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갈등을 유발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파괴적 갈등도 관리하자
갈등 해결, 구조를 개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기업은 다양한 개인과 부서가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규칙을 공유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협력도 하고, 희소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도 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협력과 경쟁의 결과로 힘 있는 부서, 잘 나가는 부장, 최고의 실적, 1등 기업이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인 간, 기업 간 다양한 갈등도 함께 발생한다. 갈등관리자로서 턴어라운드 리더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가지고 다원적 가치를 신봉하는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다양성이 높다는 것은 조직 내 혁신과 창의를 증진하는 긍정적인 요소지만 ‘다름'이 많아져 갈등이 증대될 수 있다는 도전이기도 하다. 실무직원들을 개인적으로 친동생처럼 여기고 저녁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갈등을 해결하던 시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혼밥, 혼술을 하는 세대의 등장과 함께 지고 있다.
기업 내부의 조직 갈등이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또 다른 갈등이 터져 나온다. 이제는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인 변화나 프로세스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은 어떤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단체, 민사소송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무마하거나 위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전략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기업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기업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률적인 해결이나 극단적인 물리적 충돌에 의존할 수도 없다. 갈등당사자들은 이해관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갈등이 해결되고 나면 상호 의존성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시 안 볼 사람이나 기업은 아니다. 갈등당사자들은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적이고 실질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생산적인 과업 갈등, 파괴적인 감정 갈등
기업 내부의 갈등은 노사문제, 성폭력, 집단 따돌림, 차별 등 업무 외적인 문제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회의, 보고 등 업무를 하는 정상적인 소통의 과정에서나 개인 간의 감정적인 문제에서도 발생한다. 외부적으로는 경쟁업체나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과의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업무 중에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과업 갈등이라고 하며, 상하 동료 간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 감정적 대립 등 주로 관계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감정 갈등이라고 한다.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과업갈등이 협업갈등이다. 이러한 협업갈등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창조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문제해결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해서 갈등의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측면을 강화하면서 부정적인 면을 억제시킬 수 있으면 갈등 속에서 혁신이 태어난다.
기업 내부의 감정 갈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차별 등이며 대표적인 관계 갈등이다. 그동안 기업 내부의 감정 갈등은 개인 간의 문제로 초점이 맞추어져 기업이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갈등상황이 공개되고 공론화되면 공식적인 기구나 제도, 절차를 통해 갈등 당사자들을 조정하여 관계를 회복시키기보다 명문화된 제도와 규정에 기반하여 징계 등 처벌에 입각한 일방적 해결을 했다. 관계로 인해서 갈등이 발생했는데 정작 관계는 회복시키지 못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까지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된다. 기업이 외부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과업 갈등은 주로 명문화된 계약이나 규정 또는 비공식적 일반 정서로부터 기인한 계약 갈등이다. 공정거래 관련 협력업체들과의 분쟁, 고객대상 품질사고, 지역사회 대상 환경 분쟁 등이다. 이러한 종류의 갈등은 사전적인 예방 활동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한 사후 조치의 신속성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미디어, 지역사회, 비영리단체 등 외부 이해 관계자 집단과 감정 갈등도 발생한다. 생산, 유통, 판매, 품질, 투자 등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영 활동이 이해 관계자들의 니즈와 상충할 때 발생한다. 제도나 규정에 따르면 갈등의 책임이 기업에 없지만 이해 관계자들과 명분이나 이해 관심사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이해 관계자 집단과 감정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이해 관계자 집단의 키맨 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해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으로 상호 이해 관심사를 이해하고, 갈등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 노력이 일상적인 기업 활동이 되어야 한다. 일상적이고 사전적인 갈등 관리 노력은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면 법률적 소송이나 제도적인 절차에 따른 분쟁 해결로 가지 않고 협상, 제삼자 조정 등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절차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다양성과 협업지향적 환경, 그리고 공식적 갈등관리 시스템이 창조적 갈등을 만든다
기업이 상시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갈등의 긍정적 성격인 창조성을 높이면서 파괴적 특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높여 창조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인적 특성을 가진 구성원들을 채용하고, 기존 구성원들은 직무 순환이나 교육 등을 통해 다양성을 증진시킨다. 협업 과정에서 다양성은 창조적 갈등의 가능성을 높이고 집단 지성도 상승시킨다. 팀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대화와 경청을 통해 가능성과 대안을 모색하는 확장적 사고의 단계와 토론을 통해 비교 분석하면서 결론에 이르는 수렴적 사고의 단계로 나뉜다. 다양성은 확장적 사고의 단계에서 양적으로 풍부한 의견을 만들어 내고, 수렴적 사고의 단계에서는 질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여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낸다.
둘째, 다양성을 갖춘 구성원들에게 퍼실리테이션, 프로젝트 관리 등 협업적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기업 내부에 퍼실리테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갈등관리자 등 전문가를 육성한다. 녹색 사무실, 파티션 허물기, 창의적 회의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와 프로세스가 생겨나고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면 다양성에 기초한 창조적 갈등은 문화가 된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조치를 갈등관리 제도와 프로세스로 내재화하여 갈등조정 위원회 등 갈등관리 시스템(CMS, Conflict Management System)을 가동하는 것이다. 제도화되고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갈등관리시스템은 갈등 해결뿐만 아니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는 사전적 예방 활동도 진행한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내외부 전문가의 가이드 그리고 제도와 프로세스에 따라 갈등을 해결한다.
턴어라운드 리더는 기업 내외부의 핵심적인 갈등들을 퀵윈과제로 만들어 부임 초기에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갈등은 기업 내부 운영 프로세스의 보이지 않는 병목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갈등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의 유형에 따른 공식적인 갈등관리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조직 내에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구성원 모두가 '골칫거리'로 쳐다보고 있는 갈등을 운영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나아가 다양성을 증진하고 협업적 문제해결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위한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갈등당사자간의 감정을 해소시키고 이해 관심사를 조정하여, 무너진 관계를 더욱 굳건하고 생산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갈등을 기회로 보는 리더의 관점은 창조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파괴적인 갈등도 관리되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