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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Mar 15. 2022

목적을 상실한 일

목적을 상실하면 불어오는 바람이 순풍인지 역풍인지 알 수 없다

I know you won't believe me, but the highest form of human excellence is to question onself and others.   - Socrates


일(work, job, task)을 하면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일까? 리더의 지시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일하는 조직에서 일은 목적을 상실한다.  리더가 언제까지 하라고 시켰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협업보다 경쟁이 우선인 조직에서도 일은 목적을 상실한다.  빨리 완수하여 '체크' 완료 표시를 늘리는 것이 실적이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조직에서 일은 목적을 상실하고 일상적 오퍼레이션의 영역으로 당연시되거나 정치적인 파워게임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목적을 상실한 일은 달성 과정에서 효과성이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일을 하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는 우리에게 의사결정을 요구하는데, 의사결정은 그 일의 목적을 기준으로 일관성을 가져야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목적을 상실한 일은 불어오는 바람이 순풍인지, 역풍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목적이 이끄는 일


목적은 사전적인 의미로 나아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목표는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대상’을 의미한다.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목적은 정성적인 측면에서 그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전략적 의도’와 정량적인 측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전략적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규정된 일은 의도된 품질 수준, 납기, 그리고 목표 품질 수준과 납기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으로 구성된다.  보스와 팀원 간에 기획단계에서 목적에 대한 정의를 통해서 전략적 의도와 목표에 대해 공감했다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목표로 하는 품질 수준, 일정, 비용을 합의하면 하나의 일이 생성되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가 제품 출시에 맞추어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  이 전략적 의도는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고객들이 제품 카테고리를 검색할 때 해당 제품이 상위에 노출되고, 리뷰나 찜이 많아지는 것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Desired quality)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의도된 품질은 100건 이상의 리뷰가 올라오고, 1~2건이 검색포탈의 첫 화면에 노출되는 수량적 목표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고객 10,000명 이상을 팔로워로 가지고 있는 파워 블로거 100명을 선정하여 제품을 무료로 증정하고 리뷰를 포스팅하게 한다.  의도된 납기는 15일로 정하고 무상 증정 예산 500만 원을 사용한다.


만약 리뷰 100건이 신제품 판매가 개시된 1개월(D) 이후에 올라온다면 그 효용성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선정된 파워 블로거가 제품의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공신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효과(Q)도 반감된다.  특정 파워 블로거의 글이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다한 비용(C) 지불을 요구받았다면 다른 형태의 프로모션과 효율성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일의 목적과 의도된 QCD(Quality, Cost, Delivery)가 명확해졌다면, 실행 과정에서 변수로 인해 실재 발생하는 QCD와의 차이를 목적에 비추어 과정을 관리하면 된다.      


목적을 상실한 일


일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납기나 비용의 효율성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자칫 목적을 상실할 수 있다.  납기를 단축하고 비용도 절약했지만 의도된 품질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효과성이 담보되지 않는 효율성은 의미가 없다.  리더는 과정에서 항상 전략적 의도와 수량화된 목표 품질 수준을 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리더가 비용이나 납기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면 구성원들은 목적을 상실한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구간에서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의사결정하는 기준은 목적이 되어야 한다.


협업적 조직문화가 부족한 조직에서 일은 경쟁과 정치적 파워게임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전략적 의도보다는 특정 구성원이나 파벌의 조직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일의 왜곡이 발생한다.  조직 공동체의 목적은 상실되고 개인의 이기적 목적만 남아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리더는 일의 분배, 과정관리,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협업이 목적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사공이 많은 배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선장의 역할이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협업적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리더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개인의 존재는 작아진다.  구성원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고 타성에 젖기 쉽다.  리더의 관리 포인트가 지나치게 일상의 오퍼레이션과 과정에 맞추어지면 목적은 상실된다.  리더는 익숙한 일상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능력, 뷰자데(Vujade)의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동기부여는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구성원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면서 지루함에서 구성원들을 구출해야 한다.  혁신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루한 일상을 외부인의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다.  


목적지가 분명해야 불어오는 바람이 순풍인지, 역풍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정의하고, 수행 과정에서 그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단은 변경될 수 있지만 목적은 유지된다.  리더에게 기안이나 품의를 보고하게 되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결국은 전략적 의도와 목표로 하는 QCD에 대한 것들이다.  전략적 의도는 그 일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포지셔닝인데, 현재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 가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목적지의 모습이 구체화되면 가는 길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합목적성과 수량적 목표를 기준으로 한 리더의 질문은 구성원들을 깨운다.  머리를 들어 자신이 걷고 있는 길, 앞을 보게 하는 것이다.


전략적 의도와 목표로 하는 QCD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일만 분의 일의 축적을 가진 지도보다 백만분의 일의 축적을 가진 지도가 있으면 길을 찾아가기 쉽다.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수량적 목표가 구체화되지 못했다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쟁이라는 환경에서 경쟁자의 전략 변경이 있다면 전략적 의도도 수정될 수 있다.  목표를 향해 반 이상을 왔는데 아직도 목표가 희미하거나, 터무니없는 것이라면 리더는 구성원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전략적 의도와 수량적 QCD 목표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목적지가 불분명하면 어떤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순풍인지, 역풍인지 확인할 수 없다.  기회와 위협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명확하게 구체화된 전략적 의도와 수량적 목표가 이끄는 일은 리더와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에 일관성을 창출한다.  목적은 기획 단계에서 그 일의 필요성에 대한 검증의 기준이며,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 즉, 기회와 위협에 대응하는 우선순위의 잣대가 된다.  전략적 의도나 수량적 QCD 목표가 불분명하면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저하된다.  사소한 문제나 변수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은 순풍인지, 역풍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리더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위계는 강화되고 자율적이고 수평적 협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  리더가 '목적'으로 일을 이끌면 혁신을 위한 소통은 활성화되고, 구성원들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자율성은 잃지 않는다.  협업적 조직문화가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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