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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17. 2023

다양성 보너스가 넘치는 문화

혁신, 비슷한 사람을 경계하라!

개인과 집단의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기업의 내외부 환경변화와 문제에서 찾아낸 혁신의 기회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게 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를 오퍼링이나 비니니스 모델의 콘셉트로 만드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콘셉트를 눈에 보이는 오퍼링으로 개발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상업생산과 응용 단계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는 여러 팀의 창의적 노력이 더해져 혁신이 일어나고, 팀워크와 리더십을 통해서 혁신의 과정은 기업의 프로세스가 되며, 반복되고 수정된 혁신의 프로세스는 '운영탁월성'을 가진 기업의 문화가 된다.  혁신의 전제조건이 되는 창의성은 혁신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에 의해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사실이다.  다만 다양한 개인이 모인 팀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생산적이며 창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매니저의 조정 역량이 필수적이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도 채용, 보상, 목표관리, 지원 등에 있어서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Scott E. Page는 다양성 보너스(The Diversity Bonus, Princeton)라는 책에서 복잡한 문제(Complex Challenges or Problems)일수록 동일한 문제나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인식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모여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개선된 문제해결, 증가된 혁신, 더 정확한 예측이라는 다양성 보너스를 만들어 낸다고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성별, 인종, 종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동일한 정보에 대해 다양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폭넓게 문제해결에 참여하면 창출되는 다양성 보너스의 크기도 커진다고 할 수 있겠다.  시너지 효과가 협업의 일반적 부가가치를 설명하고 있다면 다양성 보너스는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협업의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양성 보너스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체성과 관점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출하고 연결하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기업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문화는 능력 있고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을 불러 모으게 되어 다시 다양성을 강화시키게 되고 혁신의 빈도와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리프레이밍도 리더에 의한 프레임 재정의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조직원들과 소통을 통해서 협업한다면 혁신의 결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앨런 튜링(Alan Turing)은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수학의 정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컴퓨터라고 불리는 튜링 머신의 원천 개념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튜링은 수학을 활용하여 컴퓨터, 인공지능의 영역뿐만 아니라 세포가 기관을 형성하는 튜링구조라는 생물학의 영역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동성애자이면서 스포츠광이었던 그는 보수적인 영국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관점을 표출한 사람이었다.  우리에겐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을 통해서 1조 개가 넘는 경우의 수를 가진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를 만들어 낸 천재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암호해독기를 개발해 내는 데 있어서 튜링 개인의 우수성도 중요했지만 개발을 담당했던 책임자로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의 통찰력을 자율과 개방을 통해서 한 그릇에 녹여낸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팀에는 수학자나 과학자뿐만 아니라 체스 챔피언, 언어학자, 윤리학자, 고서적상, 해초전문가, 작가, 우체국 기술자 등이 속해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특별한 규칙과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암호 해독기라는 기계를 만드는데 투여했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암호해독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페이지 교수의 말처럼 동질적이고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보다 조금은 덜 똑똑해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문제해결력이 더 좋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성은 소수자에 대한 기회평등의 차원에서 정치적인 배려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혁신의 원천으로 다양성의 가치가 굳건하게 정착되어 있다.  다민족 사회로서의 포용성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미국의 힘을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가치가 지탱하고 있다고 미국사회는 믿는다.  애플도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직원들을 통해서 세계를 진보시킬 수 있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혁신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애플, 월트디즈니, 구글과 같은 기업들 뿐만 아니라 대학들에서도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로 표명되고 있다.  필자가 공부했던 일리노이 주립대학 MBA 프로그램에서도 ‘다양성 없이 성장은 있을 수 없다’는 기치아래 인종, 국가, 성별, 종교, 민족, 나이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학교에서는  집단의 구성원과 행동을 같이하기보다는 새롭고 다른 관점과 생각,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것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내에는 다양성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기도 한다.  필자가 공부했던 2005년에도 공대 출신이 50% 이상이었고, 다양한 국가와 인종 출신의 댄서, 전투기 조정사, 앵커, 디자이너 등이 함께 공부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먼저 만들어 내는 기업이 있는 나라 미국은 다양성이 혁신의 원천이라고 믿고 있고,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 기업의 채용과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채용과정에서도 기업문화나 인성이 강조되면서 ‘튀는 사람'보다는 ‘적합한 사람'을 찾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보다는 ‘다양한 기능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설사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 입사했다고 하더라도 위계질서와 통일성이 강조되는 기업문화로 인해 다양성은 말살된다.  ‘다른 아이디어 좀 없습니까?’라는 팀장의 질문에 대해, 팀원들은 답변에 경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직장인은 모든 참여자가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항목에 25%만 동의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은 혁신을 외치면서 다양한 인재를 찾고 다양한 관점이 살아날 수 있는 소통에 힘쓴다고 하고 있지만, 현실은 똑같은 사람을 찾아서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직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발맞추어 걷던 시대는 지났다.  경공업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중국이라는 더 빠른 추격자가 등장하면서 힘을 잃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진입장벽을 쌓고 오랜 시간 이익을 향유 하던 중공업의 독과점 전략도 시장의 글로벌화와 중국의 진입으로 위협받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고객의 니즈는 다양화되고 빠르게 변화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져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양한 관점과 건전한 토론을 포용하는 문화, 다양성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똑같은 사람을 뽑지도 말고, 다른 사람을 똑같이 만들어서도 안된다.

