액이 조용히 균일하게 순환되기 때문에 몸을 대기의 변화로부터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에밀」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위안과 당당함을 주었다.
- 나는 체액이 균일하게 순환되는 사람이야. 굳이 이불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어.
하지만 현실은 몇백 년 전 사상가의 말보다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더 강력한 법이다. 나이를 거꾸로 사는 짱짱한 근육 부자들의 이야기도 봄에 씨 뿌리지 않는 농사꾼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 그 씨앗, 슬슬 뿌려볼까?
맨발 걷기 달인 언니와 우리 동네 뒷산을 걷기로 했다. 산 초입에 이르자 언니는 바로 운동화를 벗어던졌다. 볕이 좋은 오전이라도 바닥은 아직 찼다. 대기의 변화로부터 나는 몸을 보호해야 하기에 운동화를 단단히 동여맸다. 달인들은 서로를 알아보며 반가운 인사들을 한다.
- 아는 사람들이야?
- 아니, 처음 보는데?
저 놀라운 친화력, 운동화를 벗었다는 이유로 바로 인사를 하다니! 곳곳에 새로 깐 야자 매트가 눈에 띈다. 이 한 몸도 올라오기도 숨 가쁜 길에 의자며 운동 시설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달인들은 우리 동네 뒷산에도 업적을 남겨 놓으셨다. 발아래 우리 동네와 이웃 동네가 한눈에 펼쳐지는 뷰포인트에 앉아 한숨 돌려본다.
- 여기만 와도 확실히 공기가 다르네.
- 그럼! 현관까지가 제일 멀지.
이마에 살짝 나던 땀은 편안했던 체액에 활기를 넣어주었다. 활기는 의욕이라는 것을 밀어 올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주었다. 행복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느끼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때도 느낄 수 있다. 지금껏 운동을 별로 안 한 나에게 미안함은 없다. 그때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씨앗이 잘 뿌려졌는지 이튿날 아침부터 슬슬 시동이 걸려 온다.
- 오늘은 어떤 운동을 해볼까?
어제도, 지난달에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세워져 있던 골프백이 눈에 들어온다.
-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딱 100개만 치고 오자.
누가 운동을 싫어한다고 했나? 항상 내 곁을 맴돌기만 하던 그 운동, 지금부터 하지 말래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