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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모닝 목욕

목욕을 좋아한다. 사우나라고 표현하기에는 그냥 탕에 몸을 담그는 걸 더 좋아하니 그냥 목욕을 좋아하는 게 맞다. 퇴근길 목욕탕도 좋긴 했지만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퍼즐은 아니었다. 어깨 위에 작은 곰 한 마리가 살살 올라갔다가 몸집을 불리면 큰 곰이 떡 하니 자리 잡는다. 그러면 할 수 없이 그날은 퇴근길에 목욕탕을 가야 했다. 뜨듯한 탕에 어깨까지 몸을 담그고 숨을 후! 하고 내 쉬면 그나마 곰이 슬며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어쩌다 시간이 맞으면 세신이라는 것을 한다. 세상 돈 버는 맛을 온몸으로 느끼기에는 세신만큼 좋은 게 없다. 이리저리 사정없이 굴려 가며 세상 피로까지 다 씻겨준다.


먼 길 다녀온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 남들 출근하는 길에 목욕 가방을 싣고 차를 탔다. 예전만큼 큰 곰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노곤함이 양처럼 온몸을 눅진하게 했다. 월요일 출근길, 내 한 몸 비켜 주는 것이 상도덕이건만 온천욕의 쾌락이 상도덕을 이겼다. 기왕 차를 타고 나선 길, 동네 가까운 목욕탕을 두고 애정하던 온천탕으로 향했다.

한산하리라 기대했던 건 나만의 착각! 월요일 오전에 붐비는 곳은 병원만이 아니었다. 주말을 보낸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수다가 물속에서 물밖에서 보글거렸다.

그사이 단장을 끝낸 온천탕이 익숙한 듯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락커도 바뀌고 샤워부스도 새로 교체하고 달목욕하시는 분들의 목욕 바구니 전용 선반도 새로 짜여 있었다. 스멀스멀 올라간 목욕탕 요금이 어느새 만원이지만 내심 바뀐 것도 없다 싶었는데 사장님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다.

직장만 사회생활이 있는 건 아니다. 여기도 나름 엄격하다. 사우나에 수건이나 샤워캡 안 쓰고 들어갔다가는 여지없이 지적을 받는다. 물대포 앞에서 차례를 안 지키면 바로 큰소리가 나온다. 작게 말하는데 울려서 크게 들리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도 붙박이 부장님 같은 분들이 요일별, 시간대별로 다 있으니 신입들은 목욕탕마다의 분위기를 잘 살펴 적응할 일이다.


목욕을 간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시간 있어야지, 돈 있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없으면 목욕은 갈 수 없다. 여기 붙박이 부장님들의 위풍은 그래서 더 당당할만하다.

보글거리는 물 속에서 물 밖으로 나오니 알맞게 출출해진 배가 보글거린다. 맑고 깨끗해진 몸과 머릿 속에서 단 한가지 메뉴가 명료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 오늘 브런치는 칼국수다!

목욕바구니 물기를 닦는 손이 어느때보다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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