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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ug 25. 2021

시간아 제발 멈추어다오

벌써 임신 후기라니!! (2)

내가 겪은 임신 후기 변화


5. 쥐… 쥐가 나요 야옹야옹


임신 후기가 되면 커진 복부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고 한다…라고 책에서만 읽었는데 실제로 그렇다. 조금 많이 걷거나 앉아 있는 날에는 다리가 퉁퉁 부었다. 아침과는 확연하게 달라지는 다리 굵기 때문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도, 서서 있어도 안 된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평소같이 기지개를 쭉 켜는데 ‘아악!!’ 소리가 났다. 쥐!! 쥐가 난 것이다. 종아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펴지질 않는다. '아아아악' 억지로 발을 움직이려다 다른 한쪽마저 같이 쥐가 난다. 남편은 출근하고 없고, 배는 나와서 종아리까지 손이 잘 닿지 않는다. 침대에서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꿈틀꿈틀대는 내 모습이 한 마리의 지렁이 같다… 배 나온 지렁이….


임신 후기에 혈액순환이 안돼서 자주 경험한 게 쥐였다. 평소엔 쥐가 나도 금방 없어지고 잘 참는 편이라 쥐가 나도 아주 우아하게 쥐 난 곳을 맛사지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던 나였는데. 임신을 하고 나니 쥐 나는 게 왜 이렇게 아픈 것인지. 주무르고 또 주물러도 뻣뻣해진 근육은 잘 풀어지지 않았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 후기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병원에서 압박스타킹을 처방받는다. 근데 이게 보험가 적용이 한 번 밖에 안되어서 나도 병원에 문의했지만,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나중에 사용하라고 그때는 다리가 더 두꺼워지고 부종이 심해져서 더 큰 사이즈 사야 한다며 말리는 바람에… 임신 후기 초반엔 사지도 못했다. 하지만 출산이 가까워지자 짧아진 경부 길이 때문에 잘 돌아다니지 못해서 다리가 덜 뭉쳤고 쥐도 덜 났기 때문에 이럴 바에 제 돈 주고 그냥 살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막상 35주가 지나서 사니까 잘 안 신는다는ㅜㅜ(출산 후에도 사용한다 하니 기대해본다 압박스타킹의 효과)


내가 쥐 때문에 힘들어하니 남편이 밤마다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임신 후기에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기에 남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이때 잘 못하면 서러움이 평생 가니까 와이프한테 잘해주자!) 확실히 남편이 맛사지하고 난 다음 날엔 쥐가 잘 생기지 않았다. 임신하고 나서 남편이 뭘 하든 못 미더워서 짜증도 많이 내고 싸우기도 했는데. 내 다리를 주물러주는 시간만큼은 애정이 뿜뿜 넘치고 그동안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편이 다리를 맛사지하는 동안 아기 이름이나 유튜브에서 본 육아상식, 출산 후기 등등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배 안의 아기가 폭풍 태동을 해서 자기의 존재감을 어필하였다. 특히 남편은 아무리 태교동화를 읽어줘도 아빠 목소리만 들리면 잠잠해지는 아기 때문에 서운해했는데(그러다 점점 태교동화 타임은 사라졌다ㅋㅋ) 갑자기 움직임이 활발해진 아기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아했다. 그동안 우리 둘 밖에 없는 세상이었는데 이제 세 명이 함께라는 느낌을 이때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몽글몽글하고도 따뜻한 행복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다리를 맛사지해줄 여유와 시간이 없는 날이라면. 폼롤러를 추천한다. 자기 전에 폼롤러로 발목, 종아리. 무릎 뒤를 좀 풀어주면 아침에 쥐가 덜 난다. 꼭 폼롤러를 구매해 내 몸은 내가 챙기자.


