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3. 레오와 처음 한 산책
레오는 힘이 세기 때문에
리드줄을 꼭 두 손으로 잡으셔야 해요.
얼마 전에 눈이 와서
인도 곳곳에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는데,
레오가 밟지 않게
피해서 다녀주시고요.
강아지들이 염화칼슘을 밟으면
발바닥에 화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처음 해보는 산책 봉사
몇 차례 봉사를 하러 오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산책 봉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도 없었기에, 우리가 산책 봉사를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은 봉사자가 많지 않아서였을까? 우리에게 산책 봉사 해보겠냐고 물어보시길래, 냉큼 해보겠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과 산책을 같이 나가야 하나 싶었는데, 우리 네 식구가 강아지 한 마리만 데리고 산책하면 된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레오랑 나가시면 됩니다
성인 남자 1명과 성인 여자 1명, 중학생 남아 1명, 초등학생 남아 1명 이렇게 구성된 우리 가족이기에 가능하다고 보였던 걸까? 선생님은 우리에게 레오를 맡기셨다. 우리에게 배정된 강아지가 레오라는 사실을 알고, 덜컥 겁이 났다. 왜냐하면 그동안 레오가 센터 홀에서 어떻게 노는지 주욱 지켜봐왔기 때문이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센터 홀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며 강아지들과 장난을 치며 활기차게 뛰어놀던 레오을 말이다. 그런 레오를 데리고 산책이라니, 과연 우리가 레오를 데리고 안전하게 산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리드줄을 차니 의젓해진 레오
레오는 산책을 위해 견사에서부터 하네스와 리드줄을 차고 선생님과 함께 센터홀로 나왔다. 곧 산책 나간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레오는 이전과 달리 얌전하고 차분하게 걸어나왔다. 도리어 아직 산책을 나가지 못한 다른 강아지들이 잔뜩 흥분해서 레오랑 우리한테 마구 달려들었다. 왜 자기들은 안 데리고 나가고 레오만 데리고 나가냐고 항의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변에서 강아지들이 야단법석을 떠는데도 레오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어쩌면 산책 준비를 다 하고 나왔어도 말썽을 부리면 산책을 못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서였을지도?
레오를 산책시키려 한 우리
레오의 리드줄을 넘겨받자, 레오를 책임지고 잘 산책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이 되었다. 사람 넷이서 강아지 한 마리 간수 못하겠냐 싶으면서도, 레오가 센터 홀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긴장이 풀리지가 않았다. 당장은 리드줄을 차고 얌전히 있지만, 센터 건물을 나가는 순간 사방팔방 뛰어다닐까 봐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레오는 센터 밖에 나가서도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며 차분하게 산책을 했다. 센터에 계신 훈련사님한테 산책 교육을 제대로 받았기 때문인지, 레오는 센터 홀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확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레오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니 싶었다.
우리를 산책시킨 레오
센터 주변을 잘 몰랐던 우리는 지도 앱을 켜고 레오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레오가 얌전히 우리를 따라오기는 하는데, 뭔가 잘 따라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센터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려고 했던 레오를 저지하고, 왼쪽으로 길을 틀면서부터 드는 묘한 기분에 뭘까 싶은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레오가 우리보다 이곳을 더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레오한테 길안내를 맡기고 레오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레오는 당당하게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우리를 데리고 다시 센터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애초에 레오가 가려고 했던, 센터 오른쪽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이후 우리는 레오를 산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레오가 우리를 산책시켜준다는 생각하며 레오를 따라 산책을 하게 되었다.
※ 레오와 산책 나가기 바로 직전 모습. 센터 앞 복도에서 다시 한번 간단한 산책 주의사항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던 우리 가족이에요. 처음 해보는 산책에 잔뜩 긴장해서 차렷 자세로 서 있던 우리.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당신들이 나를 산책시켜 줄 건가요?'라는 듯 서 있는 레오.
※ 지도앱까지 켜고 레오와의 산책 코스를 잡았지만, 이내 레오에게 산책 코스를 넘긴 우리. 레오가 앞장서서 우리 네 가족을 이끌고 산책을 리드해 주던 모습이에요. 우리는 센터 주변을 잘 아는 듯 당당하게 이끄는 레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레오와 산책하면서
강아지들도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강아지는 그저 돌봐주고 예뻐해주어야 하는
존재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레오랑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레오와 생각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정말 신비롭게 느껴졌다.
레오가 자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그런 레오의 생각을 우리가 알아챈 이 모든 것이.
아마도 이런 걸 교감이라고 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