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도 공정한 조직
조직 공정성의 3요소
경제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목표에는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동물로 가정된다. 하지만 자유 속에 고립된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자 한다. 연결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파편화된 복합문화공동체로서 사회가 형성된다. 다양성을 기본으로 한 사회는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개인이 이룰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 내고, 과정에 참여한 개인은 혁신의 결과물을 분배 받게 된다. 분배의 과정에서 나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이익이나 손해의 ’공정함’에 대한 판단이 집단에 대한 개인의 자발적 헌신과 기여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공정함이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하거나, 공정함으로 포장된 결과물 뒤에 숨어있는 상대방의 의도에 적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활동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무임승차하는 것을 넘어서 때론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포기하고 자원을 투자하면서까지도 저항하게 된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치는 ‘공정함’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쟁에서 과정의 공정함이 무시될 수 있다는 생각, 승자 독식의 시대에서 모든 것을 잃어 버리는 패자를 양산하는 경쟁문화, 차별과 차이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법적 제도적 차원을 넘어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미디어의 발전 등은 약자가 적극적으로 공점함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대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기업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적 승진과 보상 체계,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거나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직장 내 괴롭힘, 권력형 성희롱 등 많은 문제들이 공정함의 가치가 훼손된 결과로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인간 또는 개인과 기업간 관계갈등의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데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당사자간의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갈등이 해결된 이후에도 관계는 지속되어야 하고, 갈등의 강도나 방향에 대해 어느 일방이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협력없이 일방의 노력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리더는 조직공정성을 강화하여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조직공정성의 3가지 측면을 이해하고 구성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 첫번째는 한정된 자원에 대한 분배의 공정성이다. 조직원들은 투입된 노력과 산출의 사회적 비교의 결과를 근거로 공정성에 대한 지각을 하게 된다. 흔히 회사에서 급여나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사고과다. 영업조직과 같이 실적을 단순히 숫자로 나열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다면 문제가 덜 하겠지만 많은 팀들이 고과 시즌이 되면 격랑을 겪게 된다. 때론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우수한 직원이 이직을 하기도 한다. 리더가 꾸준히 과정평가를 종합하고 객관적 성과평가를 통해서 고과를 부여해도 조직원들을 납득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직원들에게 평가의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팀의 존재이유인 협업의 문화도 흔들리게 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계량화되고 S, A, B, C로 사실상 순위를 부여하는 기존의 고과 체계를 없애고 있다. 그들은 조직개발 측면에서 개인별 육성계획과 업무를 통한 이행 점검, 그리고 면담이나 과정관리에서의 인정을 통해서 성과를 평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인사평가 제도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리더는 조직원들이 동의한 육성계획과 업무계획에 근거하여 실질적인 중간평가와 면담으로 과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칭찬, 긍정적 피드백과 같은 감정적 보상을 통해 과정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일년에 한번 있는 인사고과에서 인정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성과에 대해서 한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인정’받는 것이 실질적인 동기부여와 성장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기준 지표와 측정의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인사고과 결과에 불만을 제기한 팀원과 상담을 해보면 팀장과 조직원이 다른 성과평가 기준을 가지고 서로에게 공정함을 요구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재 우리 기업의 인사제도는 과거 연공서열 중심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신인사제도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신인사제도하에서는 차별도 공정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한 두번째 요소는 절차의 공정성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 절차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절차에 대해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분배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 뿐만 아니라 리더가 조직 구성원 개인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정함의 손상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취하게 되는 해법이 보상과 설득이다. 하지만 구성원간, 구성원과 회사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결의 과정에 갈등 당사자를 제도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갈등당사자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손상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절차의 공정성은 투명하고 제도화된 절차 속에서 당사자들이 관련된 정보를 서로 제공하고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리더는 공정성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위임받아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합의에 이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갈등이 벌어진 공간에서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는 조직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관계갈등이나 과업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협업이 더욱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의 공정성은 향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조직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마지막 요소는 상호작용 정당성이다. 이는 개인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조직 구성원들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직장내 괴롭힘이나 따돌림, 권력형 갑질 등은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결과로서 발생한다. 팀은 협업을 전제로 성립되었기 때문에 리더와 구성원은 개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 공손하고 정중하게 소통하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리더는 한발 더 나아가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조직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기분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부분의 경우가 업무에 대한 중압감보다는 독립된 개인으로 대우받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상호작용이 정당하고 느끼게 만드는 다른 요소는 정보공유의 공정성이다. 정보가 특정 개인에게 편중되거나 지나치게 비밀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부당하다고 느끼게 된다. 협업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진실한 정보가 시의적절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이나 업무와 관련된 정보에서 소외받았을 때 느끼는 부당함도 우리 모두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분배의 공정성이나 절차의 공정성이 회사 차원의 제도적인 부분에서의 보완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면 상호작용 정당성은 리더가 만들어가는 협업의 조직 문화다. 월요일 주간회의 시간에 이슈와 관련된 정보, 의사결정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속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에게 행복한 일주일의 시작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기업은 협업의 이익을 추구하며 구성된 조직이다. 구성원들은 경쟁과 협력의 과정에서 보상이나 절차 그리고 상호작용이 공정하다고 인정되었을 때 조직의 목표에 대한 몰입이 높아진다. 공정하지 않은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헌신하면서 무임승차자를 위해 표 값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밀실에서 보상이나 설득을 종용해서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회사 차원에서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불공정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리더는 협업을 위해 공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
Polina Kovaleva 님의 사진, 출처: Pex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