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집중해야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전체 일자리의 약 80%는 이들 중소기업이 떠받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경제의 주인공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이 칼럼은 그 주인공인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매출과 숫자 너머에서 사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전하고자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를 만나면 거의 예외 없이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 한다. 매출은 정체돼 있고, 인건비와 고정비는 쉽게 줄지 않는다. 신사업은 해야 할 것 같지만 실패가 두렵고, 기존 사업은 버티고는 있으나 미래는 선명하지 않다. 환경은 늘 위기이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이야기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럴 때 많은 경영자들이 이렇게 묻는다.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하지만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올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중소기업에게 전략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전략은 결국 선택이다. 사람도, 시간도, 자금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집중하려면 많은 것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매출이 줄었다고 단순히 영업을 외치기 시작하면 가격은 흔들리고 마진은 빠르게 사라진다. 광고비는 늘어나지만 남는 것은 피로뿐이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매출 확대보다 재고 회전과 생산성 개선을 먼저 선택한다. 숫자는 더디게 움직일지 몰라도 현금 흐름과 조직의 체력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중소기업에서 숫자는 단순한 결과표가 아니다. 숫자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쌓인 흔적이다. 생산성이 오르면 인력 충원 없이 이익이 남고, 가동률이 오르면 추가 투자 없이 경쟁력이 생긴다. 그래서 숫자는 언제나 경영자의 선택을 증명한다.
하지만 숫자만 던진다고 조직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구성원들은 늘 묻는다. "왜 지금 이 선택인가?" "왜 우리는 이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전략은 구호로 끝난다. 경영자는 방향을 정하는 사람인 동시에, 그 선택의 이유를 끝까지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다.
잘 운영되는 중소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회의 때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같은 지표가 점검되며, 같은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전략이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언어가 되어 구성원들 사이를 흘러 다닌다. 이때 조직은 목표를 중심으로 정렬되고 실행의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9980 경영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모든 것을 조금씩 하다 지치는 조직이 되기보다는 하나를 선택해 에너지를 집중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결단의 속도와 집중의 깊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첫 선택은 언제나 경영자의 몫이다.
연말과 연초는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늘 선택의 계절이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연두 보고를 준비하는 이 시간은 단순히 숫자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다. 조직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성장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이다.
전략은 결국 문서가 아니라 공통된 인식과 선택의 공유에서 시작된다. 선택이 분명할수록 조직은 흔들리지 않고, 목표가 합의될수록 실행은 빨라진다. 모두가 하나에 집중해야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 전략이 있는데 실패했다면 운이 나쁘거나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다. 전략이 없는데 성공했다면 운이고 실패했다면 당연한 것이다.
잘 선택하기를 바란다. 2026년은 변화가 많고 활동성이 강한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2026년에는 하나의 변화가 성과로 이어져 매출뿐 아니라 사업과 조직 모두가 한 단계 도약하는, 진정한 턴어라운드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기업은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지는 않은가.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다면, 그 선택은 숫자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 매출, 이익, 현금흐름 중 무엇이 우선순위에 놓여 있는가. 경영자의 선택은 일관되게 반복되고 있는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가. 이 기업의 숫자는 외부 환경의 결과인가, 아니면 경영자의 전략적 선택이 축적된 결과인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더 할지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엇을 내려놓을지를 결정하고 있는가. 올해 우리 조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를 위해 포기하기로 합의한 일은 분명한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왜 이것에 집중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설명은 숫자와 지표, 평가 기준으로 연결돼 있는가. 만약 2026년이 끝났을 때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선택의 실패인가, 아니면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나의 태도 때문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팀장 관점의 질문
우리 팀은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상위 전략과 연결된 명확한 우선순위가 있는가, 아니면 급한 일부터 처리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 회의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팀원들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왜 다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이해하고 있는가. 만약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실행의 문제인지 아니면 방향 자체가 흐려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