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고백 후
"어떻게 되었어?"
"몰라..."
고백한 열세 살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응답을 듣지 못하였다.
본인의 일이 아닌지라 조금은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큰애와
열세 살의 연애 프로그램에 열혈 애청자가 된 나는 관심도가 꽤 달랐다.
여러 날, 여러 번의 물음에 대답은 같았다.
그리하여 나에게서도 그 프로그램은 차츰 잊히고 있었다.
여러 날이 몇 번이나 지나가고 나서야 큰애는 결말을 들려주었다.
고백을 받은 여자아이가 사실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었다 하였다.
슬프게도 '같은' 반의 '다른' 남자애였단다.
"걔가 다른 학교로 갔으면 좋겠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열세 살의 감정이 나에게 훅 다가왔다.
참으로 쓸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애청자는 '알고 보니 삼각관계'라는 흔한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초반부에 불과할 뿐이지 않나, 하였다. 알고 보면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다른 인물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였다. 무엇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였다.
누군가를 귀히 여기는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같은 빛깔의 응답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그 마음 덕분에 다른 빛깔의 감정을 느낀다. 슬픔, 혹은 쓸쓸함, 질투 같은 아픈 감정들은 인간을 깊이 있게 만든다. 그것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없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서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이 경험 없이는 나를 향한 다른 이의 감정의 깊이를 또한 알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몇 걸음 앞서 가는 그 열세 살을 응원한다.
너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