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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Mar 10. 2022

균형을 잡고 연대하는 대화의 힘이 이끄는 관계

질문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대화를 낳고, 대화는 질문을 낳는다.

“Let him who would move the world first move himself.”                                              - Socrates

 

추천 알고리즘과 리뷰가 갈라치는 세상은 생각도 양극화됩니다. 고대 그리스 소피스트(Sophist)들은 진리와 정의를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이긴 사람이 참이고 진 사람은 거짓입니다. 휴대폰으로 연결된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쳐 납니다. 정보를 퍼즐처럼 맞추어 가면 '핵폭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한 테이블에 앉아서도 메신저로 짧고 얕은 대화를 나눕니다. 사무실에서 MZ세대와 X세대의 벽을 무너뜨려도 양극화된 생각, 퍼즐식 사고, 짧고 얕은 소통의 또 다른 벽이 나타납니다. 리더의 생각은 질문과 대화 속에서 드러나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직문화의 토양이 됩니다.




질문이 이끄는 생각, 생각이 이끄는 대화 


우리의 지적능력은 뇌 속에 축적된 정보의 양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상을 보고 질문할 수 있는 호기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정보를 가능한 많이 연결하는 능력, 연결된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옵션을 도출하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검증받은 옵션을 선택하는 종합적 능력입니다.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유전자(DNA)와 뇌 속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에는 생존을 위한 진화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우뇌는 창조적 통찰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좌뇌는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몸에 1,000억 개 이상 존재하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속에 입력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떤 특정한 문제나 상황에 대해 질문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뉴런 속에 저장된 정보들이 서로 전기, 화학적 신호로 연결되는 생각의 과정이 시작됩니다. 뉴런의 총 연결 양은 약 100조 비트에 이르며 약 2,000만 권의 영어로 된 책더미에 비견될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생각의 힘이 강한 리더는 동일한 질문이나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뉴런의 연결을 생각하기에 활용합니다. 리더의 생각은 아이디어나 또 다른 질문으로 구체화되어 구성원들과 대화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생각이 깊고 지혜로운 리더의 대화하기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대화의 3가지 힘, 균형잡기, 생각하기, 연대하기  


임상심리학자 조단 피터슨(Jordan B. Peterson)은 저서 '질서너머'에서 20년 넘게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면서 '사람은 타인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마음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조직 속에서 구성원 개인은 '안전과 안정'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성과창출을 통한 '관심과 인정'의 욕구는 지니치게 이기적인 경쟁으로 변질됩니다. 리더의 대화는 조직의 정서적 균형을 도모할 수 있게 충분히 세심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한때 '유머 있는 리더'가 각광받았던 이유도 조직과 일에서 파생되는 불필요한 긴장을 해소하고 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흔히 '산파술'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대화 속에서 참여자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면서 '진리(Logos)'를 찾아갑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나,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부정되면서 개인의 생각은 객관화됩니다. 나의 생각은 개선되고 발전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어울려 집단지성을 만들게 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팀의 집단지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대화입니다. 리더의 빨간 펜은 침묵을 강요합니다. 대화를 촉발하는 것은 질문과 호기심입니다. 질문 잘하고 호기심 많은 리더의 팀은 아이디어가 넘쳐 납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연대(Band)할 수 있습니다. 유발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언어와 대화가 중심이 된 인지 혁명으로 사피엔스는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피엔스는 대화의 힘을 통해 추상적 생각과 목표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집단의 크기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약한 개인은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훌륭한 사피엔스, 리더의 대화는 '생각과 목표'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출발입니다. 공동의 생각과 목표를 공유하지 못하는 팀워크는 기계적 분업이나 단기적이고 경쟁적인 성과창출에만 급급하게 됩니다.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의 생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리더의 대화, 모두가 안전한 중원을 만들자    


지금 우리가 직면한 세상은 소득뿐만 아니라 생각도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리뷰와 추천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생각만을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은 많아지는데 비대면 온라인 소통의 정보전달 방식도 늘어남에 따라 토론이나 직관보다는 정보에 의존한 이분법적 판단이 능력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은 리더나 팀의 '오만이나 태만'을 강화시킵니다. 리더는 '내가 틀릴 수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구성원들을 중원으로 불러 모아 열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중원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리더는 중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원은 회의실일 수도, 1박 2일 워크숍일 수도, 회의를 지배하는 기본규칙(Ground rules) 일 수도 있습니다. 참여의 동등함과 태도의 진지함이 지배하는 중원은 안전하고 건설적인 토론의 장입니다. 구성원들이 폐쇄적 물리적 공간, 비밀스러운 온라인 공간에 안주하며 자신의 생각은 숨긴 채 의견이 아닌 피드백만을 주고받는 수준에서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없습니다. 중원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객관화시켜야 합니다. 객관화된 생각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와 강한 실행으로 이어집니다. 중원에서의 토론은 구성원들에게 파괴적이지 않고 안전합니다. 멋진 정서적 균형감을 선사합니다.  


