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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08. 2023

스키너 상자 속에서 찾은 행복의 근원

자율성

우리들은 사무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8시간을 기준으로 해도 하루의 1/3을 직장에서 동료들과 일을 하며 지낸다.  매일노동뉴스의 2018년 1월 24일 자 기사 ‘서울시민 겪는 최대 갈등은 직장 내 갈등’이라는 기사를 보면 우리들의 직장생활이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서울시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시민의 30%가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가족 간, 이웃 간, 개인과 공공기관 간, 그리고 개인과 기업 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최근 1년 사이에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갈등을 경험한 사람들 중 37.5%는 개인과 직장동료나 상사, 그리고 속한 기업과의 갈등 등 직장 내 갈등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시민의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가정이나, 이웃, 공공기관도 아닌 사무실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 팀이 되어 하루의 1/3을 같이 보내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무실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차장으로, 그리고 팀장, 본부장으로 일하는 우리는 모두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 역시 이윤추구를 통해서 성장을 도모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던 스키너는 1930년대 보상과 처벌을 통해 동물의 특정 행동을 강화하거나 없애기 위한 실험을 하기 위해 작은 상자를 고안했다.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인간의 심리보다 측정가능한 행동에 초점을 맞춘 행동주의 심리학에 ‘인간은 보상이나 특정 결과를 획득하기 위해 환경에 능동적으로 개입한다.’는 전제를 깔고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스키너 상자는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여러 형태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레버와 먹이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벌을 실험하기 위해서 바닥에 전기가 흐르게 하는 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상자 속에 쥐를 넣고 진행된 스키너의 실험은 쥐가 우연히 레버를 누르게 되면 먹이통에서 먹이가 공급된다.  스키너는 실험이 반복될수록  레버를 누르는 쥐의 행동이 능동적으로 강화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게 된다.  또한 특정행동이 일어났을 때 바닥에 전기가 흐르게 하는 등의 처벌을 통해서 그 행동을 소거할 수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이 실험결과를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입하면 인간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서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로서 조정하고 조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윤리적으로도,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도 많은 논란과 시사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스키너는 보상과 처벌을 활용한 조작적 조건화를 통해서 고양이가 피아노를 치고, 강아지가 게임을 하는 등 얼마든지 원하는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동물이나 기계처럼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스키너의 실험 결과는 인간의 수동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한계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스키너의 실험은 인간의 수동성과 능동성에 대한 양면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을 단지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결과와 보상을 염두에 두고 환경이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 존재라는 것에서 실험은 출발하였다.  반면 보상이나 처벌에 의해 특정 행동이 강화되고 훈련되어질 수 있다는 부분은 인간의 수동성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키너 실험의 인간에 대한 능동성과 수동성에 대한 근본적 시사점들은 기업 경영활동의 인적자원 관리에도 널리 활용되면서 동기부여라는 큰 주제로 발전되어 왔다.

 