6. 넘치는 식욕, 그렇지 못한 소화능력


임당 검사를 통과하고 나서 먹는 것에 대한 고삐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주위 출산한 친구들이 ‘수유하면 더 못 먹는다! 애가 나오면 매운 것도, 기름진 것도 잘 못 먹어! 지금! 지금 너가 먹고 싶은걸 먹을 때야!’ 라며 간곡하게 조언을 하기도 했고, 이제 아기도 어느 정도 커서 임신 초기처럼 초예민하게 조심조심할 이유가 덜 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막 먹으면 절대절대 안 된다)


거기다 임신 후기가 되면 뭐가 자꾸 먹고 싶다. 식욕이 정말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먼저 밥의 양이 늘어나는데, 이상하게 밥 먹고 돌아서면 간식 먹고 싶고, 그거 먹고 나면 또 다른 게 생각나고 그런 패턴이 된다. 내가 먹는 게 아니라 아기가 먹는 거라고, 아기가 커져서 더 먹는 거라고 믿고 싶은데ㅋㅋㅋㅋ실제로도 아침을 잘 안 먹거나 조금만 거르면 허기가 미친듯이 찾아왔다. 초기나 중기에는 아침 정도는 간단히 먹거나 걸러도  괜찮았는데, 임신 후기가 되니까 공복이 되면 거의 현기증 나는 수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먹는 것에 꽤 집착하는 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나의 유일한 낙이기도 하고, 못 먹는 음식도 별로 없다. 특정한 음식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전식부터 본식, 디저트까지 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챙겨 먹는다. 암튼 그만큼 먹는 걸 중요시하는 편인데 아기를 가지고 나서… 나의 가장 센 욕망을 조절하고, 참아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다. 임신 후기도 됐겠다, 식욕도 늘어나고, 임당도 통과했겠다.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 터지면서 먹고 싶은 게 생각날 때마다 참지 않고 먹었다.


아침, 점심, 간식, 저녁, 야식.... 5끼 정도를 땡기는 것들을 먹었다. 예전엔 음식도 좀 조심했는데, 후기가 되니까 수유하면 더 힘드니까 그냥 먹자! 는 생각이 들어서 메뉴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햄버거, 초밥, 치킨, 라면... 어느 날은 소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혼자 고기를 사다가 구워 먹기도 했다(이미 점심을 꽤 먹었음에도).


하지만 배가 점점 위로 차오르고, 먹은 만큼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나의 위장이 나의 식욕을 잘 감당하지 못했다. 실컷 먹고 나면 더부룩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배는 개구리 아니 두꺼비처럼 부풀어올랐다.... 머리는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외쳤지만, 위장은 그만 그만하라고! 하는 상태? 그렇게 밤이 돼서 누우면 역류성 식도처럼 갑자기 위액이 올라오기도 해서. 결국 삼시 세끼 먹고 간식을 조금 먹는 정도로 음식양을 조절해야만 했다. 대신 먹고 싶은 거는 좋은 걸로 먹는 것으로 남편과 합의를 보았다. 아기 낳기 전까지 잘 먹어보자!



임신 후기는 여러 가지 신체변화 때문에 확실히 평온했던 임신 중기보다는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더 힘들다. 하지만 이제 곧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여서 언제까지 내 불편과 감정만 내세울 수 없고 예비엄마로서 해야할 일들이 꽤 생겨서 그런 것에 집중할 여유가 많이 없다.


후기의 시간은 정말정말 빨리 흐른다. 임신 초기에는 16 지나는 것도 힘들어서 대체 10개월을 어떻게 버티지? 하며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후기는  감았다 뜨면 일주일이 지나가 있고  일주일마다  신체는 달라져있고  안의 아기도 금방금방 크는  보인다. 태동도 활발해져서 예전엔 이게 태동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는데 이제는 새벽에도 쭉쭉 기지개를 켜서 태동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거기다 아기용품 준비/ 출산준비  준비해야  일들도 많아져서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간다.


그래서 나의 조언은 중기 때부터라도 맛있는  많이 먹고, 시간   여러군데 많이 놀러 다니라는 . 나도 중기 때에 돌아다니려 노력했던 편이긴 하지만 더 놀러다닐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ㅜㅜㅜ더 놀 걸 내자신ㅜㅜㅜ후기에는 이마저도 시간이  안나고, 을 움직이는게 불편해져서 힘들다. 이제 나와 남편  둘만이 누릴  있는 자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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