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상이 공황장애였다고?
직장에서 가끔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힘들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 대화를 나누면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떤 증상인지 그리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 몰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공황장애가 어느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에게도 공황 장애가 있을까?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거나 목을 조이는 느낌을 받아 내린 적이 있는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모두 공포 즉, 공황장애의 한 증상이다. 사실 공황은 심인성 장애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中
마음이 불안하고 강박증이 심한 30대에는 한 직장에서 근속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1년에서 3년 사이에 직장을 옮겼다. 물론 내 의지대로 직장을 계속 다니지 못한 경험도 두어 번 있었다. 하지만 이직을 결심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는 기간 내내 불안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새롭게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압박이 자아를 조금씩 파괴했다. 보통의 경우 이직하더라도 특별한 증상은 없었는데 면역체계가 많이 망가져 체력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이상한 증상으로 고통받았다. 그 증상은 목이 조이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구글신에게 물어봐도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내원하며 전전긍긍했다. 내과 진료를 보아도 아무런 신체적 증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자주 방문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분만 증상을 어느 정도 유추하셨다. 근래 들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냐는 질문으로 신체 증상이 아닌 정신 장애를 예측하시고 약을 처방해주셨다. 물론 처방받은 약으로 상당히 호전되어 불편한 목 조이는 느낌은 없어졌지만 그 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의 매번 증상이 나타났다.
내 안에 존재하는 공황 증상을 지금까지 공황 장애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목이 조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증상은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트레스로부터 온다. 그렇다면 직장 내에서 자주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 두려움일까. 타인의 시선과 직장 상사의 평가 때문일까. 아니면 아무런 반응이 아닌 일에 내가 예민하게 대응하는 건가 의문이 든다.
과연 나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패턴은 무엇일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운 나에게 해결책이 있을까. 이직을 하거나 팀을 옮기거나 새로운 모임에 나가거나 대중 앞에서 발표할 때 심하게 두근거리는 나의 마음이 어떻게 해서 그 상태가 되는지 알고 싶다. 이러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무대 공포와 대인 관계 공포는 신체가 우리에게 보내는 지극히 건전하고도 정당한 반응이다. 공포의 주요 목적은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우 공포는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기도 하고,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여온 결과로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니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애써 무시해왔던 결과가 바로 목 조이는 느낌의 증상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은 뇌에 긍정적인 삶의 느낌을 저장하는 시냅스를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구축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中
우리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신기하게도 더욱더 생각난다. '스트레스받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또렷이 생각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뇌 구조가 확실하게 바뀐다. 우리의 뇌에서 발생하는 시냅스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대뇌에서 소뇌로 옮겨지고 미엘린화되어 잠재의식에 저장된다.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상황도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과 동일하게 작동한다. 이렇듯 자꾸 상황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노출 치료나 정신분석은 시냅스를 더욱 강화시킨다. 기껏해야 두려움을 느끼는 감각을 약간이나마 무디게 하여 고통을 줄이는 것뿐이다.
목이 조이는 느낌은 내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아무리 진찰해도 이상 없다고만 할 뿐이었다. 이직할 경우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직의 스트레스가 직장인에게 가장 크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마도 엄청난 압박과 신체의 쇠약이 겹쳐져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 부담이 압박으로 다가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장애가 온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해본다. 이러한 장애를 심인성 장애라고 부른다. 이런 증상을 해결하려면 통증이 나타난 부위나 기관들이 건강한데도 어떻게 정신이 신체적 통증이나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해야 한다.
잠재의식은 가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서 위험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황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잠재의식이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中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심각한 피부질환을 앓았다. 아마도 잠재의식 속에서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참고 다니라는 엄마, 아빠의 말에 억압당해 폭발한 고통이 질환으로 나타난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직관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직관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말을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해석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데 무엇이 잠재의식이 내리는 결정이며, 무엇이 이성이 결정하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직관이 어떤 것에 대해 분명하게 'No'라고 말한다.
가끔 건강검진을 받기 전날부터 조금씩 근심 걱정이 생긴다. 이러한 걱정은 불안으로 승급하고 급기야 혈압을 측정하는 시간에 불안은 최대로 증폭된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와 재검진을 받는 경우가 생기고 나서부터 걱정이 생겼다. 수동 혈압 측정기가 아니라면 기계에 손을 넣고 측정 중에 긴장한다. 팔에 압박이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혈압은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우리는 여러 번의 경험으로 불안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잠재의식은 이를 더욱 시냅스를 만들고 각인시킨다.
사랑하거나, 떠나거나, 아니면 바꿔라.
스스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제대로 사랑하기 어렵다. 언제나 이타적인 사람은 본인이 피곤하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욕구를 스스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없다면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이 있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행동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긍정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포는 대부분 오류에 의한 뇌 자동화 때문에 나타난다. 공포는 배우고 습득하는 행동인 까닭이다. 다행스럽게도 뇌 연구 덕분에 그런 행동 패턴이 뇌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中
교통사고의 경험이 공포를 형성했다. 그리고 뉴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가 뇌에 일정 부분 각인되었다. 하지만 실제 경험하지 않았고,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공포가 신체적 고통을 동반하진 않는 듯하다. 대부분의 공포는 자주 경험하는 상황으로 시냅스에 저장된다. 공포를 다시 경험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신체적 고통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공포를 무서워하는 공포야말로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주의를 전환시키는 방법은 잠시 문제를 미뤄둘 뿐이다. 이는 결코 잠재의식에 있는 공포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약에 의존해야 할까? 저자는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부정어 없이 10개의 문장을 만들어라.
자기 긍정 확언은 자기계발에서 자주 사용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표현은 목표를 이루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다만, 그러한 목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항상 좋은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건 심리적으로 올바른 길이지만, 항상 인생은 원하는 만큼 이루어내기 어렵다. 결국 메타인지를 높여야 하고,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을 꽤 괜찮은 존재로 판단하기에 합리적인 선택이 불가능해 보인다.
저자는 10개의 문장 가운데 하나의 문장에 집중하고 10일 동안 목록 전체를 연습해보라고 한다. 이렇게 연습하는 방법은 인간의 5가지 감각인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을 이용하여 시냅스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긍정 확언과 감정 훈련은 어찌 보면 미엘린을 만들어 예전의 경험을 순화하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이 역시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공포와 관련된 미엘린에서 기억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막에 있는 펭귄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펭귄이 사막에 존재하는 이상한 상황이 이미 발생했다. 왜 상황이 발생했는지 묻고 따진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다. 문제가 발생했으니 재빠르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상대적으로 해결책을 빨리 발견한다. 펭귄을 어떻게 하면 물가로 옮길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5가지 감각인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을 통해 공포를 활성화시킨다. 나는 그중에서 시각적인 공포를 자주 경험한다. 시각적인 통로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공포는 특정한 장면을 연상하는 형태를 띤다. 의식 상태에서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나의 내면에는 무대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학원 프로젝트에서 연구실 소속 사람들과 교수님들 앞에서 진행 상황 브리핑을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긴장한 탓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잘 모르고 발표했던 그날은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무대 위에 올라 발표하는 상황이 정해져 있다면 당시 그 상황이 떠오른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공포는 특정한 패턴을 따른다.
우리는 병든 생각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각도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에서는 인간의 5가지 감각으로 찾아오는 공황 장애를 고통이 찾아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음이 상태가 어떤지 다시 꺼내보라고 하지 않고,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을 처방받아보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단지 뇌의 화학반응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여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다양한 실질적 방법을 알려준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