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을 씹으며 건져 올린 작은 위로
오랜만의 외출이라 괜히 신이 났다.
날도 화창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서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순간 친구들의 전화기가 울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 속에서도 기꺼운 미소가 피어났다.
“끝났대”
“가야겠다”
“간식 줘야 돼”
아이의 부름을 받은 그녀들은 기꺼이 응답하며 하나 둘 자리를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그녀들 뒤로 여전히 나는 혼자 남았다.
’ 진~짜 오랜만에 날 잡고 나온 건데...ㅜㅜ‘
나의 ‘오랜만의 외출’이 그녀들에게는 그저 ’ 매일 같은 일상‘일 뿐이라는 게 조금 서운했다.
아니 쫌 많이...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오래간만에 나갔으니까 놀다 와~”
아니, 왜 이럴 때 쓸데없이 쿨하고 난리. ㅡㅡ^
도대체 갈 데도 없는데 뭘 잘 놀다 오라는 건지...
친구들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공허함이 맴도는 자리에서
나는 살짝 비참했고,
가슴이 휑하게 비어버린 듯 허전했다.
문득
7,000원에 육박하는 반이나 남은 음료,
그리고 카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목 좋은 자리.
이걸 그냥 포기하기 아깝다는 짠내 가득한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딜 가는 건지,
내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뭘 하는지
귀 기울여 보며
’ 사람구경, 카페구경, 혼자만의 여유‘를 갖기로 한다.
아마 친구들은 지금쯤 육아(?) 전쟁의 한복판에 있을 텐데,
나는 우아한 카페에서 비싼 음료를 음미하며 사람 구경 할 여유가 있다는 건
어쩌면 내 삶이 훨씬 더 갓생일 거라는 합리화로 나를 위로했다.
...... 쩝...
외롭다고 하면 외로운 인생이고,
자유롭다고 하면 또 자유로운 인생이다.
오늘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쓸쓸하면서도 조금은 애써 태연한 척 글을 쓰고는 있지만...
이럴 때는 내 감정이 괜히 또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작은 허전함에 닿는다.
꼭 슬프다기보다, 그냥 오래된 그림자처럼 곁에 남아 있는 공간 말이다.
아직도, 여전히
삼신할머니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지만
뭐...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커피와 공간과 혼자만의 여유... 같은 거...?
뭐. 인생이 다 그런 구석 하나쯤은 있지 않나.
그래서 오늘은 그 허전함 가득한 공간에 커피 향을 채워 넣었다.
이 커피 향이 차곡차곡 스며들어 언젠가는 묵은 그림자를 지우고
조금은 다른 빛으로 채워지길 바라며.