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어느 누구도 관계를 벗어나 생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서양의 개인주의가 영향을 주면서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건강한 관계 형성을 배우지 못하며 자란 어른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지 못한 채로 자식을 양육하며 악순환을 대물림한다. 이러한 현상은 OECD 행복도 꼴찌라는 불명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음에 분명하다.
<불행한 관계 걷어차기>의 저자는 서양에서 시작한 상담의 이론을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으로 오랜 세월 상담자로 내담자를 만났다. 또한 가톨릭 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전공 교수로 30년간 재직한 명예교수로 추대되었고, 현재는 극동 상담 심리 연구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에서는 평소 상담에서 만난 내담자들이 힘겨워하는 관계를 10가지 원칙으로 추려 삶에 지혜를 더해준다.
다른 심리 도서와 다르게 상담에서 있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사회에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일침을 가한다. 글을 읽다 보면 내담자와 비슷한 상황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옛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에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하는지 힌트를 얻기도 했다.
한 챕터가 끝나면 행복한 관계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내담자의 사례를 살펴보며 얻은 속 시원한 해결도 가끔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분명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글도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큰 보탬이 된다. 그렇다면 <불행한 관계 걷어차기> 저자가 이야기하는 10가지 원칙에서 몇 가지만 가볍게 살펴보자.
인간은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하여 내면에 어떤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가장 해결하기 쉬운 분노라는 감정 형태로 폭발한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분노가 쌓이지 않도록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더라도 타인과 대화를 통해 억압된 감정을 해소해야 엄한 곳에서 터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화를 하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인지하고 인정해야만 타인과 대화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대화 자체에 거부감이 생기고,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악감정이 쌓일 수 있다. 대화도 슬기롭게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수많은 심리학, 인간관계 관련 도서에서 언급한 방법으로 i-화법, you-화법이 있다.
i-화법은 내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렇지만 you-화법은 대상 자체가 자신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타인이라서 자신이 느낀 감정이 타인에 의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대화 방향을 유도한다. 이렇게 대화를 하면 당연히 자신 안에 남아 있는 감정은 타인에 의해서 생겨서 해결하지 못한 채 내면에 남아있게 된다. 결국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가 그대로 남게 된다. 저자는 이처럼 표현을 하지 못한 감정을 쌓아 놓지 말라고 조언해 준다.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을 가끔 한다. 과거의 잘못으로 현재 상태가 엉망인 상황에서 그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그 일이 과연 통제 가능했던 일인지 아닌지 분리가 필요하다. 통제 가능한 일에서 어쩔 수 없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비슷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만 상당수가 과거의 일을 들추며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 얽매이기도 한다.
이렇게 살면 사람이 더 초라해지고 내면의 감정은 부정적인 기운으로 넘쳐난다. 문제는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은 쌍방 간의 잘못으로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잘못한 것보다 상대방의 태도에 불만을 품거나 분노해서 문제가 불거진다.
물론 타인의 행동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고 쳐도 적절한 반응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서로 간에 악감정은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관계는 주체와 대상 간에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앞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현명한 처방이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며 주변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푸념했다. 생각해 보면 타인과 벽을 세우고 더 이상 깊게 나누지 못했던 지난 과거가 많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그만큼 외면적인 고마움도 표현해야 하건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 마음으로 감사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은 그런 상태를 알지 못한다. 내면에 품고 있는 고마움은 겉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내 삶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여전히 계산적인 관계로 주변의 관계를 형성하는 듯해 보인다. 그런데 독서를 시작하고 생활의 안전감을 유지하며 이러한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느껴 최대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으며 한국인의 직장 문화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농경 사회로 집단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동양 문화에서 너무 벗어나 개인주의를 지향하다 보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타인도 자신의 신념이 있듯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 보다 존중하려는 태도를 지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융통성 없는 성향으로 가장 힘들었던 사고방식은 생각을 흑과 백으로 나눈다는 점이었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항상 성공과 실패라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유연성 있는 삶을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이분법적인 사고가 툭하면 나타나 탈피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고치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흑백논리로 사고의 편협함으로 치닫는지 자주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중요한 행동은 아무래도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래서 꾸준히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독서를 멈추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고 어떤 일에 도전을 토대로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는 매우 당연한 진리를 깨닫고 인생의 연륜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생활하며 중요한 행복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불행의 관계 걷어차기>에서 사례가 하나 나온다. 어떤 직장에서 면접관으로 지낸 분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대기업은 창의력과 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중소기업은 사람들 간의 협업하는 문화를 더 선호해서인지 능력보다는 협동 능력을 우선시한다고 했다.
직장은 입사하는 순간부터 회사의 업무를 습득하고, 소통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회사 생활을 영위해야 만족한 사회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원 간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거나 정확하게 자신의 업무를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우물쭈물하며 오히려 업무에 지장을 준다면 업무 능력이 출중해도 사람들은 함께 일하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인간이 사는 사회는 인간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고, 행복을 주는 것도 인간이다. 그래서 상처받는 게 두려워 인간에게 받는 행복을 간과한다면 과연 올바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독이라는 단어는 자신만의 시간도 오롯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아무런 인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지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부족하지만 관계를 통해서 배우며 성장하려는 마인드로 확장한다면 관계에서 얻는 이점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받는 단점보다 월등히 크다고 생각한다.
<불행한 관계 걷어차기>에서는 이러한 인간에게 얻는 큰 이점을 잘 이용하여 불행한 인간관계를 뛰어넘는 삶을 살면 어떠냐고 조언해 준다. 내담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작가의 상담 사례를 보면 뜨끔하기도 하겠지만, 인생의 문제를 조금은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도서 리뷰는 '스몰빅라이프' 출판사에서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참고 도서 : <불행한 관계 걷어차기>
저자 : 장성숙
출판 : 스몰빅라이프
발매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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