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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un 05. 2020

게임에 푹 빠진 아이.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약 14년 전 게임 개발자로 진로를 선택하며 한 가지 확신했다. 인간이 지구에 남아있는 동안에는 절대 게임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아버지는 게임 개발로 밥 벌어먹을 수 있냐며 안정적인 일반 기업의 전산실에서 근무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하지만 명절마다 모여서 하는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는 유흥거리는 필수라는 강한 믿음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게임 업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렇게 10여 년을 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게임을 태어나면서 접하는 디지털 원주민인 세대가 등장했다. i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매체와 함께 한다. 그렇다면 우선 게임이란 무엇인지 한번 짚어봐야 한다. 게임을 왜 아이들이 헤어 나오질 못하는지 특징을 알아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 도대체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의 정의

우선 하나의 예시로 게임을 정의해보겠다. 여러 사람의 손에는 하나의 창이 손에 쥐어져있다. 다들 일정한 위치에서 앞으로 힘껏 던진다. 이러한 상황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약간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여러 조건을 추가해보자. 약 2m 앞에 제한선을 긋고 3번의 기회를 주고 힘껏 던지게 한다. 단지 기회를 주어 최고의 기록을 경신하는 과정이 게임일까. 이것도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게임에는 레벨과 달성 목표가 존재한다. 3번의 기회에서 30m를 넘기면 목표를 완료하여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만들어보자. 조건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어떻게 하면 30m를 넘길 수 있을지 고민한다. 바람의 방향이라든지 아니면 창을 던지는 각도가 적절한지 세부사항을 조절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30m를 넘기고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여기에 레벨이라는 시스템을 더하고 하나의 레벨을 완료했을 경우에는 게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제공하면 어떨까. 이제 게임이라고 할만한 요소들이 갖추어진 셈이다. 게임은 목표와 보상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성장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게임 장르는 다양한다.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RPG 게임 장르는 오픈 월드라는 가상 세계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며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욱 강인한 몬스터를 처치하며 캐릭터의 성장을 이룬다. 열심히 클릭을 하고 몬스터를 처치하면 경험치를 획득하고 일정량의 경험치는 다음 레벨로 캐릭터를 성장하게 만든다. 게임은 내가 노력한 만큼 캐릭터의 성장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사냥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경험치 물약이라는 아이템을 구매하여 단숨에 시간을 절약하기도 한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모두에게 공평하다. 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이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한 경험치 물약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남들은 3시간 열심히 플레이하여 얻은 경험치를 얼마간의 경제적 가치를 지불하여 시간을 구매하는 형태다. 게임 시스템은 현금을 지불하는 만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다운로드해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남들보다 시간이 부족하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성인들은 시간을 구매하여 남들과 동등한 캐릭터의 성장을 맛볼 수 있다.



현실은 과연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을까

현실 세계에서도 자신이 몬스터를 잡는 만큼 노력만큼 공부에 투자하여 성적이 향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성장은 전혀 다르다. 게임 세계는 몬스터 한 마리를 잡으면 경험치를 얻는 선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비선형적 성장이 훨씬 많다. 이러한 괴리감에 아이들은 학업에서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지 못하고 다시 게임 세계로 빠져든다. 게임의 보상 시스템을 부모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아이에게 게임을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등을 떠밀면 아이들은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게임 세상으로 만족감을 느끼려 한다. 그래서 게임의 시스템을 파악하는 동시에 아이의 성향도 함께 알아야 한다. 모든 아이는 다르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를 관찰하는 능력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게임이 나쁜 영향을 아이에게 줄까. 아니면 그 안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을까.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부모의 역량에 달려 있다.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

우선 순기능부터 차례로 살펴보자. 온라인 접속으로 RPG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으로 파티 플레이가 그러한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인간이 하는 모든 문화 활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재미가 있다. 팀을 이뤄 진행하는 방식에서 사회성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관점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즐겨 하는 아이는 서버에 접속하여 해외 유저를 만나기도 하고 간단한 영어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자신이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단어의 뜻을 물어보거나 자율적으로 구글의 번역기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게임의 순기능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집중하고 다른 고수의 영상을 보며 분석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의 카테고리 중에는 마인크래프트 관련 포스팅이 존재한다. 그 포스팅의 내용은 모두 아이가 노트에 작성하고 스크린샷을 찍고 업로드한 결과물이다. 물론 처음에는 단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퇴고를 진행해 주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상당량의 문서를 작성하고 어떻게 글을 쓸지 시스템을 분석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순기능이 있다면 역기능도 존재한다. 아이들은 타자 속도가 느리고 게임의 특성상 바쁜 마우스 컨트롤을 하는 중간에 채팅으로 의사소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욕을 수도 없이 남발하여 언어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아이가 게임으로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눈여겨보고 잘못된 언어 습관이 생기면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음성 채팅을 금지해도 언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래도 플레이하며 문장을 완성해서 길게 타자를 치며 소통하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ㅈㅁ', 'ㅅㄱ', 'ㅎㅇ'와 유사한 초성 단어를 사용하여 주로 소통한다. 이러한 단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언어 체계에 문제를 줄 수 있다. 주의 깊게 관찰하며 초성의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부모가 직접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성을 기르기도 하지만,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 가족은 식사 시간은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게임 도중에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면 강제로 접속을 종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함께 플레이하는 파티 상태에서는 한 명의 접속 종료는 다른 여러 명의 유저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아이는 부모의 식사시간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접속 종료하는 행위로 아이들 사이에서 소위 따돌림을 당했다. 매번 파티 플레이 도중 나가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는 그런 상황도 모르고 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하지만 여기서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바꾸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의 서러움을 부모에게 털어놓지만 정작 갈등은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평소에는 잘 들어주고 공감하다가 한두 번은 본인이 직접 왜 그런지 갈등 상황을 해결해보라고 조언해 준다. 아이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게임에 접속하여 자신과 함께 하지 않는 이유를 묻고, 파악한 다음 자신이 적절한 시간 분배를 통해 앞서 있었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게임은 하나의 문화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시대다. 무조건 게임은 나쁘고 미디어는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미디어로 어떻게 아이의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학부모가 공부하고 관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게임 개발자로 오랜 시간 보낸 나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교육은 아니지만, IT에 전혀 문외한인 부모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조금씩 관심을 갖고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온라인 게임에서 어떤 유저를 만나는지 정도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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