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병묵 Jun 10. 2023

리더가 아닌 도덕헌장이 지배하는 팀

팀의 창발적 질서, 도덕헌장이 있나요?

가치를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일하면 창발적 질서, 도덕헌장이 생겨나


일반적으로 권력은 타인을 자기 의사에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이야기한다.  강제력을 가지고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통제하여 의도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다.  기업에서 본부장, 팀장, 부장 등 공식적인 직책이나 직위는 이러한 권력을 개인에게 부여한 것으로 구성원을 이끌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함이다.  한정된 기간 동안 범위가 특정된 일에서 결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팀의 경우는 권력을 기반으로 한 거래적 리더십이 효과적일 수 있다.  카리스마 넘치고 유능한 리더가 보상과 처벌을 매개로 권력을 사용하여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수평화되고 기능이 분화되면서 개인 간의 상호의존성은 약해진 반면 공정성에 대한 욕구는 커지고 있다.  거래적 리더십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권력을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여 조직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위나 직책에서 파생된 우월적 지위로 조직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에게 부당한 행동을 요구하거나, 차별하고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 불법이다.  이제는 조직 전체가 도덕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조직이 일하고 소통하는 기본적인 원칙인 도덕헌장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팀의 도덕헌장을 제정하고 실천하면서 부당한 권력이나 관계로 인해 구성원들이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조직원 서로가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원칙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  팀원들은 도덕헌장을 통해 가치와 믿음,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의사결정의 기준을 공유한다. 

 

‘Moral, Morality’는 도덕을 뜻하는 단어로서 좋은 풍습을 장려하지만 나쁜 풍습은 배척하는 것이다.  국부론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초를 만든 아담스미스는 경제학자이면서 윤리철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도덕 감정론을 통해 인간에 대한 기본 가정들을 제시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보이지 않는 손 ‘공정한 관찰자(도덕)'가 존재하여 정직함을 추구하면서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행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행동들이 모여 사회의 창발적 질서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팀도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며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  계획하는 과정에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며, 실행하는 과정에는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가치를 공유하고, 일관성 있게 의사결정하고, 규칙에 따라 실행하는 과정에서 팀의 창발적 질서, 도덕헌장이 생겨난다.  비로소 팀이 일관성을 가지는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기업 내에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50대 경영진, 40대의 중간관리자, 20~30대의 실무진이 한 지붕 아래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소통과 협동의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은 큰 도전이다.  인사권에 기반을 둔 위계나, 산업과 일에서의 경력과 전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무실에서 소통과 협업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조직은 하나의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을 내더라도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조금씩 맞추어 나가면서 내 음을 조정해 나가면 하나의 팀으로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팀이 공유하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팀장이나 본부장의 기준이나 마음이 팀과 본부의 공정한 관찰자가 돼서는 안 된다.  


팀의 도덕헌장, 수평적 관계인식과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의사결정의 원칙을 규정해야


세대를 아우르고 협업을 창출할 수 있는 명확한 팀의 도덕적 기준을 명문화하여 팀의 도덕헌장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팀헌장이 주로 목표나 책임 그리고 역할 등을 규정했다면, 팀의 도덕헌장은 서로 소통하고 협동하는 과정에서의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다.  마치 불협화음을 협화음을 통해 해소하여 음악을 만들어 내는 규칙, 악보를 만드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팀의 도덕헌장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할까?

 

먼저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수평적 관계 인식'에 대한 선언이 필요하다.  직책이나 직급의 위계가 존재하더라도 성별, 역량, 가치관 등 개인적 차이를 이용하여 서로를 비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  평가에 있어서는 항상 공정성의 개념이 강조되어야 한다.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직책이나 직위는 사무실에서 업무 관계를 기준으로 성립된 위계이다.  이러한 상하관계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폭력, 차별을 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또한 항상 문제와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자!  문제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은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할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칭을 단순화하거나 통일하는 기업의 노력은 바람직하다. 

 

'효율을 중시하며 일하는 방식'에 대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  OECD에서 집계한 2021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2.9달러로 37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74.8달러 대비 57.4%, 독일의 68.3달러 대비 62.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716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915시간으로 무려 199시간이 더 많다.  1년 중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1시간 정도 더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잔업, 야근, 특근 문화에 많은 비효율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정해진 근무시간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불요불급한 회의나 보고, 개인적 태만 등 낭비시간을 최소화하는 개인과 팀의 다짐이 필요하다.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대한 가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보고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체계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의 명확한 원칙과 기준도 필요하다.  고객 만족이 정말로 최우선이라면 리더는 비용보다는 신속하고 완벽한 조치를 우선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팀이 공유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정확성이라면 정확성을 위해서 신속성을 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팀이 추구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가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팀원들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공해 준다.  팀이 지향하는 가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기준이 되는 가치를 선언하고 강화해야 한다.  리더는 원칙에 의거한 일관성 있는 의사 결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카톡방에서 팀원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문서를 첨부할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팀원 전원이 문제를 공유할 수 있다.  구글이나 다양한 앱을 사용하면 소통을 넘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원칙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이런저런 용도로 소통 채널이 남용되면 그 채널은 소통의 힘을 잃게 된다.  실시간 소통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개인의 업무 집중도를 떨어 뜨릴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소통의 방식은 팀원들이 동의하는 새로운 기준을 필요로 한다.  회의실에는 그라운드 룰을 부착하여 협력적 소통의 원칙을 공유해야 한다.  회식 등의 비공식활동도 팀원이 공감하는 규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퇴사를 결정하게 된 주요 원인은 상사, 동료, 부하 등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갈등이다.  관계 갈등은 감정적 갈등으로 발전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동일한 상황에 대해 판단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프라인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고객도 직원들도 그들이다.  그들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 대화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카톡과 페이스북에서는 생각을 무한 확장한다.  탑 다운의 일방적인 기준으로는 그들을 협동의 장으로 끌어 들일 수 없다.  그들은 공정하지 못한 기준이나 불명확한 기준에는 정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출한다.  팀이 공유하는 도덕헌장이 필요하다.  


회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던 시대의 팀장이나 경영진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하고 문제가 없는 것들이 이제는 조직 갈등의 요소로 발전되어 팀워크의 저해요소가 된다.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리더들의 의사결정에서 불명확하고 변덕스러운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들은 구성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리더가 문제해결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한 상태로 일방적인 지시나 질책 만을 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 명문화된 팀의 도덕헌장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할 때이다.  구성원들이 합의한 보이지 않는 공정한 관찰자, 도덕헌장을 팀에 두어야 한다.  리더의 지시가 아닌 팀의 도덕헌장이 지배하는 팀을 만들어야 팀워크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이전 22화 창조적 갈등을 만들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