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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Oct 25. 2021

아이가 성장해도 부모의 걱정은 줄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 2차 백신 접종으로 몸의 기운이 여느 때와 달랐다. 2차 접종을 마친 다음 날 아내도 2차 백신을 접종한 상태여서 둘 다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아내의 상태가 나보다 괜찮아 다행이었지만, 온몸이 뻐근한 근육통으로 며칠은 땀을 흘리며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오후 일과를 보내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12살 나이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12살의 기억이 희미해서 무언가 능동적으로 해야 할 일을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행동이 대견하다고 느낀 듯하다.


학원이라고 해봐야 미술, 피아노, 그리고 생활 체육 개념으로 검도를 보내고 있지만.. 학원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한참 성장기답게 배가 고프다며 이것저것 찾아 음식을 섭취했다. 그리고 하루에 꼬박꼬박 아내가 내준 숙제를 마무리했다. 이런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아무튼 지금 상태는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끝내려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게임은 시간을 정확히 제한을 두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대의 전두엽은 충동에 굴복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아이가 모든 하루의 해야 할 일을 끝마치고 게임에 열심인 상황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새우깡’을 꺼내 짭짤한 맛을 느끼며 넷플릭스 화면에서 무엇을 시청할지 뒤적거렸다.


넷플릭스를 보며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을 거의 다 먹을 즈음 아이의 게임 시간이 끝났다. 아이는 한가롭게 새우깡을 먹으며 화면을 응시하는 나에게 다가와 새우깡 봉지에 손을 넣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새우깡을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는 얼마 남지 않은 새우깡을 모두 먹고, 아쉬운 얼굴 표정을 지었다. “새우깡 더 없어???”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대꾸했다. 더 먹고 싶다는 아이의 욕구를 그저 모른척하기 어려웠다.


“더 먹고 싶으면 가서 사 올래??” 아이는 곧바로 다녀오겠다고 대답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참고로 밖에 나가기 정말 싫어하는 녀석이다. 옷을 갈아입는 자체가 귀찮다는 이유로.. 그런 아이가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건 정말 새우깡이 더 먹고 싶다는 마음을 대변한다.


아내는 아이에게 지역화폐 카드를 내밀며 먹고 싶은 새우깡을 사 오라고 언급했다. 조금 늦은 저녁이라 걱정이라는 아내의 말을 뒤로하고 아이는 홀로 씩씩하게 문을 나섰다. 조금씩 독립심을 키워주려는 부모와 그에 응답하는 아이를 보며 그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금방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는 중에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XX지역화폐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매장입니다”


알람을 보자마자 당황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리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핸드폰을 아이에게 지원해주지 않아 연락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급하게 마스크를 쓰고 슬리퍼를 신고 카드를 챙겨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나름 최대한 빨리 아이가 결제한 매장으로 내달렸다. 금방 도착한 매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고요했다. 계산대에서 기다리거나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일 것만 같았던 아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계산대에 계신 점원에게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혹시 다녀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점원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이라고 말하며, 다른 곳에서 물건을 구입하라고 알려주었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바로 점원이 알려준 곳으로 가려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멀찍이 아이가 무언가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크게 이름을 불렀다. 길을 건너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을 기다리던 아이는 모습을 확인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가까이 다가가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당황하지 않았어? 지역화폐 결제가 지원하지 않는 매장이라고 알람이 울려서 아빠가 달려왔어."

"응. 전혀 당황하지 않았는데.. 가게 사장님이 결제가 안 된다고 여러 번 시도하신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생각하고 과자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고 나왔어."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당황한 아이의 모습을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적절하게 잘 대처한 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집에서는 아직 어리광을 부리며 엄마, 아빠에게 한 없이 아기처럼 보이던 아이가 밖에서는 나름 성숙한 모습을 보여서 의외였다.


우리는 가까이에 함께 하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의 모습을 인지하기가 참 어렵다. 그렇지만 가끔 보는 누군가는 아이가 많이 컸다며 신기해한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 12살 아이지만 밖에서 알게 모르게 경험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며 대처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나름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아내와 나의 양육 방향성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대처한 내용을 들은 아내도 의외로 밖에서는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며 신기해했다.


90대 부모가 70대 자녀를 걱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이는 성장해도 여전히 부모의 마음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때로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과정도 꽤 괜찮은 시간이지 않을까. 아이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걱정은 줄어들지 않겠지만, 아이가 지닌 호기심과 애착관계에서 파생된 여러 긍정적인 반응은 배워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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