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B. 사물과 도구_ 질문 6.
오늘도 두괄식 스포부터! A ) 블루투스 키보드! ㅎㅎ
<물론, 그 이전에, 핸드폰의 존재가 먼저이겠지만 >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오기 전까지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그 착한 오빠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먹다짐을 했었으니 말이다.
내가 가장 먼저 사용해 본 컴퓨터는 얇은 모니터도 아닌, 책상을 다 차지하는 두꺼운 화면의 486, 후에는 펜티엄 3 모니터였다.
그때는 그런 기계의 크기조차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도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것 자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 같다. (떠올려 보면 나의 첫 번째 SNS가 전학을 오기 전 첫사랑을 찾으며 설레어하던 ‘아이러브스쿨’이었던 것을 보니.ㅎ)
지금은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는 것을 넘어서 영상통화를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PC에서 시작된 나의 ‘아이러브스쿨’은 ‘다음 메신저’가 되었고, ‘세이클럽’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싸이월드’가 탄생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글’이라는 것을 썼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안다. 물론 그것은 ‘글’이라기보다는 ‘오글’ 일 것이다. ㅋㅋ) 그러나 생각을 어딘가에 남기는 것이, ‘일기장’이 아닌 세상을 향한 외침은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조차도 PC로만 가능하던 시간을 지나 기능은 이 작은 휴대폰으로 넘어왔다. ‘카카오 스토리’와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생겨났고, 이후 조금 더 ‘글’ 다운 것들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지금 이런 브런치와 같은.) 그리고 이제는 글들을 모아 종이 책이 아닌 전자책을 출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가 있었지만, 엄마의 '눈이 나빠진다.'는 잔소리로 오래 사용할 수 없었고, 그래서 다이어리를 꽤나 오랜 시간 써왔다. (잔소리가 아닌 듯하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의 시력은 2.0, 2.0으로 안경을 쓰지 않았었으니.. - 기억도 잘 안나는 안경 안 쓴 어린 시절의 (진짜) 예뻤던 청순쏘ㅎ)
그리고 컴퓨터와 휴대폰을 이용해서 앞서 나열한 SNS와 노트북 파일에도 많은 기록과 생각들을 남겨왔었던 것 같다. ( 2013년도 즈음 노트북에 커피를 엎으면서 나의 기록들을 죄다 잃고 속상해 한동안 아무것도 못한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ㅠㅠ )
둘 중에는 손으로 쓰는 것을 조금 더 선호했었다. 사각사각 써 나가는 느낌이 좋기도 했고, 글씨가 예쁘게 써지면 왠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참 좋아졌기 때문이다. ( 그래서 정성을 담아 손 편지를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많이들 받아보셨는가? ㅎ 안 버리고 잘 가지고 있는가? ㅎ 찔리는 사람 손!)
손으로 다이어리를 쓰다 보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글씨와 꾸미는 스타일이 드러나는 점도 참 좋았다. (개판이어도 나중에 보면 '내가 이땐 힘들었구나.' 하고 그때의 내가 보였기에 토닥여줄 수 있었으니까.)
또한, 쓰는 걸 더 선호했던 이유는 집보다는 카페에서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뚜벅이라
노트북은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고, 작은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오타가 생각보다 많았으며, 한참을 붙잡고 쓰다 보면 늘 팔이 저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연필을, 펜을 붙잡고 있는 시간보다 타자를 두드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만난 시점부터 이다. 한 2017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매일같이 봇짐을 바리바리 지고 다니던 내게 (다이어리, 노트, 펜꾸러미 등등 가끔은 노트북까지.) 함께 교육을 받던 언니 한분이 달랑 웬 부채 같은 길쭉한 것을 하나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롤링 블루투스 키보드였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길쭉한 모양의 그것을 넣고 다니려면 가방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야 해서 작은 가방에도 넣을 수 있는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한다.)
아무튼 그 블루투스 키보드는 가히 나에게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컴퓨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니.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쓰고, 떠오르는 순간마다 수정할 수 있다니. 휴대폰이든 아이패드이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부터 다이어리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점은 좀 아쉽긴 하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계속 좀 써보려 했는데, 편리함과 스피드를 이기기는 어렵다.)
그래도 나는 블루투스 키보드의 편리함에 감사하며 열심히 글을 쓰는 한편, 나의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 펜을 놓지 않는다. 요즘은 필사와 캘리그라피로 그 마음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종일 내 몸에 붙어있는 휴대폰과 작은 가방에 늘 함께인 블루투스 키보드.
혹은 작은 종이 하나와 펜 하나면, 나는 어디서든 작가가 된다.
꿈에 다가가는 시작이 이토록 쉽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미래에는 얼마나 더 편리하고 좋은 기술들이 우리 삶의 세계를 넓혀줄까?
기대가 되면서도, 오늘 떠올려 본 나의 뚱 모니터와 핑크색 아수스 노트북과 추억의 SNS들이 그립다.
편리함만이 이 세상에 남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때는 그 시절만의 감성으로 가득하여, 소중한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 나의 지난 시간들을 아름답게 남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손때 묻은 수많은 다이어리들처럼.) 그 가치는 편리함으로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아, 그럼에도 지금 난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해서 이 글을 남기고 있네.. ㅎㅎ 자, 그럼 얼른 캘리그라피를 쓰러 가야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