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북적북적>을 친애하는 동료 기자와 나눠 하게 되면서 이 브런치 업로드 간격이 2주에 한 번으로 꽤 줄었다. 그러던 차에 슬금슬금 구독하는 분들이 늘어 이를 어쩐다 궁리하다 독서 근황이라도 정리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북적북적>용 책을 고르는 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꽤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적당한 낭독용 책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북적북적>에 임하는 나만의 원칙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새로 나온 책을 읽는다.(가급적)
2. 내가 읽은 책을 읽는다.(당연히)
3. 내가 산 책을 읽는다.(주로)
4. 작은 출판사 책을 읽는다.(가능하면)
0. 책값은 아끼지 말자.(ebook 제외)
아무래도 고전이 아닌 이상은 책에도 시의성이 있고 맥락이 있다. 학창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나이 들어 읽어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있듯,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청취자들이 책의 독자가 되었으면 하는 게 팟캐스트의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니, 새 책을 권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내가 읽은 책을 읽는다"는 건, 누구의 청탁이나 의뢰가 있다 해서 아예 안 읽을 건 아니지만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읽는다는 의미이다. 종종 <북적북적>에서 소개해줬으면... 하고 책 소개를 부탁받는 일이 있는데 거의 읽은 적이 없다. 회사 업무로 하긴 하지만, '일과 취미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업무로 하는 일이니 책값은 회사에 청구해야겠지만 내가 사서 읽는다. 출판사에 책 낭독 허가를 받기 위해 연락을 하면 가끔 "책 보내드릴까요?"라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전부 거절했다. 이미 책을 갖고 있고 읽은 책 중에서 낭독 허가를 요청하는 것이니. 가끔 이번 달에 책값 좀 많이 썼네... 싶으면 아쉬울 때가 없진 않다.
대형 출판사보다 작은 출판사 책을 선호하는 건, 낭독 허가가 더 수월하고 리액션이 좋다. 즉 더 좋아하신다. 팟캐스트를 통한 소개로 책 매출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지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쁜 일이다. 물론 가능하면 그런다는 것이고 큰 출판사가 좋은 책도 많이 내니 피할 순 없다.
마지막 0번은 앞의 원칙과 연결되지만,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독서 생활의 대원칙은 "책값은 아끼지 말자"이기에 왠만하면 산다. 다만 책 보관의 문제도 있고 가지고 다니는 것도 고려해서 요즘엔 e-book으로 많이 사는 게 달라진 점이다. 종이책보다 e-book이 싸니 아낀다고 하면 아끼는 것.
-이렇게 원칙 비슷한 걸 갖고는 있으나 매번 책 고르기는 어렵다. 소설은 소설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학술서적류는 또, 여러 문제점이 있다. 소설은 1인칭 독백류의 소설이 아닌 이상 대개 등장인물이 여럿이고 대화가 많다. 연기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긴 소설의 핵심을 읽어야 하지만 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특히 미스터리 소설 같은 경우에 더욱 그렇고. 이래저래 어렵다. 학술서적류는 재미 없고 딱딱한 경우가 많다. 어렵기도 하고. 읽는 데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진득하니 읽고 정리해 낭독하기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엄두를 못 낸다. 에세이가 가장 수월하긴 하지만 만날 에세이만 읽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 책은 에세이를 골랐는데...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아 원칙 1에서 좀 벗어나 3년 전 출판된 책을 골랐다. 그렇게 시의성이 떨어지진 않은 책이라고 스스로 위로.
-늘 <북적북적>용 책을 염두에 두고 책 정보를 수집하다가 골라놓은 책을 서점에 가서 확인해본다. 책 표지와 제목, 머리말, 중간 정도를 읽어보고, 사겠다 결심하면 e-book이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종으로 살지 결정해 산다. 기껏 사서 다 읽었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 읽고 이건 낭독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출판사에서 거절 당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보험으로 언제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준비해두기도 하는데 그게 다 떨어지면 겨울양식을 쟁여놓지 못한 다람쥐마냥 마음이 허하다.
-독서근황은 이제부터. 전자책을 정액제로 읽도록 하는 서비스가 여럿 나와 있는데 책값을 너무 가볍게 보게 만드는 거 아닐까 싶어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라는 앱이 제법 괜찮다기에 한달은 프리미엄 무료 구독이 가능하다 하여 급충동이 일어 가입, 일단 써보려 한다. 책 몇 권을 찾아보니 예상외로 없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심영구의 서재'를 꾸밀 수도 있어 만들었습니다. 브런치 독자 중에도 혹시 '밀리의 서재' 이용하는 분 있으면 구독 좀^^
버들치 시인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담은 공지영 작가의 책 시인의 밥상과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 서재, 내 방 여행하는 법, 김리뷰의 1인분의 삶 등을 쟁여놓고 내키는 대로 짬 나는 대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이미 읽은 13계단과 오늘 뭐 먹지는 시범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