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야게, 그 재미있는 세계로

by 동화작가 몽글몽글


역에서 역으로의 이동이 많은 일본은 모든 것이 역 중심이다. 그 역의 풍경 속에 꼭 들어가 있는 것이 선물 세트, 일본말로 오미야게이다. 사람들은 역에 내리면 꼭 오미야게를 한두 개씩 사 들고 집으로,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오미야게는 종류가 많은데 대부분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간식 세트 이거나 캐릭터로 만든 일상 용품, 굿즈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도쿄 바나나나 시로이 코이비토도 그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천안에 가면 호두과자도 있고 경주에 가면 경주빵도 있으니 그런 모습은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센다이는 ‘즌다’라고 푸른 완두콩을 갈아서 앙금으로 사용한 다양한 간식류 들이 많다. 작은 상자에 가지런히 담아서 연두색으로 포장된 쿠키, 빵, 떡 종류를 비롯해 쉐이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즌다 오미야게가 가게마다 펼쳐져 있다. 하나 사 먹어 봤더니 달달한 팥 앙금에 비해 덜 단맛이라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는데 먹다 보니 한두 개 더 집어먹고 싶어지는 맛이긴 했다.


센다이역으로 들어오거나 센다이역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즌다 선물 세트를 한 통씩을 사 들고 돌아간다. 그걸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기차를 타고 오거나 가면서 이미 짐도 이것저것 있는데도 꼭 사 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릴 때 외출했다 들어오는 아버지 손에 뭐가 들려있나 쳐다보던 내가 생각났다. 그 사람들 손에 들려진 선물 세트를 받을 이는 지금 기차역에 있지 않은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고 그 누군가의 얼굴은 오미야게로 인해 한 번 더 미소로 번질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산물뿐만 아니라 작은 이슈만 있으면 그걸 특산물 혹은 기념품으로 만들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니 사람들은 꾸준히 소비하고 사용하는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것 같다. 오미야게 관련 사업을 하는 가게나 기업이 잘되고 만들어진 독특한 물건들은 지역의 편의점을 따라 곳곳에 펼쳐져 사람들은 어디서나 쉽게 오미야게를 살 수 있게 되어 있는 점도 특별했다.




아키타에 갔을 때는 부케마루라는 개 캐릭터가 있길래 너무 귀여워서 홀딱 빠지고 말았다. 우리의 오수의 개처럼 뭔가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나 하기도 했었다. 아키타에는 일본 전통 가옥과 벚나무로 유명한 카쿠노타테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 살던 개로 사람을 좋아하고 따라다니며 귀여움을 받았던 개였다고 한다. 물론 아키타는 예로부터 명문 혈통을 가진 개들의 산지로 유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난히 부케마루라는 개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앉아서 졸거나 사람들과 사진 찍고 따라다니는 일이었는데 이 개가 사랑을 많이 받다 보니 카쿠노타테의 홍보대사처럼 되었다고 한다. 벌써 10년 전 일인데 그 이후 아키타의 개로 수많은 굿즈가 제작되어 가는 곳곳마다 있었다.


작은 에피소드에서도 뭔가를 찾아내는 그 무언가는 상술이라는 이름일 수도 있고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귀여움 앞에는 한없이 무너지는 게 여행객의 마음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센다이는 다테마사무네라고 장군이 캐릭터이다 보니 곳곳에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무겁고 딱딱한 무사 캐릭터의 굿즈가 많다. 그 장군이 임진왜란 때는 진주성 전투에도 왔었다 하니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데 여기에서는 도시의 기초를 만든 인물이나 다름없으니 온통 그 장군 한 명의 스토리텔링으로 도시가 연결되어 있다. 센다이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루플버스라는 것이 있는데 코스의 대부분이 그 장군의 집, 성터, 신사, 무덤 등 일대기를 위주인 것만 봐도 그렇다. 이곳에 한국 여행객이 많이 없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귀여운 것에 지갑을 열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는 아무리 둘러봐도 사고 싶은 건 별로 없는 다가가기 힘든 캐릭터인데 그래도 꾸준히 만들어내는 걸 보면 누군가의 마음에는 다가가는 무엇이 분명 있는 것일 것이다.




사람도, 도시도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어서 호기심을 느끼며 가 보고 싶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를 게 없다면 우리는 굳이 번거롭게 여행이라는 단어를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역에서 역으로 사람을 이어주고 일을 이어주고 시간을 이어주는 그 순간에 잠시 멈추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일, 오미야게는 정확하게 그 일을 하고 있다. 일본의 소도시에 간다면 작은 오미야게의 유혹에 슬쩍 빠져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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