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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는 게 참, 삭-막-해요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크게 욕심내 본 적도 없는 삶이었다 생각하면서도, 이만하면 누리는 것 참 많은 삶이다 생각하면서도 한 번씩 세상 참 쉬운 곳 아니구나 싶어진다.


삼십 년을 다른 학생들의 담임샘을 하였고 올 삼월부터는 취준하는 작은 아들의 담임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맛있는 밥과 영양간식에서 세심한 멘탈관리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내가 지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해본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나의 일을 계속한다. 글쓰기, 운동, 독서하기, 친교 모임 등 퇴직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너의 취준이 그렇게 괴롭지 않음과 너로 인해 불편하지 않음을 지속적으로, 은근히 알려주어야 한다. 어쩌면 지금, 나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어 너에겐 신경 쓸 수 없다가 딱 맞는 표현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아들은 그렇다. 무심함과 소중함, 그 줄과 줄 사이를 잘 타야 한다.

TV 속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들이, 뉴스들이 지나간다. 그 이슈에, 주제에, 여흥에 빠져들다가도 직업군이 눈에 들어온다. 기자, 작가, 진행자, 뉴스에 오르내리는 기업들 등.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과 직장이 있다. 그 중 딱 한 곳만 들어가면 되는데 그 한 곳이 아직도 없단 말일까? 아이를 키울 땐 우리 아들은 마음만 먹으면 저런 직군은 다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라는 곳이 많아서 고르면서 갈 줄 알았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와 함께 아이를 키워줬던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 영어 학원, 수학 학원 등이 스쳐 간다. 그런 것들이 다 소용이 없던 일이었을까?


본인 생일날, 거하게 생일상을 차리고 간만에 같이 보내는 시간이니 축하를 거듭해주었다. 잘 밤에 방문이 똑,똑 하더니 아들이 머쓱한 듯 들어온다.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 단단하게 잘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안아준다. 어머나! 원장님들 감사합니다. 같이 키운 보람이 있습니다.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에 딸바보 택시 기사님이 아들만 가진 사람들을 보며

- 그들은 사는 게 참 삭-막-해요

라고 하셨다. 참 공감하면서 웃음이 빵 터졌었다. 그래도 오늘 밤만은 이렇게 말해 본다.

- 살다 보니 잠깐씩 삭막하지 않은 날들도 있네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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