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공동집필] 고마운 일상 B. 사물과 도구_ 질문 7.
A ) 무조건 ‘차’!!!!!!!
‘최근’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긴 한 시기지만, 한 2년 정도 되었고, ‘윤택’이란 말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이니. 이것의 나의 답은 ‘차’가 분명하다. 내 인생에서 삶을 윤택하게 만든 것을 꼽으라 한다면 그것도 ‘차’ 일 것 같다.
도대체 차를 몰지 않는 삶을 왜 10년이 넘게 살아온 것인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차는 내게 그가 생각한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 옷 같았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역마살이 있나 싶을 정도로 어딘가 가는 걸 좋아하는 나는 물론, 차가 없다고 해서 집에만 박혀있지는 않았다. 잘 걸었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보며 살아왔다.
하지만, 뚜벅이 시절과 다른 점은, 언제- 어디든- 편하게- 어떤 것이든 챙겨서-(봇짐부자의 행복), 어떤 복장이든 상관없이 갈 수 있다는 것! (그렇다. 나는 그냥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이 들면, 잠옷바람-물론 패딩을 걸치고 나왔다 ㅎ으로도 가끔 차에 올랐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밤중에 엄마에게로 달려갔었던 날이다. 사실 가장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엄마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가장 슬프고 힘든 날들을 보내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는 언제나 엄마에게로 가고 싶곤 했지만 내게 차가 있지 않을 때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했거나, 혹은 그런 마음을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럴 수 없었던 것을, 내 차가 있음으로 인해 너무나도 쉬워진 것이 아닌가. 차를 타고 달리며,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달고 이어져 끝내 행복에 닿을 수 있었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날 중, 근처에 갈 일이 생겼고, 엄마가 계신 그곳이 알고 보니 야경 명소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고, 너무나도 가보고 싶어 한밤중까지 무서운 줄도 모르고 그저 신나서 달렸다. 도착하고 보니, 숨이 멎게 아름다운 무지개 빛 야경이 나를 반겨주었다. 언제나 속이 뻥 뚫리는 하늘을 선물하던 그곳에, 깊고 깊은 은하가 펼쳐져있었다. 슬픔까지도 다 털어낼 수 있을 만큼 눈물 나게 예쁜 반짝임 들이었다.
순간, 22년 전, 한밤 중 엄마에게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려가준 선생님이 떠올랐다. 중학교 1, 2학년의 담임선생님이셨던 홍순애 선생님…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해 주시고, 책을 좋아하게 해 주신, ‘좋은 생각’ 구독권을 선물해 주신 잊지 못할 은사님이다. 그날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복도를 지나치며 인사하는 내게, 소문 무성하던 그 일이, 나와 우리 엄마의 일이었다는 것을 아시고는 와락 안아주며 “밥 먹자 소현아. 뭐 먹고 싶어?” 해 주셨다. 맛있는 밥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하자며, 노래방을 데려가 주시고는, 12시가 가까운 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라고 해주셨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입 밖으로 뱉은 나를 데리고 그 밤에, 그곳으로 데려다주셨다. (너무 슬퍼하며 눈물만 흘리는 아빠와 오빠에게 나는 늘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엄마를 대신해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만 삶을 살아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느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얼른 ‘차’를 몰아야지. ‘차’가 있으니 이렇게 오고 싶은 곳에 올 수 있구나. ”하고..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곁에 누군가 있었기에 그런 기회가 없었다. 워낙 덤벙대던 나라서, 쉽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았다. ( 사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다. 사고뭉치 흐규흐규 ㅠㅠ ) 그러나 아빠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주 먼 거리를 왕복 4시간이 걸려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고, 결국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정말 신세계였다. 멀리 다녀와도 몸이 힘들지 않았고,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해가 쨍쨍한 날에는 물론이거니와) 밖에 나가는 것이 좋았다. 친구가 보고 싶으면 달려갈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쉽게 나서게 되는 것이 좋았다. (오죽 좋으면 그 차로 나만의 공간까지 만들어냈을까ㅎ-물론 아직 그 차로는 가고 싶은 곳을 쉽게 가지는 못한다. 수동운전의 무서움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그러나,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아, 나는 이제 서울에서는 절대 못살겠군. (차 없이는 못 살 것 같기 때문이다.ㅎ)
아, 내일은 서울에 가야 한다. 고로 차 없이 가야 한다. 벌써부터 피곤하니, 어서 잠에 들어야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가는 중에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렌다.
버스나 기차여행은 또 그 나름의 매력이 가득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