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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22. 2023

상시적 갈등의 시대, 보상이 능사가 아니다!

보상은 빙산의 일각, 정당한 절차와 실질적 참여 통한 심리적 관계 회복

상시적 갈등의 시대, 상호 의존성과 자기 중심성이 갈등의 씨앗 


한자어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를 이야기하는데, 두 식물 모두 항상 자신만의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면서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특성이 있어 칡과 등나무가 한데 엉켜 감아 올라가면 좀처럼 풀어헤치기 어려워 갈등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다른 곳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다면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던,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의존’적인 상태에서는 칡이나 등나무 고유의 ‘다른' 성격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갈등의 소지가 된다.  이처럼 갈등은 상호의존적인 상태에서 발생한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 때문에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생(나비효과)할 수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는 없다.  따라서 갈등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직장 동료나, 계약관계로 맺어진 고객이나 협력회사,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사회와의 의존관계를 생각해 보면 갈등은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 임에 틀림없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관리된 갈등은 당사자간의 소통을 증진시켜 이해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이는 갈등해결 이후의 지속되는 관계에서도 당사자간의 협업적 문제해결을 위한 신뢰의 토대가 된다.  또한 갈등을 완화시키거나 해결하기 위한 내부의 프로세스나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게 되어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관련 소송이나 이미지 손상으로 인해 치명적인 신뢰 추락과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때로는 존망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실력 있는 직원의 퇴사, 사기 저하, 팀워크의 와해, 시간과 비용의 낭비 등이 발생한다.  


갈등관리 과정에서 스킬이 부족한 리더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턴어라운드 리더의 갈등관리 지혜와 스킬 그리고 회사의 갈등관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은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개선과 성장을 위한 발화 장치로 변환시킬 수 있다.  갈등은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으로 개인과 환경 간의 외적 갈등과 개인의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내적 갈등으로 나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가 있어 내적 갈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원초아와 도덕적인 원칙에 따른 통제에 기초한 초자아가 갈등을 일으키고, 현실적이고 수용가능한 결정으로 이끄는 성숙된 자아가 이것을 중재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아가 원초아와 초자아의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개인은 불안과 공포의 감정이 생겨나고, 부정, 합리화 등 자아 방어 기제(ego defence mechanism)를 발생시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자기 중심성(ego-centrism)은 다른 사람과의 '다름'을 자신의 판단에 기초하여 '틀림'으로 인식하기도 하는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류와 착각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외적 갈등을 유발한다.  또한 개인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조직 내에서 지나친 성과주의나 개인주의로 치달아 조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자기 중심성 이외에도 돈, 권력 등 한정된 자원도 개인 간, 기업 간, 또는 개인과 기업 간 갈등의 씨앗이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과거에 대한 불신,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경쟁은 격화되고 신뢰로 대표되는 사회적 자본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급격한 발전은 그동안 개인적 또는 소그룹 차원에서 삭히고 눌러 왔던 갈등이 익명의 다른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이런 변화의 결과로 갈등은 그 어떤 시대보다 강하고 빈번하게 표출되고 있고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기업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인사문제, 사용자와 노동자의 노사관계가 큰 갈등의 요소가 되고 있다.  직원들 간에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가 회사의 담장을 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갈등을 정당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기업은 불경기, 제품 하자 등 그 어떤 열악한 경영환경에서보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일부 회사에서 노사관계는 칡과 등나무의 관계처럼 역사적으로 대립적인 관계가 유지되어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을 가중시키는 요소이다.  또한 기업은 외부적으로도 경쟁기업, 협력업체, 고객과의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 가전 시장에서 삼성과 LG 관계에서 보듯이 경쟁 기업 간 갈등도 규모와 빈도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골도 커지고 깊어지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고객사 자체의 구조적인 갑질이나 고객사 담당자의 갑질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언론사 제보 등을 통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오히려 갈등을 악용하여 계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보상을 요구하거나 협박을 통해서 제도를 악용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다.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갈등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불량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불친절한 직원, 비합리적인 절차,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 자체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실상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증폭된다.  고객과의 갈등 자체를 예방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갈등 발생 시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결하는 노하우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기업과 이해관계자 집단의 갈등은 SNS에 의해 급속히 전파되고 소송 등을 통한 법률행위로 쉽게 발전한다.


파괴적이면서 창조적인 갈등의 양면, 리더의 갈등관리 역량이 결정해


갈등이 상시화 되면서 기업들은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반한 거래가 아닌 명문화된 계약관계와 공식적인 분쟁해결 절차에 의존하게 되어 경영활동의 거래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다양한 집단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칫하면 돌연사(Sudden death)에 이를 수도 있다.  갈등은 단순히 과거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갈등을 이해하고 관리할 줄 아는 턴어라운드 리더는 상시적인 갈등을 문제가 아니라 갈등 당사자간의 관계를 새로이 굳건히 하고, 또 다른 협력의 장을 창출하는 기회로 연결시킨다.


