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1. 강렬했던 레오와의 첫 만남
이번에 등장할 강아지는 레오예요.
센터 홀에서 지내는 강아지 중 가장 덩치가 큰 강아지입니다.
넥카라를 하고 나올 텐데,
나오자마자 여기저기 막 뛰어다닐 거예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차분해지니까
겁내지 말고 잠시 기다려주면 됩니다.
강아지가 나올 때 놀라더라도 소리 지르거나 도망치면
강아지가 더 흥분할 수 있어요.
견사에 갇혀있다 나와서 신나서 그러는 거니까
무섭더라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면 됩니다.
요란한 레오의 등장
레오가 센터 홀로 나오기 전, 레오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레오가 센터 홀로 나왔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밤 동안 머무른 견사에서 나왔다는 해방감 때문일까. 레오는 빠른 속도로 복도를 지나 센터 홀 입구에 도착했고, 입구에 놓인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센터 홀로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와서도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은 채 긴 다리로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벽 쪽에 자리한 긴 소파 위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여기저기를 휘젓고 통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목에 찬 넥카라 때문에 목이 간지러운지 벽에 플라스틱으로 된 넥카라를 벽에 마구 부딪쳐가면서 난리를 피웠다. 저러다 넥카라가 빠지거나 부러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돌아다녔다.
레오는 장난꾸러기
견사에 있던 강아지들이 센터 홀에 모두 나올 때까지 한동안 소란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강아지들도 넓은 센터 홀에 나와 신나 있었고, 레오는 그런 강아지들한테 다가가 자꾸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레오의 장난을 받아주는 강아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귀찮아하며 레오한테 버럭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장난을 치며 여러 강아지들을 귀찮게 하던 레오. 결국 보다 못한 선생님이 한 소리를 하자 레오는 주춤하더니 겨우 얌전해졌다. 재미있던 것은 레오 반만 하거나 반에 반만 한 강아지들이 레오한테 으르렁 거려도 레오는 깨갱거리며 물러설 뿐 덤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형견과 지내는 레오
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소형견과 중 대형견으로 나눠서 관리되고 있었고, 센터 홀에 나온 강아지들 중에서 레오만 한 강아지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덩치만 놓고 보면 레오는 대형견 견사에서 지내야 할 듯했는데, 덩치에 안 맞게 소형견들과 지내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알고 보니 레오는 생후 3개월 즈음 구조되어 센터에 오게 된 뒤 계속 소형견들과 지내며 커온 터였다. 센터에 처음 왔을 때는 소형견들보다 훨씬 작았지만, 센터에서 지내는 5개월 동안 쑥쑥 자라서 이제는 소형견보다 훨씬 커버렸던 것. 소형견들도 레오를 새끼일 때부터 봐와서인지 덩치 큰 레오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레오 역시 소형견들한테 장난은 쳐도 사납게 굴지는 않았던 거였다.
레오는 간식을 좋아해
이날 봉사자들은 우리 가족처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팀이 많았다. 어린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선생님은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여러 강아지들에게 골고루 주라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가까이 오는 강아지들한테 더 많이 주게 되었다. 봉사자들이 간식을 나눠주자 사람들한테 잘 다가오지 않던 레오도 어느새 와서 간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소형견들에게 간식을 주었고, 큰 덩치로 꼿꼿하게 앉아있는 레오한테는 간식을 잘 주지 않았다. 특히나 어린 봉사자들한테는 잘 앉아있다가도 기다림에 지쳐 앞발을 들어 보채는 레오가 부담스러웠을 터였다. 나 역시도 아무리 간식을 먹기 위해서라지만 덩치 큰 강아지가 갑자기 다가오니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드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레오는 부담스러워
이렇게 많은 강아지들과 같이 있는 것도 흔치 않지만, 레오처럼 덩치 큰 강아지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보니 조심스러웠다. 소형견들과 같이 지내면서 센터 홀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라면, 레오는 적어도 사납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덩치가 큰 레오가 지나갈 때는 더 조심스러웠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는 했다. 게다가 아이들도 같이 있다 보니, 레오의 행동을 더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강아지를 잘 대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레오한테 실수를 할 수도 있을까 봐서도. 하지만 센터 홀에는 선생님들이 몇 분이나 계셨고, 봉사자들과 강아지들을 계속 지켜보시며 살펴주셔서 큰 걱정은 안 되었다.
2022년 8월 경 구리시에서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구조되었어요.
레오도 그중 한 마리였지요.
풀숲에서 발견된 강아지들 몸에는
진드기가 너무 많았다고 해요.
결국 다섯 마리 중 두 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고,
레오를 포함해 세 마리만이
겨우 살아남게 되었다네요.
살아남은 동배 두 마리는
센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좋은 가정에 입양이 되었지만,
세 마리 중 가장 약하고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던
레오는 입양되지 못한 채
센터에서 치료받으며 지내고 있었어요.
센터 생활 6개월 만에
덩치는 성견 못지않게 커버렸고요.
※ 센터 청소를 마치고 가진 유기견 사회화 활동 중. 당시 생후 9개월가량이었던 레오지만 덩치는 상당히 컸어요. 봉사 활동 첫날 찍은 여러 사진 중에서 레오 사진은 이 사진 딱 한 장 밖에 없었어요. 그만큼이나 레오한테 관심이 별로 없었답니다. 레오 역시 우리한테 관심을 전혀 주지 않았고요.
센터에서 레오를 처음 봤을 때
레오는 그저 덩치 큰 강아지였을 뿐이었다.
소형견들 사이에서 유난히 더 커 보였던 레오.
큰 덩치 때문에 가까이하기에는 무섭고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레오한테는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레오가 다가오는 것조차 겁이 났었다.
센터에서 소형견들과 지내는 레오니
어느 정도의 사회화와 교육이 돼있다는 것은 알았고
레오가 사납거나 공격적인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큰 덩치와 그에 상응하는 큰 입과 긴 송곳니가
언제 나를 향할지 몰라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