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추구형 문제(HOW)는 가설적 솔루션을 만들고 실행하여 검증하기
인생도 기업활동도 결국은 실행과정 속에서 문제들이 무수히 축적되고 한 두번의 성공을 이루게 되는데, 사람도 기업도 쓰고 머리 아픈 문제보다는 달콤한 성공의 기억을 강하게 보관하고 있는 듯 하다. 기업 경영활동에서도 문제는 해결과정에 비용, 인력 등 자원투입을 수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실패로 여겨진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은 책임을 지고, 문제나 실패는 빨리 덮는 것이 일상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제를 오픈하는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을 포상하고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직내에서 문제가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가 아닌 '내부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리더의 긍정적 인식이 중요하다.
첫째, 시간이 경과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도 기하습수적으로 늘어나기 떄문에 조기에 발견(Open it!)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합리적 인식을 리더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둘째, 문제에 대해 현상만을 치유하거나 형식적인 재발방지 노력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경험적 인식에서 프로세스 개선,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 조기경보 체계 등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리더는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단 R&D 분야 뿐만아니라 영업, 생산, 품질, 관리 등 경영의 전 분야에서 문제 속에서 혁신의 기회를 발견하여 성공으로 연결시키려는 리더의 도전적 사고가 필요하다. 턴어라운드의 과정이란 결국 조직 내외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들추어내고 구성원들과 해결해가면서 성공경험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고착화된 문제들, 책임지지 않는 문화, 모호한 역할과 책임,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로 넘쳐나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사업이나 조직에는 문제발생 초기 원인을 규명하여 해결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개선과 혁신을 위한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목적인 문제가 많다. 하락한 매출을 어떻게 올린 것인가와 어떻게 매출을 올릴것인가는 동일한 문제처럼 보이고 해결과정도 유사하지만 진인을 찾아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개선과 혁신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가 확연히 다르다. 경쟁자나 시장, 내부 프로세스의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매출이 하락하였다면, 피드백 관계를 분석하여 반작용을 일으킨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해야 한다. 반면 우리가 먼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작용을 시작할 때는 경쟁자나 시장, 내부 프로세스의 반작용을 예측하여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실행을 통해 검증해 나가야 한다.
판매를 어떻게 신장시킬 것이고,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와 같은 개선과 혁신을 위한 해결책 추구형(HOW) 문제들은 이해 관계자와의 피드백 관계를 예측하여 복수의 대안들을 개발하는 가설적 사고가 중요하다. 복수의 가설적 대안들에 대해 효과성의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실행하면서 전략적으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가설은 현실적인 조건하에서는 당장 검증하기 어려운 사항의 피드백 관계를 예측하여 해결책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인 근거가 없어 보이지만 피드백 관계를 논리적으로 추정해야 하고 해당 가설이 목적을 달성하는지에 대한 검증기준이 제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고차원의 분석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요하는 해결책 추구형(How) 문제해결 과정이다. 가설적 해결책들은 실행을 통해서 당초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지를 평가받게 된다.
가설은 예측이며 가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 관계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옵션들이 개발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인 개선이나 혁신을 위한 대책이나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면 가설적 사고가 매우 유용하다.
판사, 변호사, 의사와 같이 우리가 흔히 전문가라고 말하는 직업군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기반하에 가설적 사고를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로서 해결책 추구형 문제해결의 전문가들이다. 의사들의 경우에도 과학에 의존하여 문제의 진인(Root Cause)을 한 번에 찾아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병증의 원인이 다양한 곳에 존재할 수 있고, 어느 일부분의 이상이 다른 부분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 관계에 대해서 가설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발현된 병증에 대한 국소 치료를 하면서 지속적인 문진이나 검사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여 하나의 특정 질환으로 진단하고, 해당 질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에 집중하게 된다.
환자들은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빙산이 수면 아래 감추어진 커다란 빙산의 일각인 것처럼 발열, 두통, 복통 등 표면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체온측정, 혈압측정, 육안검사 등을 통해서 현상을 정밀히 관찰하고 정상치와의 차이(GAP)를 확인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문진을 통해 이상이 벌어진 원인을 추정하고, 그 차이의 정도에 따라 해열제, 진통제, 지사제 등을 처방하여 발현된 증상을 완하 시키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한다. 의사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비교적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발현된 병증과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패턴을 지식과 경험으로 알고 있고, 가설의 수립 및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질환을 특정짓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에 대한 응급 처지를 완료한 의사는 병증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아 병명을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 각종 검사를 시행하면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게 된다. 확인된 병증과 문진 결과에 근거하여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가설들을 수립하고, 이 가설들을 검증하여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검사를 시행한다. 필요한 경우 다른 과와 협진이나 동료 의사들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병명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정밀검사와 협진의 결과로 가설로 예측되었던 복수의 잠정적인 병명의 대부분은 기각이 되고, 채택된 가설은 병명으로 확정되게 된다. 이제 의사들은 수술이나 약품을 통해 특정 질환을 호전시키기 위한 근본 치료를 개시하게 된다.
