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기 힘들다. 유년 시절에 견뎌내는 방법을 습득하고 연습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보다 쉽게 회복한다. 반대로 학습하지 않고 회복 탄력성이 낮고 민감한 사람은 부정적인 피드백 하나에도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마치 자신이 두들겨 맞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단지 자신이 한 일의 가치가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판단하고 힘겨워한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며 부정적 피드백에 유연하게 대처한 기억이 없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제대로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웠다. 침투적 사고로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다반사였다. 사회생활에서 아무리 건전한 피드백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니 당연하게도 성장은 더디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15년 직장 생활 동안 8번의 이직은 피드백에 민감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냥 이렇게 민감한 상태로 괴로움을 그대로 둔 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민감한 성격으로 혼란스러운 자아를 다스리고 또 회복할지 알아가야 할까. 아무래도 회피하는 행동보다 민감이라는 주제를 알고 대처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는 4가지 접근법을 소개한다. 그 4가지는 자각, 재구성, 치유, 세상과 접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우선 스스로 민감하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는지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그런 인지 과정을 거쳐야 과거의 상당 부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한 과거의 기억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재구성할수록 자긍심은 회복한다. 그런데 재구성 과정에서 내면의 변화를 겪으며 강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기도 한다.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더욱 고통을 느끼고 좌절할지도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해야 한다. 하지만 미루기만 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고, 훗날을 기약하는 자세는 자신을 기만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마지막 요소가 꼭 필요하다. 바로 다양한 공동체에 참여해야만 한다.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공감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선 스스로 민감한 사람인지 체크부터 해보자. 23개의 질문 중 12개 이상을 체크한다면 당신은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의 연륜이 조금씩 쌓이며 예전보다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민감성을 선천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민감한 특성이 선천적으로 부모님에게 물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향상되거나 줄어들고,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미세한 부분을 포착한다. 포착한다는 의미는 무언가를 느끼는 수준이 다른 사람보다 불편함에 빠르게 도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이 '까칠하다', '특이하다'라는 말로 사회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감성 테스트에서 15개 이상을 체크하며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고 인지했다. 지난날을 회상해보면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시야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반응하는데 소비하는 에너지가 상당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예민하고 성격이 까칠해서라고 이야기하며, 성격 개조를 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양한 심리 서적을 읽어보니 무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며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런 민감성이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최초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유년 시절의 내 모습은 투덜이 스머프와 닮았다. 안정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아니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 하려는 아버지와 삼 남매를 홀로 키우는 어머니로 인해 충분히 관심을 받지 못했다. 유년 시절의 불안정 애착은 민감함을 더욱 증가시켰다.
심리학자들은 아이가 안정 애착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특별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에서는 어머니의 과잉보호와 무관심을 이야기하지만 주 양육자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본다. 주 양육자가 어머니든 아버지든 할머니든 아이와 안정 관계에 있다면 마음 놓고 모험을 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당연히 한 명의 양육자가 더 참여하면 아이의 애착 형성에 유리하다. 부모의 사랑에 부족함을 느낀 아이가 조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부족한 애착을 회복하고 안정 애착으로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도전을 극도로 싫어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실패와 실수는 용납할 수 없었고 무조건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도전 의지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려고 했다. 실패를 용납할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형성된 패턴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성공으로 이끌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세상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다 되던가. 어려움에 봉착할 경우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방어적 태도로 문제를 회피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유년 시절을 보낸 민감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을 어렴풋이 터득한다. 아마 지금까지 자신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일중독에 빠지거나 지나치게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 수는 없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실패와 실수는 포기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단어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씩 천천히 하다 보면 어느덧 50보, 100보를 걸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경쟁 심리는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가야만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회에 동화되어 부모님은 항상 더 잘해야 하는 경쟁을 주입했고, 노력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셨고 칭찬을 해주지 않았다. 이대로 과거를 아픔으로 간직할 것인가? 우리가 경험한 일들은 중요하고, 정체성으로 이어지므로 과거의 아픔을 청산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인간관계로는 유년기에 기초한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없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오래 갈망하던 안정을 찾아서 세상으로 나가지만 자신이 찾는 대상에 대한 경험이 없으므로, 또다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익숙한 사람을 선택하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134p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긴장이나 부담감을 덜어주기를 기대하지만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회복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관계 속에서 좌절을 겪는다. 부모가 민감한 아이를 인정해주면 자신감이 가득 찬 상태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기 비하로 가득 차게 된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무엇이든 잘해야 하고, 정상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이런 극도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결국 자신은 해낼 수 없다는 고정형 사고방식을 취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도 부정하기에 이른다.
민감한 나는 인정받지 못하며 자랐다. 그래서 내면에는 자기 비하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비하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절대로 줄 수 없는 무능력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어도 겸손을 넘어 부족하다는 말을 줄곧 내뱉는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실패와 실수로 미래의 자아에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내면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도 실수와 부족함은 생기기 마련이다. 부족함이 틀린 건 아니라는 마인드로 생활하고 있다.
대인 불안은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사교적으로 서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지나치게 긴장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실수를 하거나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169p
공통 주제를 찾지 못하여 침묵하는 그 시간이 견딜 수 없이 불안하다. 관계에서 늘 어떤 대화가 오가야 한다는 강박이 대인 불안으로 나타나는 듯한다. 특히 남성 손윗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유년기 시절 아버지와 애착관계가 불안정으로 형성되어 있으니 부족한 게 당연하다. 부족하면 조금씩 채우면 된다.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세는 오만일 뿐이다.
그렇다면 민감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어떤 특성이 나타날까. 그들은 완전히 휩쓸리기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민감성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떠한 환경 속에서 장점으로 발휘되는지 점검해보면 관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고 도서 :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by 알레인 N. 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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