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킴 Jun 28. 2021

대망의 임당검사

산모 검사의 꽃_임신성 당뇨검사

24-28주 사이에 임산부들은 임신성 당뇨검사(a.k.a 임당검사)를 받는다. 임신성 당뇨는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해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으로, 혈당 조절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거대아 출산이나 산모나 태아에게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임신성 당뇨를 경험한 산모는 출산 후에도 당뇨가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임산부들에게 임당검사는 산모 검사 중 가장 큰 이벤트이다. 일단 검사받는 과정이 좀 괴롭고, 확정이 되면 철저한 식단 조절에 인슐린 투여 등 말만 들어도 복잡하고 걱정되는 힘든 일이 많은 데다, 향후 아기나 산모의 건강에 미칠 영향 등을 생각하면 되도록 피하고 싶은 큰 검사기 때문이다.


나는 임신 전에도 임당 검사의 악독함(?)에 대해서 익히 들어왔고(이상한 시약을 마신다/ 피를 엄청 뽑는다 등), 친구들 중에서도 운동 마니아, 단 거 싫어하는 친구, 가족력 없는 친구 다 가리지 않고 한 번에 임당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봐왔기 때문에 임신을 하고 나서도 가장 걱정해왔던 검사였다. 특히,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잘 걸린다는 괴소문! 을 들어서 임신 중기가 시작되자마자 괜히 임당 관리를 하겠다고 설치며 식단을 짜고, 단 음료는 하루에 한 번만 먹고 같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의지박약러이기 때문에 1주일 지나니까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있었다ㅠㅠ


그러다 보니 중기가 시작되고, 한 달 만에 5kg이 쪘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만 더 먹었을 뿐이었는데, 이상하게 급격히 무게가 불어났다. 뭐 난 임산부니까, 먹을 수도 있고 살이 찔 수도 있지 하며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이렇게 확 찌면 안 좋아요, 다음 검사 때는 이대로 유지한다 생각하고 덜 먹고 오세요.” 라 하는 의사 선생님의 단호한 말과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찌면 너 임당 걸릴지도 몰라"하고 내 불안을 부추기는 남편의 말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임당 검사받기 한 달 전부터 몸무게 관리도 하려고 음식도 나름 샐러드(?) 같은 건강식을 좀 섞어 먹고 운동도 했다. 임신하고 아침을 좀 챙겨 먹었는데, 그것도 두유나 주스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다든가, 저녁을 먹고 나면 꼭 산책을 하는 등.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관리를 했다. 체중계를 아침저녁으로 재고, 점심을 너무 많이 먹으면, 저녁은 간단히 먹는 등. 임신 전에도 하지 못했던 "관리"라는 걸 했다!!! 나의 노력 때문이었나? 몸무게도 늘었던 체중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고, 많이 먹은 날 1-2kg 정도 쪘다가도 금방 제자리를 찾았다.


대망의 검사 전날, 운동도 했겠다, 식단 관리도 했겠다. 나름 자신이 있었다. 전날엔 과일을 먹지 말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수박이 참 먹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검사가 오후에 있어서 아침도 계란이랑 토마토 정도로 가볍게 먹었다. 사람들이 시약이 진짜 맛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나름대로 잘 먹었다. 달달한 감기 시럽 같은 맛이라 아주 맛있진 않았지만! 검사를 받고,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고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다. 이제 임당 통과만 남았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산모님-이런 전화드려서 죄송하지만 임당검사 재검이 나왔어요-140 이하가 정상인데 159가 나왔네요-다시 재검사하러 오세요."


전화를 받고 나서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운동도 꼬박꼬박 하고, 남편의 매서운 감시 하에 먹고 싶은 것도 참은 시간은 대체 무엇인가!!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재검 뜨면 억울하지나 않지! 그런 생각에 그날은 될 대로 되라란 생각으로 냉장고에 사두었던 꾸덕한 초코케잌도 퍼먹고, 먹고 싶은 것도 시켜먹고 그랬다.(극단적인 엄마....)  


원인을 알고 싶었으나 해답은 없었고, 일주일 뒤에 무시무시한 재검 타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재검은 첫 번째 검사보다 더 힘들다. 공복 8시간 유지, 맛없는 시약 2병 마시기, 총 4번의 채혈이지만 채혈 간격이 한 시간씩이라 거의 반나절을 병원에서 대기해야 한다. 4번의 검사 중 2번 이상 기준을 넘으면 임당 확정! 설명만 들어도 너무너무 괴롭고 귀찮은 과정이었다.


이후 일주일 동안  머릿속엔 임당검사 생각으로 가득찼다. 특히, 수면시간이나 스트레스가 임당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것을 어디서 읽고 나서 지난   동안 나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몸무게에 나보다  크게 반응하여  달간 나의 심기를 계속 건드려왔던 남편, 임당 검사   전에 시댁행사 때문에 개고생을 하느라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일주일간 제대로  잤던 시간들 등이 떠올랐다. 물론 그게 직접적인 이유라   없겠지만 나에게는  스트레스의 원인제공자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이를 탓해봐도 어쩌겠는가. 지금 내가   있는  혈당을 낮춘다는 당조고추를  먹고, 매일 쌈밥을 먹으며, 매일 운동을 하는  밖에 없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가끔가끔 혹시, 임당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드디어 재검 당일날. 


전날 9시부터 물도 마시지 않고 금식을 했고, 오자마자 채혈 후 시약 두 병을 마셨다. 처음에 너무 잘 마셔서 시약을 마시는 게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 맛없는걸 공복에 두 병을 마시니까 살짝 역했다. 어떤 사람은 이거 마시다가 토하거나 쓰러지기도 한다던데. 토하면 이걸 또다시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이 메슥거렸지만 억지로 꿀꺽 삼켰다. 혈당을 낮추려면 무엇보다 운동이 중요하대서, 대기 중간중간 병원 주위를 산책했다. 물론 이게 통과하기 위한 검사는 아니지만, 임당이 확정되는 게 더 싫었다. 괴로운 식단관리도 식단관리고, 태아와 나에게 미칠 영향도 걱정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나에 대한 위로보다 남은 임신 기간 내내 내가 먹는 거 가지고 잔소리를 할 남편이 더 떠올라서 그것만은 좀 피하고 싶었다!


산책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나름 마음의 정리를 했다. 임당이라고 죽는 것도 아니고, 출산하고 나면 없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임당 판정을 받고 관리를 잘해서 더 건강해졌다는 후기가 많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거야 하고 나를 다독였다. 무사히 검사를 마치고, 검사한다고 못 먹었던 것들을 좀 사 먹고, 과일도 마음껏 먹고.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다행히 정상!


그동안 임당 검사로 요동쳐왔던 호르몬이 가라앉았고, 세상 행복해졌다. 남편과 남편집에 대한 서운함도 굉장히 사소한 일로 변했다. 내 느낌이지만 일주일 동안 내 속에서 평소보다 조용히 꼬물거렸던 아기한테도 갑자기 고마웠다. 우여곡절 많았던 임당검사가 이렇게 끝이 났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 내가 느낀 점:


- 임당 검사는 그 날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전 날 잠을 푹 자고, 검사 전날이든 전전날이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게 하자.(물론 병원에서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지만) 수면+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


- 그 다음으로 임당검사를 한번에 통과하려면, 운동이 중요한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는 습관을 기르자.


- 주위 사람들의 지지도 중요하다. 산모가 제일 불안하고, 어차피 임당확정 받아도 산모가 제일 불편한 사람이다. 괜히 불안을 부추기지 말고 모든게 괜찮을 거라는 태도를 유지해주길.


작가의 이전글 너와 나의 연결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