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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Mar 16. 2022

대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Leadership is a Conversation!

The highest realms of thought are impossible to reach without first attaining an understanding of compassion.   - Socrates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엡스키와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인 안톤 체호프는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에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소통되지 않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은 오페라 관람 중 고위 관료인 장군의 뒤통수에 재채기를 하게 된다.  거듭 사과를 했지만 주인공은 장군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두려움에 떨게 되며, 결국에는 스스로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된다.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데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이 이야기가 단지 소심한 일개인의 문제일까?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의 과중함이 아닌 불통이 지속되어 불필요한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권위에 기반한 일방적 지시는 우리가 팀으로 일하는 이유, 협업의 시너지를 저해한다.  집단지성은 사라지고 지시와 기계적 분업만이 남게 된다.  리더의 말과 대화는 조직문화 그 자체다.  리더는 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화와 토론의 스킬을 가지고 '상호 소통을 위한 노력'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첫째, 대화 당사자는 상호 이해와 이해관계 조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마주 앉는다.  둘째,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동등함과 진지함에 기초한 예의로 경청하며 상대방과 대화해야 한다.  셋째, 말로서 표현되는 상대방의 입장(Positioin) 속에는 이해관계와 감정이 혼합되어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감정을 해소하고, 파악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에 임하는 마음가짐 '이해할 수 있다! 양보할 수 있다!'.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대화는 술술 풀리기도 하고, 지루함에 시계만 쳐다보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신변잡기나 정보전달에 치중한 대화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해를 넓히고 공감대를 만들기 용이하다.  생각을 교환하고 일정 수준의 합의(Consensus)를 이루어야 하는 일종의 토론은 참여자들의 상호 이해와 이해관계 조정에 대한 열린 마음을 필요로 한다.  대화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파이를 빼앗아 오는 파괴적인 행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상호 이해와 조정을 통해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창조적인 과정으로 대화를 인식하고 마주 앉아야 대화는 생산적이 된다.  대화 당사자가 대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대화는 소통으로 진전한다.  위계가 존재하는 조직에서 소통을 촉발하는 대화는 순전히 리더가 먼저 이끌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면 '말'의 힘도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말로 구성된 '지시'에 익숙해진다.  실력 있는 리더의 말이라면 구성원들도 '토'를 달기보다는 책임질 필요가 없는 '의지없는 순응'에 익숙해진다.  일방적 소통은 이해와 양보를 강요하는 행위이며 팀워크를 해친다.  머릿속에 미리 결론을 내놓고 대화에 임하면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리더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대화한다.  구성원들은 리더와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대화에 임했는데 리더가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며 결론을 이끌어가면 대화는 소통에 이르지 못한다.  구성원들은 수동적 객체로 전환되면서 고객를 숙이고 수첩에 메모하는 것에 열중한다.  대화는 존재하지만 소통은 사라진다.


리더는 개방된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섣부른 결론을 내고 일방적 지시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의 감정과 이해관계를 이해하면 좀 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에 대해 한 발자국 양보해 주면 구성원들은 두 발자국 다가온다.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은 리더의 덕이며 경청과 대화를 촉진하여 소통하게 한다.  점심 식사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소통이 촉진되지는 않는다.  리더는 대화 상대방에게도 대화 시작 전 이해와 조정의 자세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이해관계와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보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대화가 소통에 이르는 길이다.


동등함과 진지함 속에 대화의 꽃이 핀다!  대화와 토론에 임하는 당사자들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위계를 강조하는 문화속에서 대화의 꽃은 피지 못하고, 대화는 결국은 일방적 훈계나 지시로 끝나게 된다.  '의견을 내 보세요!'라는 리더의 재촉에 참가자들은 리더의 기분을 관리하는 형식적인 대화로 응답한다.  리더가 대화에서 찾고자 하는 구성원들과의 공감이나 합의는 기껏해야 매우 얕은 수준에 그치게 된다.  권위는 위계가 아닌 그 사람이 한 말에서 나온다.  미국 등 대화가 발달한 서구사회에서 대화 참가자는 모두 동등하게 대우 받는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 커피잔을 들고 흉금 없이 의견을 교환한다.  워크숍 등에서 직책대신 별칭을 만들어 부르게 하는 것도, 우리 기업들이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것도 동등함을 기초로 소통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대화 참가자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진지함에 기초하여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일방은 의미, 생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는 실종되고 그 자리에 불신만 남게 된다.  건설적인 토론, 생산적인 대화는 대화에 참석하는 사람 모두가 진지함에 기초한 관심과 호기심 속에 활성화된다.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주로 회의실이나 보고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리더는 올바른 자세로 구성원들의 대화에 귀 기울임으로써 존중을 표시해야 한다.  못마땅한 내색을 하거나, 질책이 앞서거나, 대화를 끊어 버리는 리더의 행동은 대화를 단절시키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다.  또한 리더는 객관적 질문들을 통해서 흥미를 가지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생각, 의미, 정보를 교류하는 대화는 주로 회의실에서 일어난다.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나 성공한 스타트업은 회의실을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공간으로 꾸미는데 많은 비용을 들인다.  필자가 방문했던 미국 최고의 건설회사 회의실에는 'Ground Rule' 게시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문화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10가지 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을 실천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 조직이 대화에 얼마나 능한지는 회의실에 가보고, 회의에 참가해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회의실 환경을 개선하고, 그라운드 룰을 정하고, 동등함과 진지함에 기초한 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리더의 의지가 선행되고 구성원들의 실천이 뒤 따라야 한다.   


표현된 입장(Position) 속에 내재된 이해관계와 감정을 이해하면 공감할 수 있다.  대화의 목적은 소통이다.  소통은 '의견일치, 정보공유, 공통기반에 서기'등 '공감'의 형태로 결론난다.  단번에 결론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대화를 지속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극복해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생각, 정보, 의미 등을 전달하는 화자는 말로 입장을 표현한다.  입장은 선호, 방향, 의견 등이다.  화자가 입으로 입장을 표현할 때, 머릿속에는 이해관계, 마음속에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해관계는 실질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고, 감정은 상대 메신저나 메시지에 대한 느낌이다.  우리가 경청을 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된 화자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화자의 머리와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영리한 리더는 상대방이 대화를 통해서 입 밖으로 표현한 요구사항, '입장'의 뿌리인 이해관계(Interest)를 잘 파악한다.  이해관계는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협상이나 조정과 같은 교환적인 관계를 기본으로 한 대화에서 이해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대화 참가자들을 공통기반(Common ground)으로 이끈다.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공정한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해관계는 감정과 다르게 사실이며 현실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  이해관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경청과 질문을 통해 세련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파이(Pie)를 더 많이 갖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대화, 조정을 할 수 있다. 


감정은 행동을 결정하는 도화선(Trigger)이 된다.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지도자의 감정은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럴듯한 명분과 이성적 판단으로 포장되지만 감정은 행동을 지배한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스몰 톡이나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이유도 결국은 감정을 배출하고 순화하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인 것이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에서 발생한 감정이라면 대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리더의 인내심은 경청이고, 경청은 대화에 참가한 구성원들에게 '말'을 통해 감정을 분출하고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고 나면 비로소 머리 속의 이해관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 사진출처: 필자가 플로워(Fluor) 암스테르담 오피스 회의실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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