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병묵 Jul 08. 2023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목적이 이끄는 문제해결 과정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영화 ‘곡성’에 나온 이 대사는 2016년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왜 이 대사가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고 회자되었을까?  아역배우의 구수한 사투리와 당찬 연기에 소름 돋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을 위해서인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이 답해야 하는 질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네트워크를 따라서 흐르는 무한의 정보와 구조화된 시스템 속에서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그리고 주도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이 되었던 질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목적이나 목표를 생각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과정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래야 편하다.  


하지만 목적과 목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과 열정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무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도 ‘왜 해야 하는데?’라는 목적이나 ‘얼마큼 해야 하는데?’라는 목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조직원들의 목표에 대한 몰입의 방향과 쏟는 열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과 목표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해진다.  배를 타고 노를 저어 특정한 목적지에 이르려고 할 때도 배와 노만을 쳐다보고 노를 젓게 되면 그 배는 제자리를 맴돌기 일쑤다.  힘은 힘대로 들고 배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다.  하지만 배가 가려는 목표를 쳐다보면서 노를 저으면 배는 서서히 방향을 잡고 노젓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목적이 과정을 이끄는 것이다.

2016년 10월 6일 저녁 8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맞아 경기를 벌이고 있다.  주장 기성용은 전반 11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첫 번째 골을 기록하여 1:0으로 앞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반 16분 카타르에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고 전반 45분 추가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한국팀은 다시 한번 카타르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후반 10분과 12분 지동원과 손흥민이 연속으로 골을 넣으며 다시 역전을 하게 된다.  이후 경기 종료까지 한국팀은 수비에 치중하고 카타르는 날카로운 공격을 계속했다.  단지 수비 불안과 체력저하,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한국팀의 수비 일변도 밀리는 경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카타르는 역전골을 허용한 이후 수비일변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며 적극적으로 유효슈팅을 날리며 일방적으로 경기를 리드했다.

 

경기 후 MVP로 선정된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에서 주장 기성용 선수가 하트타임에 우리 선수들에게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격려했다고 한다.  역전에 대한 결의에 힘입어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을 재무장하고 추가골을 통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트타임에 카타르의 락커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전반 45분에 터진 역전 골의 감격을 만끽하고 심리적으로는 안도했을 것이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프로선수들도 경기에 임해서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목표를 재정의하고 이러한 목표에 따라 조직원들의 행동도 변화하게 된다.  전반전 종료 직전 역전을 허용한 선수들에게 질책을 가하고 세세한 전술을 강조하기보다 왜 이겨야 하는지 그리고 다시 역전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개인들은 정신력을 재무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력은 선수들을 더욱 부지런하고 집중력 있게 만들어 결국 역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팀은 역전을 이룬 후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역전을 이루고 난 후의 목표는 추가 골을 넣기보다는 수비를 강화해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바뀌었고, 카타르는 어떻게 해서든 동점과 역전골을 만들고자 했다.  양 팀의 이러한 목표 변화는 일방적으로 한국 문전에서 카타르의 공격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한 골 차로 지는 팀은 골을 넣는 것이 목적이고 한 골 차로 이기는 팀은 지키는 것이 목적이 된다.  조직의 목표가 세워지면 조직원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뭣이 중헌디?’  일단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정말이지 우리가 바라는 데로 되지 않는 문제 투성이다.  물건을 1,000개 팔고 싶은데 500개 밖에 팔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 10%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싶은데 3%밖에 남기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고, 10등을 하고 싶은데 20등을 하는 것도 문제다.  문제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재 상태와 내가 바라는 사이의 차이(GAP)이다.  ‘무엇 무엇을 하고 싶은데…, 무엇 무엇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최근 기업환경 변화 중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요소는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다.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효율적으로 목표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품질, 서비스 등 일상적 경영활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작은 실수가 급속도로 전파되어 기업을 Sudden Death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고객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초기 대응에 실패하거나 은폐하는 경우 사소한 문제는 순식간에 재앙이 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 7을 출시한 후 배터리 불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흘 만에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이러한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은 통해 소비자의 불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삼성전자는 리콜로 인해 일시적인 재무적 손실을 기록했지만,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의 경우에도 문제 발생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하여 문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서든데스가 일어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유한의 시간, 한정된 인력과 돈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합목적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팔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들이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육감에 의존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 될까?  


우리가 가진 큰 힘인 생각을 통해 그리고 그 생각을 좀 더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을 활용하여 문제에 해대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현재 상태와 바라는 상태를 명확히 정의하고, 두 상태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찾아내어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불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없애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목적과 목표가 명확해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뭣이 중헌지!’에 대한 전략적 의도가 조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문제에 대해 빠르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뭣이 중헌디?’  문제해결의 루프를 따라가는 것은 혁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문제해결은 발생한 현상을 제거하기 위한 일회성 조치의 과정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문제 발생 초기에는 응급조치를 통해 현상을 완화시키고 해결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원인을 찾아내 조치하면 현상은 제거된다.  하지만 근본원인에 대해서 조치하지 못하면 언젠가 그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  경영활동에서 문제들이 시차를 두고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근본원인들이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격중심의 경쟁구조, 유동적이지 못한 생산시스템, 한정된 구매조달처, 인력의 숙련도, 기계의 노후화 등 비교적 단기에 해결하기 어렵거나, 많은 투자가 수반되거나, 우리만의 노력으로 변화가 어려운 것들이 구조적인 문제이다.  구조적인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나 경쟁력이 결정된다.  


많은 경우 매니저들은 이상현상의 제거에만 몰입되어
 구조적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거나,
숙명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는 반복되고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응급 대응조치부터 사후 예방조치에 이르기까지 문제해결의 과정을 지속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초기부터 이건 우리가 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야 라고 단정하는 것은 게으른 발상이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문제해결을 지속하면서 문제의 근본원인에 접근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가 ‘사람이 부족해서’라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것을 구조적인 문제로 정의하기 전에 업무를 재조정하거나, 근무 강도를 높이거나, 불필요한 간접 업무를 줄이거나, 외부 협력 업체를 활용 등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해야 하는 일인지, 직접해야 한다면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찾게 된다.

 

확인된 구조적 문제는 중장기 전략과제로 만들어 추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성 등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예를 들어 가격중심의 경쟁관계는 기업의 수익성에 커다란 문제를 수반한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과 같이 저가격, 저수익의 문제를 중장기적인 치킨게임으로 정의하고 비용절감이나 생산효율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를 전략과제로 추진할 수도 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 생존할 수 있다면 향상된 가격경쟁력에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인상이 더해져 기업의 수익성은 배가될 수 있다.

 

기업에서 발생되는 많은 문제들의 근본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현상을 제거했다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개선으로 구조적인 근본원인에 정확히 접근해야 한다.  정확히 진단된 구조적인 문제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감상) 싯다르타(Siddharth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