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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an 07. 2021

인간관계가 협소한 사람들의 특징

학생 시절에는 알지 못했다. 사회성이라는 후천적 기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말이다.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며 점차 관계가 좁은 사람으로 전락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려고 발버둥 치는 동안 내면은 안정감을 누리기 어려웠다. 그저 독립하려는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보일수록 인간관계는 더 협소해졌다. 특히 동성인 남자 어른을 마주하면 침묵하고 무료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경계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 둘 곁을 떠났다. 왜 이러한 협소한 사회 반경을 만들었을까. 인간관계가 풍성해지지 않고 얕은 인맥을 형성하며 외로운 감정을 느껴도 주변 사람을 돌보는 관계가 지극히 겉치레라고 치부하며 소홀했다. 소외감을 느끼면서 관계를 풍족하게 만드는 일에는 소홀했을까. 그 궁금증을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 miteneva, 출처 Unsplash

인간관계가 협소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남들이 알아서 자신을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동시에 너무 친근하게 접근하면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책에서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분노 5단계로 이를 설명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사상가 겸 정신의학자이다. 그녀는 분노의 5단계를 부정, 분노, 타협, 침울, 수용으로 심리상태를 구분했다.


책을 읽으며 인생의 분노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우울감을 벗어나려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3년 전만 하더라도 분노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인간관계가 협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감정이 상하고 상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는 주변에 사람이 안정감을 누릴 수 없다.


공허함이 밀려오는 어느 날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으며 조금씩 변화하며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공허한 내면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의 걸친 사색 끝에 스스로를 인정하는 단계로 변화했다. 그동안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아온 지난날이 떠오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의존적 관계에 있었다.



관계에서 독립성이 차지하는 중요도

© alexiby, 출처 Unsplash

신생아는 태어나면 부모와 상호 의존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차츰 성인으로 자라며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 아무리 가족 관계라도 타인에게 고정되어 삶을 살아가는 행동은 해로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고 숨이 막혀 회피하고 감정을 내면에 억압한다. 부모-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어떤 관계에서든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아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자아를 통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의 끝도 없는 욕심은 독립심을 키우지 못한 의존성 성향을 더욱 내면에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의존적인 행동에 어머니는 어떻게 인내하며 삶을 살아왔을까.


자식에 대한 단순한 책임감일까. 아니면 자식에게 부부의 관계가 잘못됐다는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않은 인내였을까.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였을까. 부모님은 절대 나약한 모습을 자식에게 비추지 않았고, 무엇이 고통스럽고 어떻게 사회성을 길러야 할지 교육하지 않았다. 아마도 부모님 스스로도 사회성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알지 못한 건 아닐까. 아무래도 부모의 세대는 이혼이라는 행위가 자칫 자식 세대까지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결핍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심한 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자식에게는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인내하셨다.


열심히 인내하는 데 아들은 그러지 못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샘솟았을 지도 모른다.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가짐은 내 안에 항상 있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스스로 습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주변의 어른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항상 성공해야 했고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칭찬 없이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 어느 정도 노력해야 '부모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도무지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감정의 표현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가족의 소통 방식에 점차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는 겉으로 전혀 문제없는 반항아로 자리 잡았다.



연민의 고갈 증상

© zacdurant, 출처 Unsplash

때로는 부모님이 살아간 세상의 고통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연민이라는 감정이 생겼지만 이러한 연민의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건만 항상 인내해야 하는 건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인내하던 중 연민의 고갈 증상이 너무 커져버렸다.


극도로 쇠약해진 감정으로 매우 예민한 상태가 되었고,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없는 부족 상태로 전환되었다. 매사에 초연한 감정으로 무엇을 해도 흥미를 잃고 무감각해갔다. 작은 성공으로 성취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잘해야'하는 아버지의 피드백은 '나는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냉소적인 성향이 매우 강해졌다.


세상의 일은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고 다시 도전하며 작은 성공을 성취감을 맛보아야 성장한다.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에 냉소적인 반응은 이미 도전 의지를 꺾어놓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점철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인지라 '짜증'은 점차 늘어만 갔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상태에 빠져들며 무엇을 하든 절대 만족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상태에서 무료한 삶을 살았다.



의존적 어른의 심리

© element5digital, 출처 Unsplash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는 이러한 고갈된 상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실존주의 철학에 입각한 심리 처방으로 조언해 준다. 의존적 어른의 심리는 명확히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정신 질환 장애에는 의존성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그리고 심리, 정서적 미숙이라고 구분한다. 대부분의 의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인격장애보다는 정서적 미숙 상태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회피성 인격장애와 정서적 미숙의 경계선에 있는 건 아닌가 자가 진단해보았다. 실존주의 심리학은 4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1. 죽음과 비존재

2. 실존적 고립

3. 삶의 무의미성

4. 자유와 책임


이러한 내용은 방어기제가 존재한다. 자아 성찰을 통한 성장을 거부한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공허한 삶을 산다. 그리고 행동을 거부하며 죄책감에 휩싸여 강박적 사고로 이어진다. 독립하고 싶은데 의존성을 버리지 못하는 분리 거부가 나타난다.



인간관계를 풍성히 형성하려면?

© iamchang, 출처 Unsplash

'나의 꿈은 무엇인가' 안정적인 직장으로 모든 삶에 목표를 달성했다. 그렇지만 직장 자체에 해결책이 존재한 건 아니었다. 삶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하나의 거쳐가는 관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뇌를 지배했다. 의존성에서 벗어나는 중대한 사건이 40대에 시작됐다. 삶에 대한 두려움은 부모와 분리하고픈 마음으로부터 시작했다. 가장 마음의 걸림돌은 '어머니'였다. 부모를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의존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면 감정적 해상도가 낮다. 즉,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억압 때문일까. 공감능력은 현저히 감소하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내면에 깊게 자리 잡는다. 항상 부족한 능력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내면에 가득했다. 직장 내에서 노심초사했던 날들이 상당히 많았다. 모르면 물어보며 학습하고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도전하는 그 자체가 두려웠고, 질문으로 비난받을까 봐 망설여졌다.


특히 이직 시기와 맞물려 가면 증후군의 증상은 또렷이 나타났다. 별것 아닌 일에 민감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태도로 주변의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었다. 신경과민 문제는 쉽게 상처받고 감정이 상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렇게 가면 증후군, 회피성 인격장애로 고생하던 나에게 어떤 희망의 빗줄기가 비쳤을까. 우선 나부터 변해야 주변 환경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렸다.




인간 중심 상담치료를 접하며 우선 경청하고 인정해 주는 효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몸소 체험했다. 그래서 작은 성공으로 자신감을 찾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더욱 큰 성공으로 이어가는 자아 효능감을 키웠다. 결국 작은 성공은 주변에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고, 관계의 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 무엇인지 통찰을 얻었다.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이다. 학습을 토대로 더 넓은 관점을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변화하고 싶은 간절함이 예전부터 골머리 앓던 '회피성 인격장애'를 회복하는 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참고 도서 :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저자 : 유디 세메리아

출판 : 생각의길

발매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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