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2. 진돗개 성향을 가진 레오
밤 동안 견사에서 지내던 강아지들이
곧 센터 홀로 한 마리씩 나올 텐데요.
진돗개가 섞인 레오는
견사는 자기 공간이라고 여겨서 견사에서는 똥쉬를 싸지 않다가
센터 홀에 나오면 얼마 안 있어 연달아 똥을 꼭 두 번 싸더라고요.
다른 강아지들이 밟지 않게 보시면 바로 치워주셔야 해요.
덩치가 커서 양이 많으니까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레오는 덩치는 커도 센터에서는 가장 어리답니다.
레오는 센터 막내
레오가 센터에서 가장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소형견들 사이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갖고 있는 레오인데, 나이는 가장 어리다니. 레오가 센터에서 가장 어리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센터에서 막내지만 큰 덩치 때문에 막내 취급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레오가 안쓰럽게 여겨졌다. 우리 아이들도 나이에 비해 큰 덩치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항상 행동을 조심시키고 엄하게 교육시켰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같은 나이더라도 덩치가 작으면 훨씬 더 귀여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같은 나이더라도 덩치가 크면 귀여움을 받기보다 제 나이보다 큰 아이 취급을 받으며 똑같은 행동을 해도 나잇값을 못 한다고 여기며 지적을 받고는 했으니까.
홍수를 이루는 레오의 쉬
강아지들이 센터 홀에 나오면 이곳저곳에서 대소변을 쌌는데, 그것을 치우는 것 또한 봉사 활동의 일환이었다. 센터 홀 한쪽에는 끝에 스펀지가 달린 긴 밀대와 대걸레가 있어서 강아지들의 소변을 발견하면 바로바로 치워야 했다. 소형견들이다 보니 곳곳에 찔끔찔끔 싸놓거나 마킹을 했는데, 레오만은 달랐다. 소형견들보다 덩치가 2~3배 이상 되다 보니, 소변의 양도 소형견들의 2~3배가 되었다. 딱 봐도 레오가 쌌다는 것을 알 정도로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센터 홀이니까 밀대랑 대걸레로 쓱쓱 닦으면 그만이지, 집에서 패드에 안 싸고 소변 실수를 하면 처지곤란이겠다 싶었다. 소변이 흘러서 책장 밑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상상을 하자 아찔함에 머리가 절로 저어질 정도였다.
덩치에 비례하는 배변 양
레오의 똥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덩치가 크면 똥의 양도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센터에 오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레오만큼 큰 강아지를 만나기도 어려웠고, 큰 강아지의 똥을 직접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양이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레오가 싼 똥을 처음 봤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레오의 똥 양은 어지간한 성인의 똥 양과 비슷했다. 가끔 속이 안 좋을 때는 묽은 똥을 쌀 때도 있다는데, 치우는 것이 힘든 것은 둘째치고 냄새가 상당히 고약할 것 같았다. 그마저도 바로 치우면 다행이지, 강아지들이 밟고 다녀서 여기저기 묻었다는 상상만으로도 괴로웠다. 레오같이 덩치 큰 강아지들은 배변훈련이 꼭 필요하겠다 싶었다.
진돗개의 피가 흐르는 레오
일반적으로 진돗개라 하면 황구나 백구를 떠올렸기 때문에 레오를 보면서 바로 진돗개를 떠올리지는 못했었다. 체형이나 생김새를 보면 진돗개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털색이 워낙 독특했기 때문이다. 레오털은 흰색, 회색, 흑색, 황색이 다채롭게 섞여있는 데다 얼굴에는 바둑이처럼 하얀색 선이 가있어 더 그랬다. 아마 레오의 동배나 모견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레오의 외형만으로는 진돗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터였다. 레오와 레오 동배들이 구조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모견 있듯 보이는 진돗개가 같이 구조되었다니, 레오에게 진돗개의 피가 흐르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실외배변을 하는 진돗개
신기하게도 진돗개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진돗개의 성향을 보인다고 하셨다. 레오 역시 진돗개의 피가 섞인 만큼 커가면서 점점 진돗개의 성향을 보인다고 하셨다. 견사에서 배변을 안 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라고 하시며, 처음에는 다른 강아지들처럼 견사에서 배변을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안 한다고 하셨다. 견사에서 많이 참다 나와서 센터 홀에 나오면 바로 배변을 하지만 점점 산책 나가서 배변을 하려고 한다고.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진돗개의 습성이 참 신기했다.
다양한 모색을 가진 레오와 동배들이에요.
가슴에 하얀 털을 가진 호구 = 반달이
황색 얼룩무늬를 가진 백구 = 말숙이
흰색과 흑색이 섞인 멍뭉이 = 레오
구조되었을 때의 이빨 상태로 봐서
대략 구조 당시 생후 3개월 경으로 추정된다네요.
2022년 5월생인 듯한 세 마리의 강아지들.
반달이가 가장 먼저 입양 가고,
그다음에 말숙이가 입양 가고,
레오만 센터에 남게 되었어요.
저희 가족이
처음 봉사를 간 2023년 1월까지도,
봉사를 계속 이어간 2023년 7월까지도요.
센터에서 생애 첫 생일을 맞이한 레오.
※ 봐도 봐도 재미있는 레오와 동배들의 어릴 적 사진이에요. 올망졸망한 강아지 세 마리가 의기투합해서 머리를 맞대고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지 않나요? 게다가 꼬리를 빼낸 깜찍한 기저귀까지 차고 말이죠. 이 와중에 뒤돌아서서 자기 엉덩이를 가만히 내주고 있는 강아지의 뒤태도 참 사랑스러워요.
다른 동배들처럼 작고 귀여울 때 입양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센터에서만 죽 지내다 어느새 덩치만 훌쩍 커버린 레오가 안쓰러웠다.
다행히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안락사를 당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입양을 못 가면 센터에서 지내다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거니까.
게다가 레오는 품종견도 아닌 믹스견이었고,
사람들이 편견을 많이 갖고 있는 진돗개의 믹스견이었다.
소형견도 입양 가기 힘든 마당에
중형견급인 레오가 입양을 가기란 참 쉽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