동기부여는 결국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열심히, 헌신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들이다.  선진기업의 경영자들이 문제해결을 잘하는 직원과 더불어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기업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것을 보아도 조직원들의 능동성이 기업의 성과 창출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들이 조직원들을 평가할 때도 역량평가, 성과평가와 더불어 태도평가 또는 인성평가라는 항목으로 직원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는 지를 평가한다.  역량은 회사 차원에서 교육훈련과 일을 통해서 개발되어야 하고, 개발될 수 있으며, 객관화할 수도 있다.  성과 역시 결과로 나타나는 부분으로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들의 태도나 인성은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영역으로 측정도 어렵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사회가 개인화, 다원화되면서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서류전형과 인터뷰를 통해서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직원,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찾는 시대에서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로열티, 충성심, 애사심'라고 부르는 조직에 대한 감정적 몰입은 IMF 체재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급격히 약화되었다.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모은행 구조조정 대상자들의 ‘눈물의 비디오’ 영상은 대한민국 직장인의 직업관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지만 회사에 대한 믿음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경력 개발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안 시켜도 자발적으로'라는 조직시민 행동과 조직에 대한 몰입을 약화시켰다.  그 이후 기업은 능력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금전적인 보상을 강화하는 일에 한동안 몰두했다.  기수와 끈끈한 선후배 관계로 묶여있던 조직은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생활의 일부이고, 받는 만큼 일하고,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들은 많지만,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기업에서 제공하는 금전적인 보상은  불만족을 해소할 뿐 만족도를 높일 수 없는 위생요인(Hygiene Factor)이 되어가고 있다.  금전적 보상을 통해 외적 동기부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내적 동기부여가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승진, 휴가, 교육 등 비금전적 보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이 역시 내적 동기부여의 수단으로써의 역할은 약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발적으로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조직원들이 넘쳐나는 ‘일할 맛'나는 팀, ‘행복한’ 회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선진기업들이 소통과 창의성을 목적으로 사무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일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창의성, 집중, 행복이 숲 속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에 기반하여 사무실을 숲 속에 만들기도 했다.  아마존은 직원들 간의 소통을 증진하기 위해 사무공간에 식물원을 들여왔다.  애플은 개방성과 유동성을 강조하면서 조직원들이 자연 속에서 공동 작업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 애플파크에 5조 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세계 일류기업들은 왜 사무실에 자연을 가져오고 개방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1970년대 등장한 자기 결정이론이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조직과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고, 스스로 결정하고 동기부여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경향을 타고났다.  또한 적합한 사회환경적 요인이 형성되면 내적 동기가 발생하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타인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연결되려는 관계성, 그리고 일에 대해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유능에 대한 인정 등이 상승할 때 내적 동기가 증가한다.  사무실에 자연을 들여오고 쾌적한 공용공간을 조성해 조직원들이 능동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제공하면서 관계성을 증대하여 내적 동기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내적 동기부여의 핵심은 자기 행동의 원천이 되고 싶은 욕망, 자율성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타인에 의한 강요나 지시보다는 흥미나 호기심 같은 내적 요소에 의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동기가 극대화된다.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흥미나 호기심을 가지는 상황이 매일, 매 순간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흥미나 호기심은 매니저가 일깨워 줄 수는 있지만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매니저가 조직원들의 자율성을 반복가능하게 구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조직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할 수 있게 권한을 주는 것이다.  만약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의사결정의 포인트마다 피드백을 주고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것도 불안하면 질문을 통해 의견을 묻고, 의견을 반영하여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인상만 주어서는 안 된다.  성공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더 큰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진정으로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의사결정해야 한다.  매니저가 한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조직원은 없다.  

 

당신이 속해있는 팀의 주간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팀원들이 지난주에 한 일과 금주에 할 일을 이야기하면, 팀장은 지시사항을 나열하고 팀원들은 받아 적기에 바쁜 ‘적자생존'의 모습인가?  아니면 일의 진행과정에서 벌어지는 핵심 이슈들에 대해 질문이 오가고, 서로가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반영되어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가?  본인이 참여하지 하지 않은 의사결정 사항에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또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헌신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매니저의 지시 위주의 소통 문화는 조직원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고, 일하는 척하는 직원들이 넘쳐나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회사가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직원들의 자율성보다 관리자에 의한 지시와 통제의 문화가 강한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뜨려 불행한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는 동물들은 수명의 50%가 단축된다고 한다.

 

당신은 팀원들을 스키너 상자 속의 쥐로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스스로 결정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팀원으로 만들고 싶은가?  인간의 본성이 만족되지 않은 조직 속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안정적이고 안전한 관계가 형성되는 행복한 조직, 팀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행복한 팀, 잘하는 일에 대해서 인정하는 행복한 회사.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회사의 역할이고, 이것을 경쟁력 있는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은 매니저들의 책임이며, 서로 협업하면서 자율성을 가지고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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