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는 사회"

by 내일도무사히

종일 심란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장에서 금세 찾았다. 2010년 읽었던 [진보의 재탄생].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어울리는 첼로를 켜는 노회찬의 사진이 표지.


2004년 진보정당의 사상 첫 원내 진입, 정당득표율 13%로 비례대표 순번 8번을 받았는데도 턱걸이로 국회에 입성했던 그때로부터 불과 4년 만에 당은 깨지고 절치부심해 나섰던 총선에서는 3% p차로 석패. 우울했던 2008년과 2009년을 지나 '진보의 재탄생'을 꿈꿨던 이들이 함께 노회찬과 대담을 했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는 사회'를 말했던 그. 그래서 책의 표지가 저랬다. 무슨 의미인가. 삶의 질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보다 더 품격 있다 생각한다. 수식하는 말 없는 '저녁'은 무엇으로든 해석할 수 있고 실제로 저녁은 있으나 돈이 없다는 식으로 변주되고 있으니. 악기 하나라는 건 삶의 여유와 문화적 소양을 뜻하니... 나 스스로도 돌아보면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으니. 노회찬은 실제로 어려서 첼로를 배우기도 했다 한다.


이 책의 서문은 노회찬이 썼다. 그 외에는 각 진보인사와의 대담과 다른 이가 쓴 글로 이뤄져 있다. 서문의 말미에 노회찬은 "진보의 꿈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다.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라고 적었다. 이 책이 나올 무렵, 삼성 X파일에 나온 떡값 검사의 실명을 폭로한 데 대한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였고 엄혹했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렇게 써놓고 겨우 8년이 지났다.


언젠가.... 당 대표가 됐을 때도, 퇴임할 때도 공식 일정의 처음과 마지막은 국회 청소노동자와의 식사였던 그...라고 어떤 글의 말미에 썼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완주 끝에 3위로 낙선했을 때 그에게 쏟아지던 비난에(그의 득표수가 1, 2위 후보 간 표 차 보다 많았다) 옹호하는 글을 썼던 게 기억난다. 별거 아닌 글이지만 정작 써놓은 게 없었다. 페이스북에는 어제부터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하는 쪽글이 쏟아진다.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면서도 인상적이다. 그 모든 게 노회찬이었다.


나에게는 친근한 아이돌 같은 분이었다. 더 오래 늙어가는 진보 정치인으로 보고 싶었다. 그럴 수 없게 됐다. 누구의 탓일까. 나와 그를 포함한 모두의 탓이다.


고인의 영면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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