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의 탐구생활

story 04. 호기심이 많은 레오

by 쏘이책장


레오는 풀숲을 좋아해요.

이 테니스공도

레오가 풀숲에서 찾은 거예요.


자기가 찾은 거라고

이 테니스공에 애착을 많이 가지더라고요.






풀숲 찾아 삼만리


정말 그랬다. 레오와 처음 산책했을 때도 레오가 우리를 이끌고 간 곳은 풀숲이었으니까. 우리가 레오를 데리고 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공원으로 가려고 할 때, 레오는 멀리 있어 공원에 가는 것보다 센터 바로 옆에 좁게 나 있는 풀숲에서 산책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풀숲이라고 해봐야 나무가 군데군데 서있고, 풀보다는 흙과 돌이 더 많은 곳이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센터 주변에 잘 정돈되어 있는 인도를 두고, 한쪽엔 울타리가 쳐져있고 다른 한쪽에는 차들이 세워져 있는 메마른 풀숲길을 따라 자주 걷게 되었다.




낙엽더미 파헤치기


겨울이다 보니 파릇파릇한 풀은 없었지만, 지난가을 내 떨어진 낙엽들이 한쪽에 수북이 쌓여 낙엽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레오는 낙엽더미 사이로 거침없이 들어가 이곳저곳에 머리를 들이밀며 냄새를 맡기 바빴다. 낙엽이 어찌나 많이 쌓여있던지, 레오가 반쯤 파묻힐 정도였다. 낙엽더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탐구활동을 펼치는 레오가 귀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치워지지 않고 이렇게 쌓여있을 정도면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것이 분명했고, 이렇게 방치된 낙엽 사이에는 쓰레기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낙엽더미 사이에 날카로운 물질이 있어서 레오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레오가 낙엽더미에서 마음껏 놀게 마냥 놔둘 수만은 없었다.




땅 속에 뭐가 있나


센터는 대형몰과 바로 붙어있는 건물치고는 그래도 주변에 녹지가 있는 편이기는 했다. 덩치 큰 레오에게는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풀숲을 좋아하는 레오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되었으니까. 레오는 넓지도 않은 풀숲에서도 종종 땅을 파헤치고는 했다. 땅 속에 뭐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열심히 또 열성적으로 땅을 파헤치는 레오가 볼 때마다 신기했다. 레오의 땅파기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였냐면, 건물과 인도 경계에 있는 아주 좁은 수풀길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땅을 파헤칠 정도였다.




작은 개미도 신기한 레오


냄새를 이곳저곳 맡으며 다니느라 바쁜 레오는 작은 개미에도 관심을 가졌다. 레오가 개미를 눈으로 보고 찾는 건지, 코로 냄새를 맡고 찾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오는 작은 개미도 잘 찾았다. 개미를 잠깐 따라가기는 했지만, 이내 개미는 레오의 짧은 혀놀림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레오 덩치에 비하면 정말 작은 개미에도 강한 호기심을 보이는 레오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센터 주변에서 레오가 만날 수 있는 자연은 굉장히 협소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레오는 비둘기를 잡을 수도


갑자기 푸드덕 거리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는 순간, 레오가 멍하고 짖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휙 꺾어 달려갔다. 울타리 너머에 있던 비둘기들이 날아가며 낸 소리였는데, 레오가 울타리를 뛰어넘을 기세로 달려가는 바람에 리드줄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레오의 앞발은 잠시 위로 들리게 되었다. 도심에서는 흔하디 흔한 게 비둘기인데, 레오 반응을 보니 비둘기를 처음 못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봉사하는 동안 센터 주변에서 비둘기를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비둘기가 울타리 너머가 아니라 가까이 있었으면, 레오가 잡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구조된 뒤

센터에서 커온 레오.

센터에서만 생활해 온 레오에게

이곳은 세상의 전부였을 거예요.


레오가 어렸을 때는

이곳이 아주 커 보였겠지만,

이제는 조금 작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잔뜩 쌓인 낙엽더미로

얼굴을 깊이 집어넣고 보는 레오.

호기심이 많은 건지,

겁이 없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레오가 너무 열성적이라

레오 몰래 낙엽더미 사이에

뭐라도 숨겨놓을까 싶기도 했어요.



딱 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레오한테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나 보더라고요.


한참 동안 혼자 심각하게

땅을 파헤치며

무언가를 찾던 레오.

과연 레오는 무엇을 찾고 있던 걸지.




아무리 땅을 파고 나오는 게 없자

레오는 자꾸 몸을 찌르며 방해하는

나뭇가지한테 신경질을 내기도 했어요.


자연 속에서 놀거리를 찾는 모습이

꼭 세네 살 먹은 아기 같았어요.

하루 종일 모래놀이만 해도

즐겁고 신나 하는 아기처럼 말이죠.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그곳에는 한강으로 흐르는 안양천길을 따라

예쁘게 꾸며진 꽃밭이 있기도 했고

잘 관리된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있기도 했다.


너무 가까이 있다 보니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잘 가지도 않다.

가까운 곳에 산책로가 있어 좋다고는 여겼지만,

그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레오와 산책을 하기 전까지는.


어쩌다 한번 산책을 할 때면

센터 옆에 있는 작은 풀숲에서도

신나게 산책하던 레오가 자꾸 생각났다.


레오가 이곳에서 산책하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넓은 곳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혼자 누리고 있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고는 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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