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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례는 없어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by 소정


자기혐오

: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미워하고 싫어함

인간은 종종, 현재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더 나은 자신이 되기를 갈망한다. 외모와 성격, 능력과 배경 등, 이 모든 것들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인간 생에 있어 큰 영향력을 미친다. 자신의 외모와 성격, 가치관, 생각 등을 흔한 '예시'와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내뱉는 말 한마디, 생활 속의 습관과 선택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내비치지 못한다. 천재임에도 바보가 되고, 부자임에도 거지가 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을 작아지게 한다. 세상이 그렇다고 하니, 순순히 따라준다. 하지만 뜻밖에도, 세상은 그 누구도 지목하지 않았다. 그 편견에 자신을 지목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을 불신하는 단 한 명뿐이다.




01 이상적인 나


자기혐오는 단순히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자신을 향한 기대와 현재의 자신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더 나은 외모, 성격, 능력 등을 바라고,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면 현재의 자신을 부정해버리고는 한다. 이때 느껴지는 감정, 그것이 자기혐오다.

어떤 성과를 내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아예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외면해 버린다. 안타깝게도 이 감정은, 사실 자신이 더 발전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이 세상 누구도, 스스로 잘 되지 않길 바라지는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목표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룬 '이상적인 나'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상적인 나에 대한 집착은 현재의 나를 고립시키고, 외면하게 만든다. 이상적인 목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나를 외면하고 무시할 때 느끼는 그 고통을, 내가 스스로에게 줄 이유는 없다.



02 불완전하기에 존재하는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은 불완전하다. 각자 자신만의 생존 전략과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약점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약점에 대해 고뇌하고 더 나은 조건을 갈망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인간은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하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를 꿈꾼다. 이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의 조건을 넘어서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나를 온전히 인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자연의 생명들은 다르다. 겨울의 나무는 잎이 무성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워하지 않는다. 꽃이 만개할 자신을 상상하고 갈망하지도 않는다. 나무는 자신이 나무임을 안다. 잎이 떨어지고, 바람에 가지가 꺾여도 자연 안에서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것이 나무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 순간 살아 숨 쉬는 나 자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상적인 자신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이상에만 존재할 뿐이다. 지금 눈을 깜빡이며 숨을 쉬고, 활동하는 내가 보란 듯이 여기 존재한다. 이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나와 당신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사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나의 외모와 성격, 가치관과 생각 이 모든 것들이 또 다른 사례나 예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상상하며 지금의 나를 외면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세상에 나의 사례는 없다. 그러니 나와 비교할 대상도 없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그 상상 속 이상은, 어쩌면 현재의 자신이 이 악물고 외면하는 중일 수도 있다. 그 상상은, 뻔한 사례가 너무 많지 않은가?


선(善)이 당신 가까이 있고 또 당신 안에 생명이 약동한다면, 그것은 기존에 알려진 어떤 익숙한 방식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당신은 그 선과 생명에서 다른 사람의 발자취, 얼굴, 이름을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그 방식, 그 생각, 그 선은 온전히 새롭고 낯설다. 유사한 사례나 경험이 없다. -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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