기업 내에서 직원들 간에 발생하는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같은 갈등도 원인을 규명하고 제도적인 차원, 그리고 기업문화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오히려 팀워크를 증진시키고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직원들 간의 건전하고 건설적인 과업 갈등을 유발하여 집단 지성을 만들어 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한 경쟁력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노사관계도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서로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심사의 차이를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갈등관리 능력을 노사 양측이 길러야 한다.  노사 양측이 갈등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신뢰는 회복되고, 생산성도 품질도 향상되며, 임금도 복지도 증대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경쟁기업과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로 혁신을 자극하고, 협력업체와는 상생협력을 통해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향상할 수도 있고, 고객과는 신뢰를 굳건히 다질 수 있는 힘, 이제는 갈등관리에서 찾아야 한다.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객관적인 문제가 갈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것은 자기 중심성에 기초한 오해와 감정적 대립 때문이다.  이때부터 객관적 문제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억측이 개입되고, 문제 해결보다 기싸움이나 비방 등 태도나 절차 등에 집중하는 두 번째 단계로 진행된다.  기업 간의 경쟁 등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나 원청과 하청 등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회사와 직원 등 협력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모두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객관적 문제가 감정적 갈등으로 발전된 이 단계에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폭력이나 협박 등 물리적 충돌이나 중재나 법적 소송 등 행정 절차로 이행된다.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싸움의 상처와 갈등 해결 비용을 수반하는 세 번째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문제가 세 번째 단계로 진행되기 직전에 문제를 갈등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갈등을 인식하면 문제는 이슈회의나 전략회의가 아닌 대책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책은 회사도 상대방도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의 규모가 논의의 주된 대상이며, 백업플랜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 취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검토를 시작한다.

 

갈등해결, 보상 만이 능사가 아니고 절차적 정당성과 심리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야 


적절한 보상의 규모에 대해 상호 절충이 이루어지면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여러분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당신이 품질 불만을 제기했고 해당 회사와 감정적인 대립까지 하고 난 후 보상을 받았다.  만족하는가?  그 회사 제품을 기꺼이 다시 구매하여 사용하고 싶은가?  협력회사 사장과 대금지불이나 불량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는데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감정적 갈등까지 발생했다.  결국 협력 회사는 단가인하, 반품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당신이 구매 담당자라면 이 협력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로 인식하고 내년에도 구매를 지속하겠는가?  협력사 사장은 단가 인하, 반품 등의 페널티 금액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겠는가?  팀장이 당신에게 지속적으로 인격 모독적인 언사를 일삼고, 업적 평가도 공정하지 않다.  당신은 인사팀에 문제를 제기했고, 당신의 팀장은 타 부서로 발령이 나고 징계를 받았다.  당신은 이 사건 이후에도 마음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물리적 보상이나 사후 조치들이 갈등을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갈등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눈에 보이는 보상과 상응조치가 갈등해결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합의서에 서명하게 된다.  당사자 모두 문제가 세 번째 단계로 악화되는 것이 두려워 마지못해 손해를 보았다고 느끼면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갈등이 해결된 후 모두 즐겁게 웃으면서 회의실을 나갈 수 있을까?  갈등 당사자는 합의서에 기록되는 실질적 보상 이외에도 갈등해결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심리적 관계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니즈를 가지고 있다.  갈등해결 과정의 절차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양 당사자가 그 절차 속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한 절차와 실질적 참여로 만들어진 실질적 보상은 당사자 모두에게 공정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심리적 관계성은 갈등해결 과정에서 손상된 관계, 감정, 느낌 등의 심리상태가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바라는 니즈다.  


우리는 불량제품을 받아 들면 구입처에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해당 회사에 전화까지 할 때는 보이지 않는 망설임의 과정이 있다.  이러한 망설임은 상호 관계에서 감정, 느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무의식 때문이다.  이런 고객에게 사용이나 유통 상의 부주의 일 수 있다고 하면서 회사가 책임을 유보하거나,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며 지연시켜 확인전화를 반복하게 하면 망설이게 만들었던 심리적 관계성은 손상되고 감정적 갈등이 시작된다.  갈등해결 과정에서는 절차나 보상 못지않게 손상된 심리적 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기업활동에서 중요한 갈등요인은 불만고객이다.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치아래 콜센터 상담원과 담당 직원들이 읍소와 구두 해명 그리고 깜짝 보상만으로 일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불만고객의 감정적 앙금은 해소될 수 있을지라도 우리 직원은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응대하는 직원들에 따라 고객서비스의 질이 좌우될 수 있다.  


불량의 원인과 조치사항을 명백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고객은 회사가 무엇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운영체계가 부실한 바보 같은 회사라고 느낄 수도 있다.  회사 내부의 정해진 절차나 매뉴얼만을 강조하면서, 앵무새처럼 '확인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대기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최고의 불만 요인이고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제는 불만고객이 동의하는 절차를 제안하고, 그에 따라서 갈등해결 과정을 공유하며, 회사의 규정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형 고객서비스가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다.  당사자가 모두 동의하는 정당한 절차와 실질적 참여로 만들어낸 공정한 보상, 그리고 그러한 맞춤형 공동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감정과 관계!  고객만족 서비스도 보상만이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제 갈등해결의 특성을 이해하고 문제해결형으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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