가설적 사고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가?
가설적 사고가 왜 중요하고 유용할까? 첫째, 가설적 사고는 실행력을 강화시켜 준다. 현상에서 근본원인을 찾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문제를 방치하고 이리저리 살펴보기만 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원인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만 시간을 소모하거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 시뮬레이션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매출을 끌어올리기에 효율적이지 않다. 그 대안이 매출신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판촉활동 강화, 가격할인, 영업 인센티브 신장 등의 가설적 솔루션을 상정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실행을 통해 투입된 자원대비 매출신장 효과가 가장 뛰어났던 가설은 검증되고 채택되어지는 것이다.
둘째, 가설적 사고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다각적이고 열린 분석을 통해 복수의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 문제의 정확한 진원지를 찾기 어려운 복합도전의 시대는 저격수가 정밀 조준한 한 번의 사격으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One Shot One Kill’의 시대가 아니다. 직사화기의 조준사격보다는 관측자의 유도에 따라 사격을 반복하면서 탄착점을 향해 근접해 가는 곡사화기의 간접사격이 더 유용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른 변수와 연결된 의외의 주변변수를 자극하는 해결책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가설적 솔루션으로 제시된 다양한 해결책을 빠르게 실행하여 검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설적 사고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여 해결책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적 해결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에만 의존하여 분석하다 보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가설은 곧 경험과 직관에 의거한 합리적인 예측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에서 창조적 사고와 표현은 직관과 감정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상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느낌과 어우러지고 지성과 통합되어 상상력이 넘치는 통찰을 낳는다고 한다.
매출신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사례와 데이터를 분석하면 가격할인, 영업 인센티브, 유통점 실적 관리 등 기존의 판촉 아이디어로 한정되기 쉽다. 하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어떻게 매출을 신장할 것인가로 출발하게 되면 그간의 경험이 정서적 느낌과 지성으로 결합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전 예약판매, 경쟁사와의 공동 마케팅, SNS 판매채널 구축, 제품 리뉴얼 등 기존의 구조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논리적인 상상의 나래를 펴서 가설을 만드는 방법은?
가설적 사고가 유용한 해결책 추구형 문제(How)의 경우 문제는 ‘어떻게 월간 매출을 30% 신장시킬 것인가?’와 같이 목적과 목표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목적과 목표는 도출된 가설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이제 제로 베이스에서 논리적인 상상을 통해 가설을 만들어 보자! 가설적 사고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논리적인 상상을 좀 더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정의된 목적형 문제를 해결책으로 풀어내는 구조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컨설팅사에서는 이슈트리, 어골도(Fishbone Chart), 마인드 맵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Simple Mind와 같은 마인드 매핑 도구를 휴대폰이나 컴퓨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자유로운 편집이나 확장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이슈트리보다는 무료 마인드매핑 앱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중앙에 달성해야 할 목적이나 목표를 의문형으로 기록하고 방법이나 수단을 연결하고 확장하면 된다. 옵션들이 개발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방법이나 수단에 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직관적인 느낌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을 기록하기를 권장한다.
해결책을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여 토론하면 구조적인 관점에서 쉽게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다. 첫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아이디어들은 문제가 제시하고 있는 목적과 목표를 직간접적으로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해결책이 목적을 달성하는 인과관계의 방향이 정확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해결책과 근거 사이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없어야 한다. 키가 큰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벌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고, 큰 키로 인한 자신감이 성과로 이어져 소득이 높을 가능성이 더 합리적인 사고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아이디어들은 서로 중첩됨이 없고, 개별 아이디어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분야를 망라할 수 있어야 한다(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개별 아이디어 간에 중첩으로 인한 교집합이 없어야 하고, 모든 아이디어의 합집합은 전체가 될 수 있게끔 누락이 없어야 한다.
MECE 원칙은 사고를 최대한 구조화시켜 누락된 부분을 확인하여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고, 중첩된 부분을 확인하여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은 표면적으로는 구조적 틀 속에 아이디어를 한정시키는 듯이 보이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를 확장시키고 망상이 아닌 논리적인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디어를 좀 더 간편하게 확장하고, 무작위로 도출된 아이디어에 순서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순서나 중요성 순서, 구조적 분류를 활용할 수 있다. 시간적 순서는 시장진입기, 성장기, 성숙 시, 쇠퇴기, 단기(1년), 중기(3년), 장기(5년)와 같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분류하는 방식이다. 중요성 순서는 수익성, 성장성 등과 같이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구조적 분류는 MECE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제목을 붙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