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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쉴 틈 없이 요동치는

망망대해의 파도 같아요

by 소정


마음

: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어제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상대방이 오늘은 가깝게 느껴지고, 오늘 내세운 나의 의견이 내일이 되어서야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자주 변화한다. 마음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과 시기, 사람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의 어제와 오늘의 감정은 다르고, 지금 나의 생각을 내일의 내가 비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리저리 방황하기만 하는 마음은 아니다. 마음의 변화는, 분명 내가 겪은 경험과 성장이 기반이 된다는 것을 알아햐 한다.




01 내가 단단하지 못한 건지


의도하지 않은 마음의 변화는 종종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제는 확신을 가졌던 생각이나 감정이, 오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될 것처럼 달라진다. 내가 분명한 확신으로 내린 어제의 결정이, 오늘은 틀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은 스스로에 대한 갈피조차 잡기 힘들게 만든다. 마치 내 가치관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같이, 스스로의 줏대 없음에 종종 실망감이 느껴지고는 한다.

이 변화는 내 마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긴 하나, 그것이 나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마저도 변화시킨다. 내가 상대방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그 사람도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내 마음이 불편할 때는,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조차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느껴진다. 이런 감정의 변화는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흔든다. 내 마음이 흔들리면, 상대방의 모습도 나에게 위태롭게 다가온다. 정작 상대방은 평소와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인데 말이다.



02 망망대해의 파도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마음의 변화가 때로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임을 분명 알고 있다. 마음의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기복이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후회와, 죄책감과 같은 감정 또한 분명 내가 성장하였기에 얻을 수 있는 특권과도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시기와 상황이 나를 찾아온다. 이렇게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 것은 , 결국 내 경험의 역치가 그 사람과 얼추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마치 쉴 틈 없이 요동치는 망망대해의 파도와 같다. 어떤 때는 잔잔하다가도, 금세 강하게 밀려와 자연을 뒤흔들어 버린다. 부드럽게 구르는 파도는, 달의 중력을 만난 파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래사장에 부딪히며 찰랑거리는 파도는, 심해를 건너는 파도의 색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사람의 마음을 바다로 비유한 이유이다. 바다는 끊임없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마음도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기에, 그것이 변화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의문이다. 애초에 사람의 마음이란, 단 한순간도 한 곳에 머문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잔잔한 물가에도, 아주 미세한 파동이 일렁이는 것과 같다.


사람이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 구병모의 '아가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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