 


복잡한 환경, 빠른 변화, 경쟁적인 환경은 그룹 단위의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문제해결과 혁신을 필요로 한다.  다양성에 기반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점진적 개선보다는 ‘Scrap & Build’ 식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설루션 도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 대한 파괴가 필요하다.  다양성은 특정 결과를 초래한 조직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조직의 원칙과 변수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는 창의적 솔루션 개발을 위해 그 원칙과 변수 자체를 바꾸게 된다.  자신들이 조직의 원칙과 변수들마저 바꾸고 만들어낸 솔루션에 대해 참석자들은 당연히 실행에 대한 강한 헌신(Commitment)을 할 수밖에 없다.  결정도 그들이 내렸고, 실행도 그들의 몫이고, 성과도 그들의 책임이다.  조직행동을 지배하는 원칙과 변수마저 바꾸는 이중순환 학습이 반복되면 단순 성장이 아닌 조직 자체도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회사에서 다양성 증진을 통해서 회사를 지배하는 특정 고정관념을 버리고 변화를 시도하는 의식개혁을 이루고자 한다.  다양성과 토론보다 통일성과 위계가 강조되는 조직에서는 조직의 행동을 지배하는 변수들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솔루션을 찾기보다는 조직의 행동만을 바꾸어 조직 행동의 결과를 바꾸려는 단일순환 학습(Single Loop Learning)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혁신과 창의성의 전제조건이 되는 다양성은 이질적인 개인의 상호작용을 매개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다양성은 창의성을 상승시키는 긍정적인 측면 이외에도 조직원들 간의 오해나 충돌 등 관계갈등을 야기한다.  관계갈등을 생산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른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침묵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잦은 이직으로 인한 조직 불안정과 같은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다양성은 잦은 개선과 복합적 시각의 반영으로 인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관성을 해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채용, 성과평가와 보상, 인력개발, 팀워크개발 등에 있어 다양성의 긍정적 측면을 강화하는 관리노력이 필요하다.  리더도 다양성 관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감성지능을 이용하여 다양한 관점을 가진 팀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다양성은 새로운 관점과 지식이 만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올바른 의사결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심도 깊은 비판과 평가는 의사결정과 실행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리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면 다양성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극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회의실에서 일어나는 충돌에 어색해하지 말아야 한다.  훈련받은 매니저의 효과적인 리더십과 정교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혁신의 불씨를 키워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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