인수합병 이후 통합과정(PMI, Post-merger integration) 프로젝트나 적자기업이나 무너진 조직을 회생시키는 턴어라운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면 필자는 중원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회의실이나 휴게실, 임원실이나 흡연실과 같이 대화와 토론이 일어나는 공간을 개선합니다.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기록할 수 있고, 음료나 다과도 준비되어 있는 깨끗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물리적으로 개선된 각각의 공간에서는 동등함과 진지함에 기초한 명백한 규칙을 만들어 대화를 촉진합니다. 안전하고 균형 잡힌 중원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용솟음치고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떠오릅니다.  


리더의 대화, 질문으로 소통하자!     


질문이 많은 조직과 적은 조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구성원들이 현실의 벽을 느끼고 체념한 상태이거나 상하 위계가 엄격한 조직일수록 질문이 없습니다. 또한 기계적 반복이 일어나는 업무를 하는 조직의 경우도 질문은 없습니다. 리더는 일방적 지시를 하고 구성원들은 머리를 조아립니다. 이런 조직에서 질문은 상급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질문이 없는 조직은 새로운 생각이 태동하지 못하는 척박한 조직입니다. 리더는 질문을 통해 구성원들의 새로운 생각, 깊은 생각을 촉발시켜야 합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트리거(Trigger)가 되어야 합니다. 


IT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양도, 질도, 접근성도 혁신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신사업을 검토할 때 인터넷에는 시장 데이터가 넘쳐나고, 경쟁자들의 전략이나 전술 패턴도 온라인 유통망에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공급 파트너들도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모아 퍼즐을 맞추면 사업 검토서가 나옵니다. 이 과정은 검토하기, 생각하기라기보다 발견하기, 결론 맞추기에 가깝습니다. 데이터가 있지만 의견이나 관통하는 직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리더는 질문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생각의 힘'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업무지시도, 개선활동도, 목표관리도 질문으로 이루어지면 구성원들의 뇌 속에서 뉴런은 활성화되고 주체적인 생각이 시작됩니다.         


이 세상에 어리석은 질문이란 없습니다! 필자는 환경, 플랜트, 화장품, 신재생에너지, 패션, 화학, 통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외부인의 시선으로 산업 내부인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왜'라고 되물으며 학습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은 생각과 대화를 촉발합니다. 이메일 회신이나 대화, 토론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모든 일은 질문으로 치환될 있습니다. 필자는 항상 대화나 토론 그리고 이메일을 보낼 때 핵심 질문 3가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에게도 물어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고 의견을 구합니다. 리더의 질문은 관심이고, 관심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리더의 대화, 사실을 뛰어넘는 가치와 원칙으로 연대하자! 


리더십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같이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실(Fact)을 뛰어넘는 가치와 원칙,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목표로 사람들을 묶어야 합니다.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고, 목표도 리더와 구성원들이 중원에서 토론을 통해 같이 만들 수 있다면 구성원들의 목표 달성 몰입도는 극대화될 것입니다. 연대를 위한 리더의 대화는 일상적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조직 내에 전파되지만 워크숍이나 타운홀 미팅 등 중원에서 특정한 계기를 만들어 강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구호나 슬로건으로 축약된 가치와 원칙을 기준으로 리더는 구성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고 구성원들에 이해의 깊이를 넓혀가게 됩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는 좌뇌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빅데이터의 시대, 사무실에도 정보가 넘쳐납니다. 좌뇌를 활용해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보를 만들고, 정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회람하고, 정보는 의사결정의 형태로 실행력을 얻게 됩니다. 리더는 개별 사안이나 아이디어의 효과성이나 효율성뿐만 아니라 그것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뇌를 통해 해야 합니다. 리더의 질문과 대화가 가치와 원칙을 강화시켜 팀을 연대하게 합니다. 팀 모럴은 강해지고 가치와 원칙에 의거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으로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커지게 됩니다. 


워크숍은 회사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가 중시하는 가치와 원칙을 짧은 시간 내에 동시에 체화 활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필자는 새로운 그리고 어려운 회사에 부임할 때마다 워크숍을 통해 팀과 구성원들을 정렬시키고 연대시켰습니다. 워크숍의 유효성에 대한 깨달음은 공인 퍼실리테이터 자격증 취득까지 필자를 이끌었습니다. 워크숍을 직접 설계했기 때문에 정밀하고 촘촘하게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역할상 구성원들의 진솔한 생각을 경청만 해야 했습니다. 팀빌딩 활동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의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현실 경영에 반영되면서 신뢰가 형성되고 연대는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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