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쿠팡에서 팔려면 쿠팡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라

디지털마케팅의 출발점은 채널 선택이다

by 조병묵

디지털 마케팅의 첫 번째 전략은 제품도 가격도 아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다. B2C의 세계에서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떤 플랫폼 위에 놓이는지에 따라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하루 수천만 건의 클릭과 구매 행동이 누적되는 거대한 알고리즘 생태계다. 이 안에서는 소비자가 무엇을 '어떻게' 고르느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고르게 되는지가 매출을 가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품 구성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와우회원 혜택에 익숙한 고객은 대량구매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 밤 장바구니에 넣으면 내일 아침 도착하는데 굳이 20입 물티슈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네이버에서는 배송비 절감을 위해 대량 묶음 제품이 잘 팔리지만, 쿠팡에서는 동일 제품도 5입, 10입 구성이나 단품이 중심 매출을 만든다. 그래서 쿠팡에서 팔고 싶다면 "쿠팡에서 팔리는 형태의 제품"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 간단한 진실을 모르면 어떤 훌륭한 제품도 쿠팡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 된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잔혹하다. 보이는 제품이 팔리고, 팔리는 제품은 더 많이 보인다. 문제는 이 '보이는 단계'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인내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인화 알고리즘이 작동하려면 반복 클릭 또는 구매 기록이 필요하지만, 신제품은 리뷰도 없고 판매 이력도 없이 뒷페이지에 숨어 있다. 디지털에서 뒷페이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많은 셀러가 최저가로 진입하거나, 광고로 노출을 사거나, 외부 트래픽을 끌어와 억지로 알고리즘을 자극한다. 그러나 신제품이라면 세 가지 모두 불리해 초기 진입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쿠팡이 가진 장점은 '상시판매 구조'다. 한 번 상위 노출에 성공하면 해당 위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좋은 자리를 확보한 상품처럼 꾸준히 트래픽을 받으며 자동으로 매출이 발생한다. 반면 네이버, 11번가 등은 이벤트 시즌에만 매출이 급등하고 평상시에는 정적이다. 그래서 이들 채널에서는 시기별 프로모션 전략이 필수지만, 쿠팡은 매대 자체를 차지하는 것이 전략의 시작이자 끝이다.


브랜딩까지 고려하면 전략은 더 복잡해진다. 쿠팡은 매출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이지 브랜드를 키워주는 플랫폼이 아니다. 고객 DB는 쿠팡에 쌓이고, 브랜드 스토리는 리뷰와 별점 속에서만 소비된다. 그래서 장기적 브랜드 성장을 위해서는 자사몰(D2C)이 필수적이다. 성수동의 작은 편집숍처럼 브랜드의 톤과 메시지를 직접 설계할 수 있고, 고객 DB를 기반으로 팬덤을 구축할 수 있다. 문제는 고객을 어떻게 자사몰로 데려오느냐다. 여기서 메타광고, 구글 광고, 유튜브 콘텐츠 전략이 중요해진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병묵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숫자를 넘어 사람과 조직, 그리고 운영 탁월성을 보겠습니다! 투자자와 경영자 그리고 중간 관리자에게 변화, 도전, 혁신의 동인을 제공하여 사업과 조직의 성장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1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6화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아닌, 김낙수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