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팡, 너도 나도 쿠팡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최근 쿠팡을 둘러싼 뉴스의 키워드는 ‘보안사고’와 ‘탈팡’이다. 2025년 하반기, 쿠팡은 약 3,300만 명 규모의 고객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름, 이메일, 연락처, 배송지 정보 등이 포함된 대규모 사고였고, 회사가 이를 수개월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파장은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제 진짜 쿠팡을 끊겠다”는 선언이 이어졌고, 신용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 계정 삭제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급증했다. ‘탈팡’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집단 감정 표현처럼 확산되기 시작했다. 셀러뿐 아니라 매일 물건을 사고, 음식을 주문하고,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던 일반 고객들까지 불안을 느끼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들은 쿠팡을 떠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는 일시적으로 떠나겠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를 ‘리팡’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유는 단순하다. 쿠팡은 더 이상 하나의 쇼핑몰이 아니라, 셀러와 고객 모두에게 일상의 운영체제(OS)가 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약 25% 내외를 차지하고 있고, 월간 활성 이용자는 3,000만 명을 넘는다. 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빠른 배송과 축적된 노출 효과, 그리고 상시판매가 가능한 구조 때문에 셀러들은 쿠팡을 쉽게 떠날 수 없다. 아침 출근길 현관 앞에 놓인 로켓프레시 백과 퇴근길 골목골목을 누비는 쿠팡 배송차는 이미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사람들이 쿠팡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이미 한 번 검증된 질문이다. 과거 와우 멤버십 요금이 인상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이 가격이면 해지하겠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해지는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재가입률은 빠르게 회복됐고, 오히려 와우 회원 1인당 구매 빈도와 객단가는 상승했다. 불편보다 편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다. 이번 보안사고 역시 감정적 반응은 크지만, 행동의 지속성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내 개인정보는 어딘가에 이미 유통되고 있다”는 체념에 가까운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카드를 재발급받고 잠시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보지만, 그 선택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쿠팡의 편리함이 다시 체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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