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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Jun 25. 2023

협상하지 말아야 할 때

리더의 협상전략, 협상해야 한다면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 통합적 협상하라

매니저는 실무를 책임지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상태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상 자리에 회사나 조직을 대표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C레벨 경영진을 보좌하여 정보제공자나 자문자의 입장으로 기업의 성패가 걸린 중요한 협상에 참가하기도 한다.  협상에 책임자로 또는 실무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합의도 하지 못하고 서로 대립하면서 결과적으로 양측의 관계만 손상시키는 것이 아닐까?  협상 스킬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간괴에 넘어가지는 않을까?  회사나 조직이 바라는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기는커녕 본전도 못 건지는 실패한 협상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갈등을 관리하는 협상가로서 매니저인 당신은 협상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현실에 기반한 사례를 통해 더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상대와 협업하면서, 더 나은 결과와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자!


협상은 두 명 혹은 두 개 이상의 조직이 이해관계나 욕구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될 때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성공적인 협상은 외줄에서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기보다는 모든 당사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금액, 조건 등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원칙을 방어하고, 공정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등 상호 간의 다양한 심리적 동기들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 더 얻어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와 상대방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떤 경우는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입장을 유지하면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거나 협상작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  첫째, 협상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면 협상하지 말고 다른 옵션을 찾아라!  모든 것을 걸고 협상하는 것은 도박이다.  둘째, 당신의 고객이 비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것 또는 불법적인 것을 요구할 때 협상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언젠가는 문제가 되어 당신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셋째, 당신이 준비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협상에 돌입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실수할 확률은 커지고 당신이 양보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신이 얻은 것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넷째, 기다리는 것을 통해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다른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면 기다려라!  기다려서 당신의 입장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면 기다려라!  다섯째, 협상의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합의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는데, 협상의 결과물이 협상을 하지 않았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이 가져올 수 있는 효용보다 작았을 때이다.


협상은 당사자들의 상호의존성으로부터 파생되는 이해관계나 자원배분의 대치 상황,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기술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자발적 동의로 협상이 시작되고 공동의 의사결정으로 협상의 결과물이 성립되고 공동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실행된다.  상호의존성이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고 상대방이 바라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때론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방이 주려고 하지 않는 갈등의 상황도 발생하고,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교환하여 서로의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경우도 있다.  동일한 이해관심사로 인해 가진 것을 배분하는 경우 일방의 목적 달성은 일방의 실패를 의미하게 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된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은 동일한 직선 위에 선 당사자가 점진적 양보와 교환을 통해 중간점을 찾아 타협하는 과정으로 분배적 협상이라고 부른다.  반면 이해관계의 배치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동그란 원 속에서 협업을 통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합적 협상이라고 한다.  분배적 협상에서 당사자 모두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책상 위에 있는 피자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에 반해, 통합적 협상에서는 그 시간에 당사자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피자를 굽거나 라면을 끓이고 상대에게는 중요하지만 자신에게는 덜 중요한 음료수나 피클 등을 교환하기도 하면서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이 통합적 협상이다.

 

입장중심의 분배적 협상보다 이해관계 중심의 통합적 협상


협상은 서로를 위협하면서 타협하여 중간점을 찾는 흥정이 아니고 감정, 이슈 등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양 당사자를 만족시키는 창의적 옵션을 개발하는 창조의 과정이다.  흥정의 기법을 사용하는 분배적 협상, 입장(Position) 중심의 협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입장은 당사자들의 실질적이고 내면적인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심사가 아닌 표면적이고 동일한 요구사항(가격 흥정 시 제시된 가격)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듯이 재래시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흥정은 ‘가격’이라는 하나의 가치에 대해서 상인과 고객이 협상하는 것이다.  흥정에서는 첫 번째 오퍼(Opening Offer, Anchoring)가 가장 중요하다.  고객은 지나치게 낮은 가격(Low Ball Offer)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상인은 부풀린 가격을 제시한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말이 안 된다며 양보를 요구하면서 자신도 조금씩 양보한다.  이런 종류의 흥정에서는 고집 센 사람, 가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안 팔겠다고 통보하는 등 벼랑 끝 전략을 쓰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분배적 협상, 입장 중심의 협상은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해가 되는 대표적 제로섬 게임으로 서로가 관계 유지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이해관계가 작은 경우에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상인은 고객을 ‘뜨내기손님'으로 생각하고 ‘팔면 좋고’식으로 접근하며, 고객도 ‘다른 곳에 갈 수도 있고’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타결돼도 고객도 상인도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BATNA)’라고 생각하고 서로를 의심한다.



