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라킴 Feb 05. 2022

엄마의 시간은 빨리 간다

그것도 겁나 빠르게!!!

아기를 낳기 전만 해도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꽤 여유롭던 편이었다. 물론 각종 페이퍼와 발표 준비를 하려면 밤을 꼴딱 새워야 하는 게 일이었지만… 프로젝트 같은 형식이라 한두 달 몰아서 파바박 하다가 또 좀 쉬어가고 이런 식이라 꽤 버틸만했던 거 같다.


임신했을 땐 임신을 했기 때문에 많이 놀았다. 논문학기였지만 공부보다 재미있는 게 도처에 깔렸고 임신 핑계를 대면서 넷플릭스 몰아보기, 문화생활 즐기기 등을 했었다. 시험 앞둔 고등학생같이 쫓기는 마음은 있었으나 말 그대로 ‘wasting time’ 하듯이 시간을 펑펑 써댔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니 웬걸.


조금의 내 시간도 허락되지 않거니와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새벽 수유에 비몽사몽 해서 아침엔 조금 누워 자고 싶어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기.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어 나가면 귀신같이 알고 에에에에 나를 부른다. 열심히 놀아줘도 레퍼토리는 비슷한데, 아기의 집중력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지만 매일 이 일을 반복해야 해서 내가 너무 지겨운 게 더 문제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서 초점책, 모빌. 체육관을 돌리는데 중간에 졸음이 오면 최소 30분 전부터 칭얼칭얼 댄다. 우리 아기는 안아줘 안아줘 하는 아기라 잠이 오면 무조건 안아서 둥기둥기 해줘야 주무신다. 아기가 자야지만 내가 자유로울 수 있다.


내 아기는 밤에는 잘 자는 편인데 낮에는 잠을 잘 안 잔다. 일명 토끼잠 스타일. 50일 즈음에는 평균 30분만 잤고, 많이 자야 40분 정도 잤다. 운이 좋으면 한 시간 자는데 그건 백일이 지나서 그렇게 됐던 거 같다.


아기가 잠깐 자는 시간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못다 한 식사를 후딱 하는데도 아기는 일어나 있다!( 소오름!)

그래서 아기가 자면 그때부터 초시계 재듯, 밥을 빨리 후딱 먹고, 분유 수유 아기니 젖병도 막 닦아 놓고 해야 한다.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는 절대 할 수가 없다. 예전에 나는 조미김을 잘 안 먹었는데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 김에 밥을 겁나 싸 먹었다. 맛있어서라기 보다 그게 제일 빨라서ㅠㅠ아님 배달음식 고고.


언제 한 번은 너무 기운이 달려서 스테이크감을 사놓고 고기만 구워 먹자! 고 계획한 적이 있었다. 소고기니까 익는 시간도 짧고 잘 먹을 수 있을 거야 하며 기대했지만…. 불행하게도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아기가 깨서 아기를 달래주고 다 식은 스테이크를 말 그대로 우걱우걱 입에 처넣다가 체한 적도 있다.


내가 조금이라도 느릿느릿 행동하면 밥을 먹을 수 없다. 젖병도 씻을 수 없다. 남들은 애를 그냥 혼자 놔두면 되잖아 하지만 아기들은 귀신이다. 내가 없는걸 귀신같이 알아서 나를 찾는다! 어린이처럼 엄마~하는 것도 아니다 으앙으앙 하면서 울거나 인상을 쓰며 칭얼댄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안 되나요?

그러다 아기가 으앙하고 터지면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아기는 울다 마는게 아니라 더더더 시끄럽게 울더라고요. 누가 자기를 때린 것처럼 말이죠ㅠㅠㅠㅠ


그나마 아기가 재밌어하는 게 타이니 국민 모빌이라 그거 보여주면 한 십오분 정도 시간이 생기는데 그때 잠깐 핸드폰을 보거나 화장실에 갈 수 있다.


