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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17. 2023

혁신을 관리하고 반복하는 프로세스가 내재화된 조직

실패할 수 있어도 반복될 수 있는 혁신의 조건

혁신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포지셔닝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경쟁우위를 획득하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거에 일개인에 이루어지기보다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누적된 양적 변화를 통해 조직 내부에 지식, 기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돌파를 이루고 질적인 변화로 혁신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혁신 활동이 더 좋은 제품, 더 값싼 서비스, 더 빠른 프로세스를 경쟁사보다 ‘먼저' 제공하는 것이면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이라 하고, 기존 경쟁의 규칙을 흔들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시장을 창조하거나 재편할 수 있으면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이라고 한다.  점진적 혁신은 비용과 편익 사이의 상쇄관계(Tradeoff)를 해결할 수 오퍼링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은 가치혁신을 통해 기존 오퍼링이 제공하던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혁신활동의 원천은 사회경제적 환경, 기술환경, 정치적 환경 등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회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환경변화 속에서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족시키는 것이다. 혁신의 결과로 경쟁우위를 얻게 되는 것의 핵심은 기업이 시장에서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오퍼링으로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게 되면 가격결정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혁신의 과정은 길고 쓰지만, 그 결과는 길고 달다.  왜 모든 기업들이 최근 들어 혁신을 외치고 있을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최초 생산자가 신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면 독점의 이익으로 인해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된다.  이후 다른 생산자들이 모방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의 결과로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재화 1 단위를 더 팔았을 때 벌어들이는 한계수입(MR, Marginal Revenue)이 그 재화 1 단위를 추가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한계비용(MC, Marginal Cost)과 같아질 때까지 경쟁자가 추가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최근에는 고객 수를 일정하게 확보하면 경쟁우위가 유지되는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특허 등으로 인해 이 등식이 성립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이 과정을 따르게 된다. 

 

최초의 혁신적인 제품이 빠른 추격자 등 경쟁자들이 진입하면서 경쟁우위가 상실되고 수익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차별성이 사라지고 가격경쟁으로 치달아 제품의 일반화(Commoditization), 무차별화가 진행된다.  이러한 제품의 일반화 과정은 급속한 세계화와 SNS의 발달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쟁의 범위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산업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으며, 소비자 기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혁신적인 제품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도 매우 짧아지게 되었다.  제품의 수명주기(PLC, Product Life Cycle)도 급속도로 짧아진 것이다.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천천히 가격을 낮추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죽음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잠시 파티를 열고 있는 사이 다른 산업이나, 다른 나라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신규 경쟁자가 가치혁신을 통해 더 좋으면서 싼 제품을 들고 나와 경쟁우위를 빼앗아 간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양적 변화가 축적되어 크고 작은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조직원들이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점진적 혁신활동은 기존 제품의 수명주기가 다하기 전에 점진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여 새로운 제품수명주기를 지속적으로 더해야 한다. 또한 외부와의 협업,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주시를 통해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술개발 과제에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의 혁신 활동이 문화로 정착되어 지속가능한 운영능력으로 녹아들어 가면 혁신의 속도는 빨라지고 경쟁자들의 모방은 어려워진다.  저가격이나 차별화 전략보다 더욱 지속가능한 전략은 그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운영 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이다.  

 

혁신의 과정, 관리할 수 있는가?

 

혁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to make something new)이라는 라틴어 innovatio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혁신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은 아니다.  현대 경영활동에서 혁신은 시장과 환경에서 개선과 혁신의 기회(Pain Point)를 발견하고, 그 기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적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등의 오퍼링으로 만들어 내는 체계적인 과정인 것이다.  식스 시그마에서는 이를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듣고, 이 중에서 핵심적인 요구사항(CCR, Critical Customer Requirement)을 추출하여, 그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준(CTQ, Critical To Quality)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 가구, 조명, 회의실, 파티션, 컴퓨터, 공기, 식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원들로부터 고객의 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나 관찰, 면접 등을 통해 개인적인 측면에선 의자와 조명, 팀의 측면에서는 회의실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회의실 조명의 밝기에 대한 기준과 의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등을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들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만들어 내면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다.


혁신의 과정은 위와 같이 기회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실제적으로 사용가능한 오퍼링으로 구현하는 과정으로서 프로세스로 내부에 정착시킬 수 있고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다.  다만 우리가 혁신을 어려워하고 관리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편익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옵션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는 어려움 때문이다.         



조티드(joe Tidd), 존 베산트(John Bessant), 케이스 파비티(Keith Pavitt)가 저술한 <Managing Innovation - Integrating technical, market and organizational change>에서는 혁신을 관리하는 4단계를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가능성 있는 혁신 영역을 조사하는 것이다.  규제의 변화, 경쟁자의 행동, 비효율적 프로세스, SNS의 활성화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내외부 환경변화에서 발생한 충족되지 않은 다양한 니즈와 혁신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부서가 협업을 통해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과 가설적 사고를 활용하여 다양한 옵션을 개발하고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외부기관의 기술과 시장 동향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서도 가능한 혁신의 영역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과거 사용경험에서 발생하는 혁신 대상에 대한 불신, 현재 사용시점에서의 불만, 그리고 사용 후 관점에서의 불안 요소를 파악하여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 단계는 조직이 자원을 투하할 혁신의 대상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 자원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우위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최선의 혁신 영역을 선택하여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선택의 단계에서는 어떤 기준을 활용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영역이 기회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실행을 통해서 효과를 극대화하면 잘못된 선택이 있을 수는 없지만, 제한된 자원 내에서 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은 가능하다.  고객조사나 전문가 인터뷰 등 과학적인 방법을 참고하고, 내부적인 분석자료를 통해서 투입자원 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영역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종 선택은 매니저의 피드백을 받은 경영진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혁신활동은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과도 동일하다.  삼성의 반도체 투자, LG의 LCD 투자 등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이나 연구개발 영역에 대한 장기적인 혁신 활동 선택은 내외부 전문가의 분석을 근거로 최고경영자의 직관에 많은 의존을 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선택된 옵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기술이전 등을 통해서 필요한 지식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된 혁신 영역에 대해서 어떤 요소기술이 필요한지와 기술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요소기술을 자체 개발(Make)하는 것은 효율성도, 효과성도 저하되고 혁신의 속도도 매우 느려지게 된다.  핵심기술에 대해서도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 관련 인력 채용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Buy)할 수 있다.  특히 경쟁자가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점진적 혁신 수준의 오퍼링 개발이라면 속도가 매우 중요하고, 속도는 시장에서 가격결정력을 가지는 기간과도 비례하기 때문에 수익성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  

 

마지막 단계는 선택된 영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등으로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단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발명의 과정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실재적으로 사용 가능하게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는 내부적인 제품개발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도 상업생산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지체되면 시장 출시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운영능력을 보유한 회사들은 상업생산을 위한 자체적인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고 혁신의 첫 번째 단계부터 생산이 참여하여 수평적으로 상업생산까지 검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혁신의 과정이 실행된 이후에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공과 실패요소에 대한 리뷰를 통해 혁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혁신은 연구개발 부서만의 일이 아닌 다양한 부서가 모인 프로젝트 팀(Cross Functional Team)의 타임라인을 가진 프로세스로 정착될 수 있고 관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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