분배적 협상, 입장 중심의 협상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적극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자기 자신의 입장을 기준점으로 협상을 리드한다.  초기 오퍼에 대한 앵커링과 협상이 진행되면서의 기준점을 객관적 이유를 들어 자신의 오퍼나 입장을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어 나간다.  둘째 무관심 전략이다.  상대방의 오퍼에 무관심하게 반응하거나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음을 암시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오퍼나 결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딜레마에 빠지면서 더욱 호의적인 오퍼를 제시하게 된다.  가격을 확인한 후에 깎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팔짱을 끼고 무관심하게 행동하면서 통로 쪽을 향해 몸을 돌려보자!   셋째, 제시된 가격을 수용하지 않았을 때 취할 수 있는 자신의 대안(BATNA)을 이해하면 승자의 저주와 패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이성적인 가격으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  즉, 자신의 대안을 모르는 상태에서 높은 가격에 무리하게 오퍼를 수용해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나, 너무 낮은 가격에 상대방에게 거의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패자의 저주, 복수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측면이나 관계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협상이라면 분배적 협상, 입장 중심의 협상을 고집하는 상대방을 통합적 협상, 협업 중심의 협상으로 유도하자!  첫째, 상대방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들을 찾아내서 상대방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  특정한 입장에 집착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관련된 사실이나 데이터를 제공하고 문제를 재해석하거나 재구성(Reframing) 질문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가정들을 흔들어 관점을 개방시키는 것이다.  특정한 입장이나 이해관계의 저변을 받치고 있는 가정은 기존의 경험, 지식, 관계, 한정된 정보 등에 의해 생긴 것으로 입장이나 관점을 굳건하게 유지시켜 주는 뿌리와 같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이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면서 가정을 재구성하는  질문을 하게 되면 뿌리가 흔들리게 되고, 그 결과 입장도 유연해지면 통합적 협상으로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둘째,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다른 방법은 없을까?’하고 물어 저변의 이해관심사를 이해하면서 새롭게 교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옵션들을 만들어 보자!  ‘더 이상 깎아 주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개 또는 다른 물건도 구매하고 볼륨 디스카운트를 통해서 상인과 고객이 모두 만족할 수도 있고, 현금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감할 수도 있고, 지속적인 거래 관계 유지를 약속할 수도 있고, 물건의 품질과 주인의 친절함을 칭찬할 수도 있고, SNS에 상점을 소개해 줄 수도 있는 등 양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창의적 대안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이러한 통합적 협상, 협업 중심의 협상은 필요성이 이해되고 신뢰가 형성되면 쉽게 가능해질 수 있다.  뜨내기손님이 아닌 단골들과의 거래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위협이나 불투명성 등 거래비용이 양 당사자 모두에게 최소화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옵션을 대화를 통해 쉽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이유이다.  리더라면 협상해야 할 때 당신과 상대방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의적 옵션을 개발하는 창조자가 되자!


꼭 이해하고 있어야 할 협상의 ABC


협상의 기본적 과정은 이해관심사를 파악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 옵션을 개발하여 교환하면서, 자신의 정당한 몫을 주장하는 것이다.  (ACQUIRE information) 입장 뒤에 숨어 있는 이해관심사를 찾아내자.  입장(Position)은 원한다고 표명하는 것이고, 이해관심사(Interest)는 그런 입장을 가지게 된 이유로서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구매담당자가 협력업체와 최종 가격협상을 하는 경우 입찰가격의 3% 인하가 표명된 입장이라면, 사업수행을 문제없이 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이 이해관심사이다.  가격 이외의 품질이나 납기 등을 무시하거나, 해당회사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한 업체와도 가격협상을 진행하지도 않는다.  (Find the BIGGEST pool of resources to share) 상호이익이 되는 창의적 옵션을 개발하여 교환하라.  통합적 협상의 가장 중요한 가정은 협상의 당사자들이 다른 가치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이해관심사를 서로 이해하면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것이 존재한다.  이것을 찾아내면 교환이 촉진될 수 있다.  대기업 구매담당자에게 가격이 매우 중요하지만 결재방식은 부수적인 요소이다.  반면 중소기업인 협력업체에게 현금결제는 어음할인 수수료를 절약하고 자금회전을 원활하게 하는 매우 좋은 조건이다.  현금결제와 가격인하를 서로 교환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상 결과가 될 것이다.  


이해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해 표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유동적일 수 있어야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상호 이해관계의 통합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존재하는 협상의 이슈들을 분해하여, 분해된 옵션을 개별적으로 만족시키는 옵션을 개발하고, 그 옵션들을 다시 패키지로 새롭게 구성하여 교환하는 것을 통해서도 교환가능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구매담당자에게 가격을 유지시켜 주면 지체보상금(LD, Liquidated Damage)을 증액시키고, 서브벤더에 대해서 발주처 승인을 받겠다고 하는 새로운 가치제안을 구성하여 제공할 수도 있다.  (CLAIM your share of that pool of resources for yourself) 당신의 몫을 정당하게 주장하자.  협상의 목적은 당신의 이해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조직을 대표하는 두 당사자가 주로 대화를 주고받지만 다수의 관련자들이 자리를 같이하는 경우도 있다.  두 당사자만이 자리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재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면서 협상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니저가 협상에 임할 때는 해당 조직 내 다양한 부서의 관련된 사람들이 역할을 가지고 직간접으로 협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대방 조직의 협상 관련 부서 및 개인의 역할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협상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지부서'는 협상의 해당 결정사항에 대해 실행을 하거나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는 부서로서 결과를 통보해 주어야 한다.  협상의 과정이나 준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자문부서'는 협상에 필요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는 협상의 목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그들의 의견이나 니즈가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승인부서’는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서로 그들의 승인이 없으면 합의가 실행될 수 없다.  ‘협조부서'는 협상결과에 대해 중간 승인을 하는 부서와 관리자 그리고 과정을 승인하는 부서가 될 수 있다.  승인 부서와 부서장이 결정하면 이들로부터 별도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도 있다.  구매담당자의 경우 ‘고지부서'는 선정된 협력업체와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사업팀과 프로젝트 매니저이며, ‘자문부서'는 설계팀, 품질팀과 같이 협력업체에 필수적인 요구사항을 만들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승인부서'는 구매팀의 최종 결재자인 임원이 되고, ‘협조부서'는 구매팀, 총무팀 등이 될 수 있다.  협상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속집단을 이해하는 것은 두 조직의 이해관심사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아가 협상 준비단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개인적 특성이나 성향, 협상에 대한 태도 등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협상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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