또 아기를 키우다 보니 그때그때 사야 하는 물건들이 꽤 많다. 물론 임신 중에 준비하지만 사람이 닥쳐봐야 필요한 걸 알기 때문에 완벽히 준비할 수가 없다. 거기다 애바애라고 내가 그 물건을 구비해 놓아도 애가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 말 그대로 복불복이란 뜻이다. 그래서 암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데 나같이 주위에 아기 키우는 사람 하나 없는 사람은 들어본 것도 잘 없어서. 카페검색에 의존해야 한다. 요즘은 모두 광고에서 국민- 을 붙이기 때문에 이게 광고인 건지 정말 좋은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서 검색에 검색을 해야 하는데 아기가 우네? 그럼 그때부턴 올스탑이다.


당연히 집안꼴은 엉망이다. 치울 시간이 별로 없고. 일단 나 먹을 시간도 없는데 집이 깨끗하길 기대하면 쳐맞아야한다. 목욕? 사치다. 몸이 너무 피곤하고 밥도 잘 못 먹고 그러는데 어디 나가지도 않으니까 씻을 이유가 없다. 아기가 그럴 시간도 안 주기도 하고. 암튼 내 몸을 씻는 행위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러다 보면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푸석푸석. 매일 급하게 욱여넣다 보니 뱃살은 안 빠지고. 외모가 점점 퇴화된다.


언제는 너무 찝찝해서 새벽에 수유하고 아기를 재우고 샤워한 적도 있었다. 머리를 못 감았지만ㅠㅠ꽤 상쾌한 느낌이었다. 그 외에는 주말에 남편이 있을 때 씻는다. 오랫동안….여유롭게….는 못하고 그때도 나에게 떨어진 일이 있기에 그냥 후딱 끝낸다.


어쩌다 친정엄마 찬스로 외출을 하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거 같다. 잠깐 장만 봐도 왔다 갔다 한 시간이 가고, 아기용품 잠시 사러 동네만 벗어나도 최소 세 시간이 걸린다. 머리만 자르고 오는데도 세 시간이 걸려서 동네 밖을 벗어나는 미용실엔 가기가 힘들다. 나가면 정말 숨도 안 쉬고 돌아다니는데 말이다.


예전엔 버스도 타면서 서울구경도 좀 하고, 지나가다 새로 생긴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 보기도 하고 했는데. 이젠 그런 여유는 없다. 배차간격 딱딱 맞는 지하철이 더 낫고, 필요한 물건 딱 사고, 내가 목표로 한 일을 딱 하고, 부랴부랴 와야지 아기의 스케줄에 맞출 수 있다. 외출을 해도 외출을 하지 않은 느낌. 그나마 이런 시간이라도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 한다.


이상하게 아기와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이 졸라 느리게 가다가도 아기가 자거나, 외출을 하면 부스터를 달아놓은 것처럼 부아아아앙 하고 흘러가 있다. 그냥 밥을 조금 천천히 먹는 여유,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ㅠㅠㅠ직업으로 치면 정말 인권을 박탈당한 노동이다.


언제는 너무 힘들어서 아기침대에 우는 아기를 두고 방으로 들어간 적도 있었다. 진짜 십분 아니 오분만이라도 나한테 시간을 좀 줘라! 하는 마음이었지만 아기는 자지러졌다. 아무것도 모를 아기에게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방임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이었지만 절대 통하지 않았다. 물론 거기에 죄책감은 덤이다. 무엇을 하든 나는 질 수밖에 없구나. 아니 져줘야 하는 거구나 아기한테는.


브런치를 오랫동안 못 쓴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아기를 밤에 겨우 재우면 그 시간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겨우 예능 한편 보면서 못다 한 집안일을 처리한다. 이 때도 그냥 티비만 보면 다음 날이 힘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벌써 잘 시간이다. 이때 안 자면 하루 종일 피곤해서 아기를 볼 수가 없다. 자고, 또 일어나서 수발 시작……뭔가 사색의 시간이 있어야 글도 나오는데 그럴 시간이 정말 없다ㅠㅠㅠ


아기는 언제 혼자 놀 수 있을까. 아니면 제발 낮잠이라도 길게 자줘ㅠㅠㅠㅠ엄마 너무 힘들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나의 대나무숲이 되어다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